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지난 2월 6일자로 TVN에서 완결된 한국 드라마 <불가살>.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되었고, 매주 두 편씩 에피소드가 공개되었다. 최근 한국 드라마로는 드물게 원작이 없이 드라마 작가들(권소라, 서재원)이 단독으로 창조해낸 스토리다. 이진욱, 권나라 주연에 이준, 공승연, 정진영, 박명신 등 걸출한 조연의 출연으로 크랭크업 초기 화제가 되었다. 최근 <스위트 홈>을 연출한 장영우 감독의 신작.
영어 제목은 'Immortal Souls'로 말 그대로 죽지 않는 영혼, 죽지 않는 몸이 소재다. 몇 백 년 전의 악연이 필연이 되어 계속해서 환생을 거듭하는 사람들 속에 자신의 저주를 끊기 위해 몸부림치는 불가살의 이야기. 전생과 현생의 인연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다양한 사람들이 시대를 계속해서 같은 얼굴로 환생하고, 이들이 사건이 일어나는 '현재'에 이르러 과거의 생과 삶을 기억해 낸다. 불가살로 600년을 살아온 '단활'(이진욱)이 자신의 가족을 죽인 의문의 여인 '민상운'(권나라)를 좇는 장면으로부터 드라마가 시작된다.
얼핏 '뱀파이어'가 생각나는 이야기지만, 작가진이 집필 의도에서 밝힌 것처럼 다분히 한국적인 캐릭터와 크리쳐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데, 그 노력이 고스란히 빛나는 로그라인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다소 징그러운 부분이나 폭력적인 장면(불가살이 사람들을 죽이거나 그 반대의 경우), 혈흔과 사체 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만한 작품은 확실히 아니다. '죽지 못해 600년을 넘게 살아온' 주인공이 등장하기 때문에, 드라마의 분위기 또한 시종일관 어둡다. 전생과 환생의 연이 이어지기에 불가살과 엮인 인물들이 교차해서 등장하기에 이 스토리 자체를 머릿속에서 엮어내고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반대로 어둡고 복잡한 관계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겠지만, 한국 드라마로는 독특하게 가족애의 신파에 완전히 기대지 않고, 그를 적절히 취해 새롭게 창조된 설화 혹은 민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좋았다. 드라마가 매주 두 개의 에피소드씩 방영되어 끊어 볼 때보다, 넷플릭스나 티빙 등의 스트리밍에 모조리 공개된 후 한 번에 이어볼 때의 평이 훨씬 좋다. 그만큼 흐름이 중요한 드라마기도 하고.
취향이 갈리겠지만, 나는 어둡고 음침한데 그 안에 '절대 악은 없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다른 결이지만 그래서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시리즈/영화를 좋아하는데, <불가살>도 그와 완전히 맞닿진 않았으나 어느 정도 비슷한 결을 내어 즐겁게 봤다. 개인적으로 이진욱과 이진욱의 드라마 호흡을 좋아하기도 하고. 특히 이 드라마의 오프닝은 근래 본 한국 드라마 중에 가장 좋았다. 이런 영화적인 오프닝도 한국 케이블 드라마에서 가능하구나, 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극에 꼭맞는 음향 또한 분위기를 살려주는데 일조.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배우 이준의 악역 & 미친놈 & 병색이 완연한 패자의 연기. 이건 진짜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