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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r 05. 2022

맷 리브스 감독의 <더 배트맨>


오래 기다렸던 <더 배트맨>을 보고 돌아와, 가벼운 마음으로 남기는 후기. 마블보다 DC코믹스의 히어로를 늘 좋아했고 이유는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철학 때문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배트맨'이다. '배트맨'을 누가 싫어하겠냐 싶지만 '고담 시티'라는 장소 안에서 주인공과 함께 계속해서 충돌하는 빌런들과, 결코 절대 선이라 할 수 없는 이중적인 면모를 잘 담아내는 히어로이고, 그 때문에 모던에이지부터 다크나이트 트릴로지까지의 모든 영화들을 무척 흥미롭게 챙겨봤다. 히어로를 내세운 시리즈물로 항상 만족스러웠고, 팀 버튼의 '배트맨'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에 길들여졌다고 해야 할까. 크리스천 베일이라는 배우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놀란의 재능과 한스 짐머/제임스 뉴튼 하워드의 재능이 만나 만들어낸 명작 히어로물이기도 했고, 그 중심엔 아무래도 시리즈의 메인 빌런인 조커(히스 레저) 캐릭터가 자리하고 있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꽤 오랜 시간 놀란의 '다크나이트'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맷 리브스 감독의 새로운 배트맨의 캐스팅과 빌런 빌딩에 대해서 개봉 전까지 여러 고민이 들었던 건 사실이었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의 영향이 클 거라 생각했던 <더 배트맨>은 의외로 전선을 따르지 않고, 좀 더 어둡고 색다른 '배트맨'의 길을 열어 주는 데  성공했다. '배트맨' 시리즈의 거의 메인이나 다름 없던 빌런 캐릭터들을 조금 죽이고(그게 메인 소재일지언정), 고담시티를 떠나지 못하고 떠날 수도 없는 부잣집 도련님(그런데 이제 가면을 쓴) 브루스 웨인의 서사에 좀 더 치중해 그 과거를 파헤치고 '배트맨'이 어둠을 등지고 빛으로 걸어 나오게끔 이유와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초반과 후반은 미국 고전 탐정소설을 읽는 분위기가 강한데, 애초에 맷 리브스 감독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어둡고 하드보일드 장르의 색이 짙은 영화가 되었다. 개인적인 취향은 <더 배트맨>보다는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쪽에 더 붙어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 배트맨>은 나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신경 쓰다가 중간 정도의 위치에 머문 다소 평작같이 느껴졌으나, 이전의 '배트맨'을 지우지 않고 새로운 '배트맨'의 방향을 설정하고 개척한 점은  만족스러웠다. 클럽 부차 캐릭터에 관한 일 등 사실상 생략해도 좋을 듯한 서사와, 리들러 캐릭터에 대한 다소 소극적 묘사가 여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이맥스로 관람했지만, 돌비에서 관람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다시 볼 기회가 있다면 돌비에서 보고 싶지만, 러닝타임이 워낙 길어서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은 너무도 취향. 어쩜 이렇게도 유약하고 강인한 이중성을 가진 이 캐릭터를 잘 살려내는지. 이미 보증된 연기의 새로운 '배트맨'이 그 영역을 넓혀가는 걸 그저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배트맨'의 캐스팅에 있어 여러 소음이 있긴 했지만, 그거야 매번 '배트맨' 역 발표에 있어 늘 있었던 일이고, 그래, 이제 크리스천 베일(오빠)을 놔 줄 때도 되었지,라는 생각을 하며 새로운 배트맨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그리고 '리들러'역의 폴 다노. 정말 완벽한 캐스팅. 


더불어 정말 친애해 마지않는 배우 베리 키오건이 새로운 조커를 연기할 거라는 예고 대로, <더 배트맨>에도 잠시(정말 잠시) 그가 등장한다. 폴 다노와 베리 키오건이 난장판 칠 예정인 속편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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