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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Sep 06. 2021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D.P.>


*스포일러 없습니다.


이번 주는 지난주에 이야기한 대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를 추천작으로 들고 왔다. 이미 '한 큐'에 쭉 달려 보신 분들이 주변에 많아서 추천이 조금 늦었나 싶기도 하지만, 열기가 약간 식고 말을 보태고 싶었으므로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라 생각한다. <아만자>로 유명한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고, <차이나타운> <뺑반>을 연출한 한준희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시즌 1,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워낙 한준희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고 그가 쓴 각본은 각색 등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터인데다가 김보통 작가의 원안을 아주 인상 깊게 봤기에, 드라마의 퀄리티가 상당할 거란 건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캐스팅이 하나둘씩 공개될 때부터 대체로 드라마 내에서 배우들이 어떤 묵직함과 장점을 줄지 머릿속에 어렴풋하게 그려지긴 했으나, 드라마가 공개되기 전까진 확실히 알지 못해 꽤 오랜 시간 궁금해했던 드라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육군 군사경찰인 군탈체포조 'D.P'를 소재로 한다. DP가 된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주인공이 되어 DP 업무를 수행하는 중 발생하는 여러 사건을 에피소드로 나열하는 구조다. 회당 평균 50분 남짓의 드라마고 몇 에피소드는 전화와 다음 화가 완전히 이어져 있어, 시작부터 끝까지 한번에 달리기 좋다.


연출이나 서사, 그리고 캐릭터의 운용이 몹시 유려하고, 이 모든 것의 정점을 찍어주는 주조연 배우들의 열연이 있어 정말 '금세' 정주행을 마칠 정도로 흡입력이 높다. 적재적소의 액션과 무거운 분위기를 잡아주는 (주로 한호열 역이 도맡아 하는)개그, 긴장있는 연출과 서사의 경중을 적절하게 배치한 전개 덕분에 공개 당시부터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더불어 원작인 <D.P 개의 날>도 꼬집는 부분이지만, 군대의 어두운 면을 다루는 동시에 작중 배경인 2014년 즈음 전국을 뒤흔들던 군내 가혹행위 사건을 되새김하는 등, 여러모로 사회적 의의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군내 비리나 폭력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영화나 드라마 속 묘사 등은 꽤 있었지만, <D.P>의 장점은 사건 자체와 더불어 사건의 주나 부가 되는 캐릭터들의 성향을 단 하나도 놓지 않고 모두 끌어모아 연출했다는 게 여타의 컨텐츠와 비교될 만하다.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들과 캐릭터를 운용하는 능력은 한준희 감독 고유의 장점이기도 한데, <D.P>에서는 그 장점이 그의 필모에 있어 가장 최정점을 찍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제일 만족스러운 부분은 신파적인 서사나 묘사를 대부분 덜어낸 지점들이다. 인물의 순간적인 감정에 호소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고도 입체적으로 두 주인공과 조연들의 서사까지 모조리 포용하게 만들어 자연스러운 감정 이입이 가능해졌다. 두 주인공의 핑퐁과 케미를 보는 재미가 상당해, 개인적으로는 <D.P>를 '사회 고발'이라든지 '군내 부조리 고발' 등의 단어보다 '추리'나 '스릴러'의 장르적 요소로 소비하는 게 적합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사건이 이어지는 공간과 배경 그리고 상황 설정이 매 에피소드마다 다르기 때문에, 두 주인공에 포커스를 맞춰 마치 퀘스트를 깨는 느낌으로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후반 에피소드인 5, 6화에 다다라 좀 암울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배우들의 연기는 사실 더 말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 모든 등장인물 중, 죽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특히 구교환 배우의 모든 장점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정해인 배우도 마찬가지. 하지만 <D.P>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조현철 배우였다. 한준희 감독의 데뷔작 <차이나타운>의 홍주 역할로 나는 조현철 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후 <알함브라의 궁전> 등의 드라마 조연이나 <국경의 왕>, <말모이> 등을 통해 자연스레 그의 연기를 챙겨보았다. 사실상 <D.P>를 거의 마무리하며 후반 에피소드의 전부를 장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조현철 배우, 극중 '조석봉'의 연기는, 아마 그의 필모 중 가장 암울하고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보다 더 슬플 수 없고, 이보다 더 우울할 수 없는 어떤 정점을 보여준 것 같아 몹시 흥미로웠다. 사실 조현철 만으로도, <D.P>를 선택할 만하다 단언할 수 있을 정도.


시즌 1을 정주행하면 곧바로 시즌 2가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계속 말하지만)정주행 최적의 드라마. 군부대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다르고 있어 다소 무거운 주제라 저어 된다 할지라도, 막상 틀고 보면 그 밖의 장점들이 도드라지게 드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또 말하지만)정주행 강력 추천의 드라마, <D.P>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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