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오랜만의 단편. 지난 2월에 서비스되기 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제거의 대상이 된 한 아이의 탈출기를 그린 영화로, 애슐리 이킨이 감독했으며 주연을 맡은 배우 피터 역할은 실제 장애를 가지고 있는 배우 녹스 깁슨이 맡았다.
1939년 히틀러가 시행한 'T4'라는 프로그램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의 주 소재다. T4 프로그램은 장애인과 정신질환자들을 실험의 대상이나 살해가 가능하도록 명령한 일종의 '학살 허가'로, 30만 명의 사람들이 이 학살로 살해당했고 대다수는 어린아이들이었다고 한다. 이후 40만 명의 장애자 혹은 장애를 가진 부모를 둔 사람들에게 강제로 불임시술을 했다고 하는데, 이 자국 장애인 절멸 정책을 토대로 대규모 학살의 도구로 사용된 '가스실'이 고안되었다고. 이 설명은 영화의 말미에도 나온다.
나치 히틀러의 우생학을 전면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나치가 없애버린 '장애인' 자체를 농도 깊게 다룬 영화. 약 11분 남짓한 아주 짧은 영화이지만 생각할 지점이 많고, 정갈한 단편의 전형을 보여주는 다양한 편집과 연출, 스토리라인이 돋보인다. 최근 '장애인에 관한' 혐오가 끊이지 않는 한국에서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클 것 같다. 전국장애인연합의 시위에 눈을 찌푸리며 '출근길에 무슨 행패냐'고 들먹이는 사람들, '장애인이 된 건 이유가 있어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영화 속에서 '방해가 되면 죽여야지'라고 말하는 비장애인 남성의 대사를 보며 떠올랐다. 몇십 년도 더 전의 일면을 다룬 영화지만, 2022년 현재의 한국에도 충분히 대입 가능한 영화라고 생각되어, 몹시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