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습니다.
이번 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드라마(시리즈)인 <어둠 속의 미사>. 마이크 플래너건의 새 드라마 시리즈로, 전 에피소드 플래너건이 연출을 맡았다. 2018년 이후 영화든 드라마든 플래너건의 신작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추천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과거의 작품들을 끌어와 플래너건 월드에 관해 이야기할 정도로 이 감독을 좋아해왔다. 9월 24일 공개된 이 새 시리즈를 조금 텀을 두고 볼까 하다가 1화를 틀었는데, 그대로 금주의 추천작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어쩌면 당연한 수순.
<어둠 속의 미사>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호러 영화로, 작은 섬, 그리고 그 섬의 작은 성당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한다. 플래너건의 이전 작품들이 대체로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면, <어둠 속의 미사>는 드물게 원작이 없는 이야기다. 꽤 오래전부터 영상화하고자 했다는 이야기를 플래너건 스스로 자주 해왔고, <허쉬>나 <제럴드의 게임>에서 이 <어둠 속의 미사>, 'Midnight Mass'에 관한 책을 이스터에그처럼 숨겨왔기에 플래너건의 오랜 팬들은 장시간 기다린 작품이기도 하다.
제한된 공간에서 제한된 인물들이 벌이는 작은 스케일의 드라마라는 것과, 이와 대비되는 초자연적 현상과 회상, 꿈들의 이미지가 중첩되는 연출은 전작들과 비교적 동일하다. 이전 작품들과 소재면에서 전혀 겹치는 지점이 없고 장르 자체도 호러라기보단 호러의 오컬트, 드라마 오컬트 정도에 가깝다. 또한 호러영화의 장르상으로도 무섭거나 괴기한 연출, 점프스케어 장면 등이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는데, 이 점이 시리즈 초반 1, 2화에서 호불호를 갈리게 만들 것이라 생각된다. 마이크 플래너건의 영화/드라마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물론 이것들이 문제되진 않지만.
모든 챕터를 성경에서 따왔고, 실제로 중심 인물이 섬 내의 사제이기 때문에 종교적인 관점과 오컬트를 어떻게 풀어낼지, 이미 그런 비슷한 영화나 드라마들을 많이 봐 왔기에 내심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번에도 드라마 호흡이 아주 잘 어울리고, 플래너건 특유의 장점인 '상실'과 '죄책감'을 연출하는 장면들과 대사, 플래시백들이 기가 막히게 잘 붙어 있다. 특히 초반 1, 2화 정도에 풀어놓은 떡밥을 시리즈의 절반 지점인 4, 5화 정도부터 회수하기 시작해 그대로 후반부의 드라마에 탄력을 붙이는 설정은 정말 '웰메이드'라는 말 외에 생각나지 않게 만든다. 개인적인 취향이 있기도 하지만, 공포 장르 내에 있어서 쓸데 없는 장면들을 모두 걷어내고 이렇게 음산하고 음울하면서도 슬픈 서사로의 진행을 유려하게 하는 연출자는 드물 테다. 특히 캐릭터 각자의 사연을 구구절절하지 않고 컴팩트하게 표현하지만, 가끔 아주 강하게 인물의 감정을 찍어눌러 내는 연출을 매 작품마다 사용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 그게 하필이면 에피소드 상 떡밥 회수가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지점이라 놀라웠다. 이 사람, '드라마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말 정확하게 아는구나 싶어, 새삼 또 혀를 내두르고.
1화당 5, 60분 내외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금세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리즈 자체가 길지 않기도 해서 한번 속도가 붙으면 그대로 쭉 치고 나가기 좋다. 요즈음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의 편당 시간이 1시간 정도를 고수하는 추세이긴 한데, 확실히 늘어지는 서사와 쓸데없이 긴 에피소드(ex <오징어 게임>)들을 보고 있으면, 드라마라하더라도 한번에 얼만큼 빠른 속도로 정주행을 마칠 수 있는지가 관람의 관건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플래너건의 드라마는 '페이지터너'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치부하긴 놓치게 되는 지점들이 많지만, 이번 신작인 <어둠 속의 미사> 같은 경우는 플레이의 절대 시간이 짧아서인지 무난한 킬링 타임으로도 추천하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