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습니다.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지난 주 10월 15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이 네임>. 앞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의 연출작이다. <인간수업>을 그럭저럭 재밌게 봤던 나에겐 일찌감치 기대작이었고, 드라마를 몰아보는 호흡 다시 말해 '페이지 터너'로의 호흡이 중요하다 생각해 부러 부산국제영화제에 일부 공개해 상영했을 때도 찾아보지 않던 시리즈다. 한소희 원탑 액션을 일찍 이야기했기에, 한소희를 보기 위해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한소희 때문에 이 드라마를 기다렸을 테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서 이야기한 기대를 꽤 다수 충족시켜주는 드라마였다. 처음 드라마를 시작했을 때 앉은 자리에서 7화까지 봤고, 이후 8화는 조금 더 집중해서 봤다. 사실 <인간수업>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결말에 다다러 '이런 걸 굳이 넣어야 할까'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8할은 무리 없이 극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한소희. 한소희의 주연 연기와 더불어 그를 반대편에서 받쳐주는 박희순의 캐릭터 때문. 액션이나 카체이싱 장면은 차치하고 보더라도 한소희의 연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시작하고 맺을 명분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굵고 짧게 이야기하면 '복수'에 관한 것으로,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에 관해 대다수는 이미 1, 2화 정도부터 알아차리리라 생각해 스포일러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내가 눈여겨 본 건 '복수'가 감행되고 해소되는 결말이 아닌, 그 과정에 이르러 '여성 주연 원탑의 캐릭터'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고 쓰여지냐였는데, 후반부, 그러니까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 주저하게 되는 어떤 부분을 제외하곤 목적만을 위해 움직이고 사용되길 바라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아주 인상적이었고, 원탑 서사의 주연을 여성으로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느와르 장르의 반절 이상은 새롭게 후려치고 나간다는 걸 다시금 복기하게 한 작품. 그렇다고 김진민 감독이 여성 캐릭터를 대하는 방식이나 이슈가 있는 서사를 다루는 방법을 옹호한다는 건 아니고, 전작에 비해 <마이네임>은 여러 가지 가지치기를 감행한 끝에 태어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목할 건 확실한 페이지터너고, 흡입력이 있는 작품을 내며 그게 '한소희'라는 배우와 만나 파급력이 생겼다는 정도. 만일 한소희 주연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극에 몰입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까지 드라마를 통해 답습했던 한소희의 캐릭터와 몹시 다르고, 그 도전 자체를 팬의 입장으로 값지게 생각했기 때문. 한소희 때문에 소비하기 좋은 컨텐츠인데, 박희순 배우의 의외의 모습까지 즐길 수 있다니(판에 박힌 캐릭터이긴 하지만) 이정도면 추천할만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트리거 포인트는, 여성 대상 범죄에 실제 적극적으로 행해졌던 어떤 방식들. 비교적 초반에 나오고 가끔 중후반에도 등장하긴 하는데, 이런 장면 자체는 불쾌하고 이 사건을 두고두고 회자하는 방식은 미덥잖지만 극의 전개나 흐름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 삼기는 애매한 수준이다. 다만, '여성'이 조폭 조직에 가담했을 때, '여성'이 조폭 조직에서 훈련 받거나 '경찰 조직'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받는 시선과 불쾌감들이 고스란히 극을 통해 정해질 수 있으므로, 이런 부분들은 부러 주의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