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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Nov 01. 2021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과는 사실 별로 관계가 없는, JTBC의 동명 드라마. 어떤 드라마를 추천할까 하다가 정말 좋은 작품의 추천은 다음달로 미루고, 최근에 '가장' 흥미가 있게 지켜봤고 종영을 막 마친 드라마를 추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들고 왔다. 얼마 전 종영 후 넷플릭스로 전화가 풀렸다.


허진호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에, 이부정을 연기한 전도연과 강재를 연기한 류준열이 주연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 깨닫게 되는 여러 인생들의 이야기가 골자인데, 연출 의도와 제작 의도에서 밝힌, '빛을 향해 걸어가려 한다'는 문장과는 아주 동떨어지게 지독할 정도로 어둡고 고독하고 차가운 드라마다. 초중반까진 허진호 감독의 연출보다는 김지혜 작가의 역량이 더 컸다는 느낌이 강한데, 후반부 마지막 두 화에 이르러서는 허진호 특유의 연출이 확 드러나 그 여운이 좀 더 강하고 오래 갔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갑갑한 정서를 이어가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한껏 신파를 보여주곤 마무리하는데, 이 흐름이 허진호 연출의 영화 대부분의 흐름과 비슷하기에 이를 기대하고 보는 사람들은 아주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테다. 한 화 한 화가 재밌다기보다 매 화 허진호 작풍(!)의 영화를 이어서 본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강중약이 살아 숨쉬는 스토리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고 미장센으로 즐기게 되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다. 10화 이상을 이렇게 끌고 가기에 중간에 좀 답답하다 싶은 생각은 들지만, '주옥같은 대사'가 적당히 치고 들어와 긴 연작소설을 읽는 듯 느린 호흡으로 즐기기 좋다. 굉장히 무겁고 고개를 돌리고 싶은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직시하게 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정서, 시대, 메시지들을 정말 잘 표현했다. 딱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보기 좋은 한국드라마.


주조연 배우들 모두 캐릭터 성이 뚜렷하고 연기력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전도연과 류준열은 차치하고 언급하면, 박인환, 신신애, 박병은, 김효진, 조은지 등등. 역에 잘 어울려 유려하게 움직이고 흐름의 일부라도 손상되는 일 없이 정말 적재적소에 위치한 배우들과 캐릭터들.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캐릭터들을 보고 있으면, 이는 전적으로 허진호 연출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담으로 마지막 2화인 15, 16화를 연달아 보면서 엄청 울었는데, 서사의 슬픔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훨씬 큰 몫을 차지했다. 특히 박인환 배우의 연기는 정말, 등장할 때마다 혀를 내두르고 보게 되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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