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지난주 공개된 작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소년 심판>이다. 제작 초기부터 김혜수와 김무열 주연, 이성민, 이정은, 염혜란 등 굵직한 배우들이 등장해 화제가 되었다. 한국 최초로 '소년법'을 다룬다는 점에도 주목받았으며, 포스터의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소개 문구로도 화제에 올랐다. 총 10부작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다수의 드라마를 연출한 홍종찬 PD가 연출을 맡았고, 김태성 음악감독이 함께 했다.
말 그대로 '소년법'이 주가 되는 법정물.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이 청소년 범죄율이 가장 높은 연화 지방법원 소년부에 새로 부임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심은석 판사는 법관에 임명되던 시절부터 소년범들에게 잔혹하기로 유명하여, 연화 지방법원은 그의 부임 직후 바짝 긴장한다. 그와 더불어 심은석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갱생의 길을 걷게 하는 걸 중시하는 좌 배서인 '차태주(김무열)'판사와, 다른 꿈을 가지고 있는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와, 매 사건마다 부딪히게 된다.
굵직한 사건들이 주를 이루고, 연화 법원의 판사들이 이를 해결해나가는 와중에 자신의 과거, 상처들과 마주하며 전반적인 캐릭터들이 종국에는 한층 더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 예의 법정물이지만, '촉법소년'을 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배우 김혜수가 법원 최고의 냉혈한 판사로 열연한다는 점에서, 다른 시리즈와 차별점을 둔다. 특히 소년범 자체에 주목하지 않고, 그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 및 어른들의 적극적인 개입, 비리, 횡령 등 다양한 사회의 이야기들을 한데 버무렸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특정 사건에 대한 엇갈린 주장을 다방면으로 비춰주면서도, 어느 한쪽을 절대 선, 혹은 절대 악으로 몰고 가지 않는 점에서 유려한 연출이 빛났다.
가장 큰 특이점이자 장점은 일련의 한국 드라마가 그렇듯 '가족사'가 거론되는 동시에 이상한 신파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 여러 사건을 주도하고, 여러 사건에 휘말리는 청소년들을 보여주면서도, 그들을 통해 신파적 연출을 보여주는 대신 다양한 각도에서 인물들을 조망하여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접근하여 일관된 주제의식으로 인도하는 흐름이 탁월했다.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각각 독립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잘 살려 아주 무겁지만은 않게 중간중간 여러 상황을 배치했다는 것 또한 장점 중 하나. 다만 10부 내에 촉법소년들의 이야기와 중심인물인 두 판사의 개인사까지 엮으려 하다 보니, 몇몇 등장인물은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전체 흐름을 보았을 때, 어느 정도 눈감아 줄만한 부분들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소년 심판>의 가장 큰 장점은 '소년범'과 '소년법'이라는 큰 주제를 놓치지 않고 강도 높게 일관된 연출로 다룬다는 것.
뭐니 뭐니 해도 <소년 심판>의 8할은 배우들의 열연, 특히 대부분 남성 위주로 고위 관직 혹은 중심 서사가 흘러가던 한국 드라마 속의 법정물을 '김혜수'라는 배우가 전혀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냈다는 점. 특히 <내가 죽던 날>에서 함께 열연했던 배우 이정은과의 만남과 신경전이 가장 재밌었다. 또한 '심은석'이라는 확고하고 원칙적이며 워커홀릭의 캐릭터를 보필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남자 판사 차태주, 김무열 배우의 역할과 캐릭터성이 빛나 김혜수와 정말 좋은 콤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통해 데뷔했거나 정식으로 스크린 데뷔를 치른 신인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과 능력이 돋보였다.
다만, <소년 심판>에서 다뤄지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실제 있던 범죄 사건, 그것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에서 그 모티브를 따왔기에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으며, 상황에 따라 불편한 연출이 제법 있다. 다수가 강자가 약자에게 일으키는 범죄이고 그 대상이 후반부에 이르러서 '여성청소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트리거 포인트가 좀 있다. 그리고 '소년범죄'를 다루고 있으나, 청소년 흡연 및 음주 등의 묘사와 폭행 장면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다행스럽게도(?) 19세 관람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