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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Aug 30. 2021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제럴드의 게임>


*8월 한 달 동안 넷플릭스/왓챠에서 볼 만한 공포영화 다섯 편을 소개합니다.

*스포일러 없습니다.




보통 매주 새로 업로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나 드라마는 재밌다면 빼먹지 않고 추천해오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주 금요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D.P>를 써야 하겠지만(너무 재밌게 봤고 할 이야기도 많아서) 막바로 공개된 <D.P>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으나 다음 주로 미뤄두고, 아직 8월이 지나지 않았기에! 이번 주는 8월 한 달간 약속한 공포영화 추천의 피날레를 위한 마지막 공포영화 추천, <제럴드의 게임>을 가져왔다.


마이크 플래너건에 대한 애정이 자타공인 주변에선 가장 높은 편이라고 자부하면서도, <제럴드의 게임>을 한 번도 소개한 적 없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충격을 받았다. 2018년 <힐 하우스의 유령>을 통해 플래너건의 존재를 인식하고 역으로 그를 파고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플래너건이야 말로 스티븐 킹의 그로테스크하고 인간 바닥의 소설을 가장 잘 영상화 시키는 유일무이한 감독이라 생각했고 그 정점을 찍게 한 영화가 바로 <제럴드의 게임>. 2017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제작되어 계속해서 넷플릭스에 서비스 중이다. 칼라 구기노가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작품. 청소년 관람불가지만 포스터와 비슷한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청불 등급을 받은 건 몇 고어 씬과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된 몇 가지 사건들 때문.


스티븐 킹이 1992년 출간한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강제적 관계에 페티시가 있는 남편 '제럴드'로 인해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외딴 별장에 홀로 남겨진 아내 '제시'의 이야기가 주 소재다. 제럴드는 관계 시마다 발기가 되지 않아 곤욕을 치르고 있고, 그런 제럴드를 보듬으려 노력하는 제시는 매번 참을성을 가지고 남편을 대하며 결혼기념일을 맞아 인적이 드문 별장으로 함께 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제럴드는 수갑을 꺼내 들고, 제시와 섹스를 하기 위해 비아그라까지 복용하며 준비를 다하지만 제시와의 싸움 끝에 심장마비로 죽게 된다. 침대에 양팔이 묶인 제시는 오도가도 못한 채 침대에 앉아 탈출 방법만을 계속 생각하게 된다.


스티븐 킹의 '탈출' 소재 중에서도 제일 강하고 자극적인 소재이기도 하는 동시에, 상황을 이겨낸 여주인공이 결과적으로 속박과 현실로부터 도망쳐 성장하게 되는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양손이 묶인 제시의 상황은 비교적 초반에 등장하고 중후반 모두 수갑에 팔이 묶인 상태의 제시가 탈출만을 생각하며 환상과 트라우마를 직시하는 장면이 번갈아 나온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도망치고 싶었던 대상과의 직면, 목마름과 배고픔, 그리고 위협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제시를 괴롭히고, 결국 침대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계기의 집약을 만들어낸다. 플래시백을 적절히 이용해 제시가 극한의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유려하게 보여주는데,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트라우마를 주인공으로부터 꺼내는 장면들의 편집과 연출은 플래너건의 장점을 완전히 드러내주고 있기도 하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것이 플래너건의 모든 것'이라 단언할 수 있을 정도.


원작의 탄탄함이 있긴 하지만 이만큼 원작 소설을 잘 살려내는 감독도 드물 테다. 공포 장르에 있어서 공포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과도한 점프 스케어를 사용한다든가 불필요한 고어씬 등을 삽입해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자아내게 만든다는지 하는 무리수들은 언제나 플래너건 감독의 영화에 허용되지 않아 왔다. 누구나 쉬운 직선거리로의 공포영화적 연출을 플래너건은 부러 돌아가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인공 혹은 주 소재로 사용되는 중심인물들의 내면과 감정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 지루할 만한 서사 사이에 충격적인 장면을 넣거나 잔재미로의 플롯을 깔아 능수능란하게 전체의 서사를 운용하는 능력은, 최근작인 <닥터 슬립>에서도 드러난다. 잘 짜인 각본과 능력 있는 연출의 만남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플래너건은 늘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플래너건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트리거 장면이 있는 편이다. 다만 그 정도는 심하지 않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장롱 귀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거나 해결하지 못하고 지나간 학대와 폭력, 그로 인해 보이는 헛것과 환상 등에 대한 장면들이 <제럴드의 게임>에도 들어 있다. 후반부에 다시 생각해도 눈살이 찌푸려질 만한 엄청나게 힘든 장면이 나오니, 고어 등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장면만 주의하면 될 듯.


<제럴드의 게임>에 흥미를 가졌다면 바로 <힐 하우스의 유령>을 추천하고 싶다. 플래너건의 모든 영화는 사실 버릴 것이 없다. 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하고 애정 하는 작품은 역시 <힐 하우스의 유령>. 이 또한 주기적으로 추천하는 작품이니,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분들이 반드시 봐 주셨으면 바라는 드라마기도 하다. 공포 드라마로는 거의 올 타임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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