이번 주 추천작은 <바이오하자드: 무한의 어둠>. '바이오하자드'라는 게임 시리즈의 CG드라마로, 1시즌 총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바이오하자드'는 일본의 게임 제작사 캡콤이 만들어낸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게임으로, 전세계적인 팬덤을 구성하고 있고 벌써 발매 25년이 된 게임. <바이오하자드: 무한의 어둠>은 바이오하자드의 25주년으로 선보이는 3D애니메이션 드라마다.
이번 추천작은 호불호도 갈리고 누구나에게 추천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은 아니다. 다만, 바이오하자드의 오랜 팬이었고 청소년 시절부터 시작해서 올타임 공포게임의 원탑으로 바이오하자드를 꼽을 만큼 좋아하는지라, 오로지 '바이오하자드 스토리'로 구성된 넷플릭스 드라마는 개인적으로 의의가 있기에 가져와봤다. 게임을 모르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바이오하자드'에 대해선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시리즈를 모르더라도 3D애니메이션 드라마의 진보가 어디까지 이루어졌나 가늠하기 위해선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회당 20분 남짓으로, 꽤 짧아 가볍게 보기 좋다(하지만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좀비물이고, 청소년 관람불가다.
<바이오하자드: 무한의 어둠>을 온전히 즐기려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타임라인, 그리고 이 드라마가 그 타임라인 중 어디에 속하는 지 알아두는 편이 좋다. 사실 <바이오하자드: 무한의 어둠>은 바이오하자드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드라마이기도 하고 전후 내용을 안다 해도 직접 플레이를 해보지 않고서야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으니, 이 드라마만을 보기 위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공부한다고 해도 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안에서 '실사'가 하지 못하는 장면과 서사의 구현 때문이다. CG가 가미된 여타의 호러 영화들은 절대 해내지 못하는 거의 대부분의 묘사들이 여기선 가능하기 때문에, 아주 섬세하게 짜여진 자극적인 장면들과 연출들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있는 건 아니고, 오로지 '좀비'라는 장르에 한해서다. 주 서사도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좀비로 시작해 좀비로 끝나기 때문에, 드라마에선 게임에서 구현해내는 정도를 뛰어넘는 묘사가 어느 정도 가능하냐가 주된 고민이었을 듯. 그런 지점에선 무척 만족스럽다.
클레어 캐릭터의 적극적인 활용, 예를 들면 전투씬이라든지 독백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좀 더 할애했다면 더 좋았을 듯. 시즌 전체가 레온 캐릭터에 맞춰져 있는 지점은 조금 아쉽다. 사실 팬으로 아쉬운 지점을 따지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바이오하자드의 첫 넷플릭스 드라마로, 이 게임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날 지경(....). 그도 그럴 것이 바이오하자드와 함께 한 세월이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 가는 것 같기 때문에. 그 밖의 볼만한 지점은 애니메이션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정교한 인물들의 움직임, 액션씬 연출 정도인데, 이건 최근에 바이오하자드7, 8을 플레이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후자가 훨씬 좋다고 느낄 듯. 호러 게임 장르의 특성상, 사실 드라마를 보는 것보단 플레이하는 게 제1의 공포다. 언제나 그렇듯.
그 외에, 음악이 정말 좋다. 찾아보니 '칸노 유고'의 작품이던데, 이미 유명한 작사/작곡가로 정평이 나 있던 사람. 나는 이번에 <바이오하자드: 무한의 어둠>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꽤 팬이 많은 것 같다. 드라마는 차치하고 드라마의 OST만 떼어서 듣고 싶을 정도로, 음악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