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왓챠에 공개된 <시바 베이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으로 상영 당시 호평을 얻기도 했다. 궁금했던 작품이었는데 왓챠 익스클루시브로 제공되어 쉽게 접할 수 있던 작품. 캐나다의 영화감독인 에마 셀리그먼의 첫 장편영화이자 데뷔작이다.
'시바'는 유대인의 전통 장례 의식을 뜻한다. 대학생인 주인공 '대니얼'은 부모님에게 등 떠밀듯 이 '시바'에 참석하게 된다. <시바 베이비>는 대니얼이 '시바'에 참석하며 불편한 친인척들뿐만 아니라 스폰을 받고 있는 상대와 그의 아내, 예전의 여자친구 등 한데 모이지 말아야 할 사람을 모조리 겪으며 벌어지는 사건사고, 해프닝을 다룬다.
반나절 정도 이어지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는데, <시바 베이비>가 진행되는 공간이 지극히 제한적인 까닭에, 주인공 대니얼과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대니얼 주변의 사람들 간의 물리적, 감정적 충돌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두 깔끔하게 차려입고 예의를 갖추는 자리에서 모난 돌처럼 방랑하는 대니얼의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안달 난 그를 붙들거나 일순 해방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전 여자친구, '스폰남'등의 등장과 퇴장이 번갈아가며 이루어져 연극 무대를 보는 느낌 또한 자아낸다. 수많은 눈이 여기저기서 움직이며 대니얼을 지켜보는 '미치기 일보 직전의 상황' 자체가 해결되는 구성이 <시바 베이비>의 중심 서사이며, 이를 숨죽이며 지켜보는 것 또한 흥미롭다.
<시바 베이비>를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와, 명절같다'정도일까. 여튼 추석 연휴에 챙겨보기 좋은 영화. 불안하고 우울하고 짜증나지만 공감되고, 상충되는 설정들이 코미디 아닌 코미디로 터져서 경우에 따라 가볍게 즐기기도, 무겁게 내치기도 괜찮은 수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