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왓챠 추천작. 식사시간(주로 저녁)에 가볍게 드라마 한 편씩 보면서 지낸지 꽤 되었는데, 밥 먹을 때는 집중도가 약간 흐트러져서 대체로 약간 재치있는 드라마나 가벼운 시트콤 위주로 챙겨보는 편이다. <김씨 편의점>이나 <원 데이 앳 어 타임> 혹은 <중쇄를 찍자!> 같은 드라마를 두세 번 쭉 챙겨 보고, 최근 그와 비슷한 가볍고 재밌고 숭덩숭덩(!)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없나 찾던 중에 발견하게 된 <맛있는 급식>. 왓챠에 시즌 1이 공개되어 있다. 2019년 제작.
항상 근엄하고 진지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 급식을 먹기 위해 출근한다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 교사 아마리다. 매일 제공되는 급식의 메뉴 하나하나에 엄청난 의미와 희열을 부여하며 지내는 그에게, '급식계'의 적수 카미노 군이 나타난다. 두 사람은 급식 시간 좀 더 '맛있게' 급식을 먹기 위해 무언의 결투를 하게 된다.
얼핏 보면 <고독한 미식가>나 <심야 식당> 같은 부류의 드라마지만, 배경이 1980년대 학교이고, 주로 등장하는 메뉴가 주인공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제공되는 '급식'이라는 데 특색이 있다. 일본 드라마기 때문에 급식 메뉴 자체는 한국의 그것과 다르지만 어쨌든 급식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기 좋은 드라마로, 교사 아마리다 역을 맡은 이치하라 하야토의 호들갑스러운 연기가 일품이다. 총 10개의 에피소드지만 편당 20분 정도로 가볍게 볼 수 있는 것 또한 장점. 특히 어린 시절 급식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드라마가 일본의 80년대를 구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급식 문화 일부를 일본의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 자체를 감상하는 것에 대한 장벽은 높지 않은 편.
각각의 에피소드는 급식의 메인 디쉬(!) 별로 나누어져 있다. 익숙한 음식이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런 류의 드라마가 흔히 그러듯, <맛있는 급식> 또한 음식을 소개하는 동시에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과 그들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사건을 포진시켜, 결과적으로 흐뭇한 해피엔딩을 만들어내는 다소 뻔한 흐름을 고수한다. 하지만 확실히 <맛있는 급식>은 작품성보단 소모적인 즐거움이 8할을 차지하고, 매일 바뀌는 급식의 메뉴, 그리고 음식과 관련된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골라보는 재미만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일본 시트콤 특유의 급발진하는 연기와 전개가 있지만, 유머러스하게 표현되기에 거부감은 별로 없다.
아무 생각 없이 킬링 타임용으로, 혹은 무료하다 싶을 때 가볍게 볼 수 있는 시트콤으로 적합하다. 가끔 굵직한 드라마를 몰아보고 숨을 돌리고자 이런 류의 드라마를 부러 찾아보는데, 막간의 광고를 보는 느낌으로 가볍게 시청하기 아주 제격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