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
이번 주 추천작은, 오랜만에 인도 영화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의 최근 작으로, 국내 넷플릭스 순위에서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영화다.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은 <데브다스>, <블랙>, <청원>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영화들의 연출자. 개인적으로는 2015년작인 <바지라오 마스타니>와 2018년작인 <파드마바티>(압도적 걸작)를 다른 모든 영화들보다 압도적으로 좋아한다. 지금까지의 영화들에서 보여준 결이 있기 때문에,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도 오랜 시간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인도 북서부 해안가 변호사의 딸이자 발리우드 배우를 꿈꾸던 '강가'가, 애인에게 속아 뭄바이의 한 유곽에 1,000루피에 팔린다. 가족에게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은 강가는 이름을 '강구'로 바꾸고, 몇 년 뒤 이 유곽의 주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은 이름을 바꾼 '강구'의 일대기로, '뭄바이의 마피아 퀸'이라는 후세인 자이디의 범죄 소설 중 한 챕터이자 실존 인물인 '강구바이 코테와리'를 원안으로 두고 있다. 다만 실제 '강구바이'의 생애를 적극적으로 차용해 전기적 영화를 만들기 보다는 상업영화에 틀에 맞춰 적당히 실화와 각색 사이에 위치하도록 연출했는데, 때문에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의 오프닝롤에도 이 영화가 전기나 실화가 아닌 팩션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다만 자와할랄 네루 총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실제 인물의 이름을 차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아 조금 아쉽지만,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을 보고 있으면 '과연 산제이 릴라 반살리'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자체는 고발적이거나 사회비판적 요소를 어느 정도 품고 있지만 그 선을 상업영화의 틀에 맞춰 지킨다. 중심 소재나 이야기 자체는 느와르(인도식)의 기법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사건을 보여주기 위해 선정적인 장면과 폭력 또한 최소한으로 연출했고, 소위 말하는 '갑툭튀' 형식의 뮤지컬씬도 제거했다. 발리우드 영화 문법에 있어서는 대단히 건조한 형식이라 생각되지만, 막상 영화는 또 그런 느낌이 전혀 없이 매끄럽고 유연한 웰메이드를 자랑한다. 주인공 '강구'가 겪는 시련은 참혹하지만, 그걸 일종의 성장에 대한 허들 넘기로 다루고 있기에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있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힘들지 않게 바라볼 수 있다.
특히 '강구'라는 어려운 인물을 소화해 내 마치 자신이 '마피아 퀸'인 듯하게 고스란히 영화에 녹아 있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 알리아 바트가 압권이다. 2014년부터 꾸준히 여러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여러 어워드를 수상한 배우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그 정점을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에서 찍고 있지 않나 생각을. 소재와 주제도 그렇지만, 정말 '마피아'가 된 듯한 억양 변화와 좌중을 압도하는 장면들이 카리스마가 넘쳤던 '강구바이' 그 자체라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알리아 바트를 오랜만에 봐서 너무 반가웠고, 이 영화의 주연을 그녀가 맡아서 너무 좋았다.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은 1960년대의 뭄바이 사창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그 이야기 자체를 현재의 인도, 특히나 한국의 상황과 저울질하며 보기는 무리가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은 성 매매와 인신매매에 대한 문제, 더 나아가 여성 인권과 여성 해방에 대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진 않는다. 하지만 (역시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는 정말 말 그대로 '웰메이드의 상업 영화'로, '강구'의 생애 자체를 그리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고 '강구'의 캐릭터를 <대부>의 그것과 결합시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점으로 영화를 바라보기보다는, 상업영화, 1인 캐릭터 영화로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
이 영화의 주요 장소로 나오는 '카마티푸라'는, 인도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유명한 '지옥 문'이라 일컬어지는 실제 장소이기도 하다. 카마티푸라는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의 '강구', 그리고 실존 인물인 제르반데스 강구바이가 꿈꿔왔던 세상이 되진 못한 채 이 지역의 성 노동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여전히 홍등가가 있던 자리에서 성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고, 불과 몇 년 전까지 '기획 관광'이라는 이상한 타이틀로 관광상품을 개발해 뭇매를 맞았다. 2022년 주 정부는 카마티푸라의 대규모 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이어지는데, 이곳은 여전히 10대의 소녀들이 착취당하고 있는, '강구'의 활동 시절인 1960년대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기도 하다. 'Kamathipura'를 검색하면 다양한 정보가 나오는데, 2012-2014년 경에 외신을 통해 보도된 아티클이 꽤 많다. 이 영화의 원작인 '뭄바이의 마피아 퀸' 또한 팩션이지만 카마티푸라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는데, 영화의 유명세를 타고 국내에도 좋은 곳에서 번역 출판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