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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an 24. 2022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아카이브 81>


*스포일러 없습니다.


이번 주 추천작은 <아카이브 81>. 1월 14일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일찌감치 제임스 완 제작에, 동명의 팟캐스트를 원작으로 해서 주목을 끌었다. 총 여덟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리베카 토마스, 하이파 알 만수르, 저스틴 벤슨, 아론 무어헤드 감독들이 몇 개의 에피소드를 분할해 담당했다.


1994년에 촬영된 망가진 비디오테이프를 복구하는 일을 맡은 '댄'(마무두 아티)은 비디오테이프를 시청하면서 비디오 속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감독 '멜로디'(디나 시하비)가 '비저'라는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을 조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댄은 영상 속의 멜로디를 계속 지켜보며, 괴상한 경험을 하는 멜로디와 함께 현실의 자신에게도 뭔가 기이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깨닫게 된다.


<아카이브 81>는 미스테리 스릴러의 분위기와 컬트적 분위기가 동시에 녹아져 있는 호러 장르의 시리즈다. 최근의 호러 장르 시리즈들이 대체로 그렇듯 초반에는 이상한 사건, 흥미진진한 분위기로 몰고 가다가 중후반부터 초반의 떡밥들을 회수하며 전혀 다른 지점으로 영화가 전개되는데, <아카이브 81>도 비슷한 면이 있다. 다만 '수상하고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정을 초반에 강하게 심고 그 음습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중반까지 이어지는데, 딱 중반부터 극의 성격이 약간 바뀌어 오컬트에서 컬트로 전환되는 과정이 있다. 여타 호러 시리즈들과 달리, 전반과 후반의 전개나 분위기가 좀 많이 바뀌어서, 대체로 이 지점에서 이탈하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3화 이후로 흥미가 높아졌으므로 앉은 자리에서 쭉 이어서 8화까지 정주행을 완료했고, 근래 보았던 호러 드라마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라곤 하지만 최근에 이렇다 할 호러 영화/시리즈가 없기도 했고). 특히 <아카이브 81> 내에서 "왜, <블레어 윗치>가 최초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했나?"라는 등 호러적인 농담을 던지는 부분들이 제법 있는데, 파운드푸티지 장르의 팬들이라면 이런 부분에 훅 할 듯. 정리하면 <파라노멀 액티비티>류의 장르를 계승함과 동시에, 그와는 좀 다르고 발전된 미장센을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 복고적 설정과 여러 시대를 아우르는 문화적 차이의 배경, 음악 등이 모두 인상적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좋았던 건 영화에 비디오 클립을 적재적소에 삽입해 드라마의 흐름을 유려하게 만들었던 연출. 실제로 일어난 괴담과 사건에 뛰어들듯 집중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기에 아주 좋았다.


단점이 있다면, '호러'적인 분위기를 즐기기엔 좀 많이 부족했다는 것. 초반의 분위기는 확실히 어둡고 시종일관 심각하며 이상하지만,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클라이맥스들처럼 무언가 짜릿하고 자극적인 시퀀스를 보여주거나 본격적인 호러라 생각될 만한 장면들을 배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러 장르를 즐기는 기분은 좀 덜하다. 사실 이 영화에서 그런 장면들을 남발해 나열한다면 그것 또한 우스운 일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여하튼 '공포'를 즐기기 위해 선택한 사람들은, 확실히 조금 지루하다 느낄 지점들이 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웠고, <아카이브 81> 역시 '앉은 자리 정주행'을 불렀던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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