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 달 동안 넷플릭스/왓챠에서 볼 만한 공포영화 다섯 편을 소개합니다.
*스포일러 없습니다.
지난주 <킹덤: 아신전>을 소개하면서 요즘 무더위 속에 공포영화를 찾는 사람들도 많고, 넷플릭스나 왓챠에 있는 양질의 공포영화도 많으니 기왕 공포로 시작한 거, 이번 달 내내 공포로 끝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 블로그니까 내 맘대로 정해보는, 8월 한 달의 컨셉. 그것은 공포영화 특집!
이번 주 추천작이자 공포 특집 두 번째 소개작은, <별장에서 생긴 일>. 'The Lodge'라는 제목이 더 잘 맞지만, 더 이상 유하게 번역하기 힘든 고충이 느껴지는 제목. 사실 제목과 스틸 만으로 딱히 당기지 않아 오래 묵혀뒀다가, 최근 호평받고 있어 꺼내본 영화다. 이제는 공포영화 전문 감독으로 자리 잡은 스베린 피알라, 베로니카 프랜즈 감독의 공동 작품이며, 2018년 현지 개봉해 201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매드맥스>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의 조연을 맡고 있는 라일리 코프와, <그것>과 <나이브스 아웃>에 출연한 제이든 마텔이 주연을 맡은 영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엄마를 잃은 두 남매가 아빠의 애인인 그레이스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별장에 가게 된다. 일 때문에 다시 도시로 나간 아빠의 부재 동안, 별장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이야기. 말 그대로, 주요 사건은 '별장에서' 일어난다.
소위 말하는 '반전 영화'의 범주에 속하는 영화로, 영화를 보다 보면 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실마리가 하나둘씩 풀려 짜인 각본 그대로를 충실히 보게 하는 재미가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겨울의 별장, 어둠 등이 주 배경과 소재가 되기 때문에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편이며, 명쾌하게 해결되는 스릴러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따를 수는 있다. 이런 영화를 이른바 '있어 보이는 공포영화'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공포영화의 서사 자체보다 공포영화 내의 주요 사건을 아우르는 분위기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좋아할 법한 영화다.
영화의 중후반부부터 반전이 등장하지만 이 반전은 영화를 보고 있으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일로, 어려운 추리를 요하진 않는다. <별장에서 일어난 일>의 장점은 반전이나 서사보다 앞서 말한 '분위기'에 있는데, 이를테면 극 초반에 등장하는 엄마의 자살 장면이라든가 장례식 장면, 엄마를 잃은 채 슬픔에 빠진 두 아이들의 심경 묘사 등이 굉장히 좋다. 기분 나쁜 여러 가지 일들을 종합해 하나의 음산한 덩어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아주 선호하는 공포영화의 형식이다. 점프 스케어나 고어 씬은 존재하지 않지만 '죽음'이 일어날 때마다 그 장면의 묘사를 아주 리얼하고 덤덤하게 하기에 파장이 약간 있다. 자살이나 총살에 관해서 트리거가 있는 분들은 주의하시는 편이 좋겠다.
'갑툭튀'를 싫어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억지로 공포를 자아내는 장면도 없고, 아이들과 그레이스 사이의 갈등 묘사도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인물의 캐릭터나 연기 등 대체로 빠지는 부분 없이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