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크리쳐 재난/공포영화인 <크롤>. <피라냐> <힐즈 아이즈> 등을 감독한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의 작품으로, <이블 데드> <드래그 미 투 헬> <스파이더맨 1, 2> 등을 감독한 샘 레이미가 제작했다. 장르물에 있어 평타 이상을 치는 두 감독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되었다. 국내에는 2019년 11월에 개봉했는데, 개봉 시기를 잘 못 맞춘 탓도 있고 이 시기에 다른 대작들이 꽤 많이 개봉하는 바람에 흥행 성적은 초반에는 힘을 썼으나, 결과적으로 그다지 좋지 못했다. 오히려 이후 VOD 시장에서 더 많이 팔리게 된 편. '악어'를 소재로 한 재난물로, 공포영화보다는 액션물에 좀 더 가깝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연한 공포영화 범주에 넣어두고 싶다.
역대급 허리케인이 상륙하기 직전,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아버지를 찾아 예전에 살던 집으로 가는 헤일리. 그 와중에 더 거세진 허리케인으로 인해 헤일리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아버지와 함께 이전 집에 고립되고, 악어 농장에서 탈출한 악어들에게 쫓기게 된다.
트레일러에 대다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기에,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실감 나게 관람하려면 모든 정보를 스킵하고 보는 것이 제일 좋다. 다만, 포스터에서 말해주듯 악어의 공격+재난 상황임은 이미 인지하고 있기에 이런 디테일한 정보 자체가 스포일러로 받아들여질지는 의문. 사실 이 모든 걸 알고 봐도 재밌을 정도로 구성이 좋고, 서사 또한 좋다. 킬링 타임 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반면, 완벽한 크리쳐 재난물임을 직시하고 봐도 만족스러울 정도. 2019년 개봉 당시 입소문을 타고 호평을 받았던 때에 극장에서 봤다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을 이제 와서 아쉬운 마음으로 해본다.
허리케인의 CG나 악어의 CG 등을 제외하면 한정된 공간에서 계속 돌고 돌기 때문에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임을 중간중간 확인할 수 있다. 동선, 주인공의 직업이 '수영선수'라는 점을 포함하여 모든 구성이 잘 짜여져 있기 때문에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제작한 기타 '악어 물'과 비교된다. 악어를 소재로 한 영화라면 <앨리게이터>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하수구 괴담 악어류로 보더라도 <앨리게이터>보다 월등히 나은 악어영화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크리쳐의 식인 영화들보다 타당성이 있고, '악어 농장'과 '허리케인'이라는 두 개의 사건을 맞물려주어 저항하는 인간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악어의 개체 수를 기본적으로 설정하고 들어갔다. 크리쳐 재난물에서 늘 하는 실수 중 하나인 '어쩌다 갑자기'류의 설정보다 좀 더 다양한 소재와 장치를 활용해 앞서 말한 타당성을 높인 셈.
크리쳐 재난물 중 '강아지'를 역대급으로 잘 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첨언하자면, 소중한 반려견이자 길잡이인 <크롤>의 강아지는 죽지 않는다. 대부분의 재난물이 반려동물을 제1의 희생양으로 삼는 반면, <크롤>은 주인공 가족의 반려견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방향에서 유려하게 이용했다. <크롤>을 보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이 바로 '개'의 활용.
2021년 여름 현재, 속편 제작에 들어갔다. 코로나 상황이 겹쳐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감독과 제작이 바뀌지 않는다면 또 다른 시원한 크리쳐 재난물을 만날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