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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un 20. 2022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퍼스트 킬> 시즌 1


*스포일러 없습니다. (라고 쓰면서 이 시리즈에 스포일러가 과연 중요한지 생각해 보게 만들었던....)



이번 주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퍼스트 킬>. 지난 6월 10일에 넷플릭스에 론칭되었으며 제작 전부터 '뱀파이어 퀴어 로맨스'라는 타이틀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빅토리아 슈와브라는 미국 영 어덜트 베스트셀러 작가의 동명의 단편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이 시리즈에도 작가 본인이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수위가 높을 걸로 예상해 의외로(?) 15세라 시리즈를 들여다보기 전엔 좀 놀랐는데, 원작이 뱀파이어 하이틴 로맨스라는 걸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것 같다. 세라 캐서린 훅, 이마니 루이스, 엘리자베스 미첼 주연.


<퍼스트 킬>은 사실상 저 포스터 사진 한 장에 모든 것이 다 나와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퍼스트 킬>은 뱀파이어 줄리엣과 사냥꾼 칼리오페의 이야기로,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의 도약을 위해 첫 번째 타깃을 물색하면서 서로 마주하게 된다. 줄리엣은 명망 높은 뱀파이어 가문의 딸이고, 칼리오페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괴물 사냥꾼 길드의 조합원이자 그들의 딸. 두 사람은 학교에서 첫 만남을 이어가며 완전히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어찌 보면 완벽한 '적인'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첫 번째 에피소드를 시작하면서부터 둘 사이의 묘한 공기를 지켜보며 은은한 로맨스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 묘한 기류 속에서 첫판부터 단숨에 서로가 적인 걸 파악하더니, 급기야 '첫 번째의 무언가'를 계속해서 이어가게 된다. <퍼스트 킬>의 각 에피소드는 '첫 키스' '첫 대결' '첫 데이트' 등 줄리엣과 칼리오페의 반경에 일어나는 '첫 번째' 충격들의 집합인데, 이 드라마는 대놓고 자신의 정체성을 피해가거나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지 않으려는 듯 곧고 강하게, 말하자면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돌직구를 던지며 시작한다. 뱀파이어와 뱀파이어 사냥꾼이 서로 사랑하며, 그들의 가족이 아웅다웅하고, 시리즈가 후반부로 이어지며 막장 노선을 타게 되리라는 모든 암시를 이미 첫판부터 시원하게 보여주며 시작한다.


<퍼스트 킬>은 퀴어 뱀파이어물로, 두 주인공이 레즈비언으로 등장해 적이자 애정의 대상인 서로에게 애증을 품으며 진행되는 이야기다. 이들의 애정공세가 '일단 한번 죽이고 시작한다'로 출발한다는 건 정말 흥미롭다. 보통의 뱀파이어물은 어떤 장르든지 마을이 괴물의 존재를 쉬쉬하며, 배경을 그로테스크하게 만들거나 뱀파이어의 생존, 사냥 그 자체를 모토로 하는 영화나 시리즈들이 많은데 <퍼스트 킬>은 처음부터 '자, 이제부터 막장 드라마가 시작됩니다'라고 종을 댕댕댕 치며 본론으로 훅 들어간다. 뱀파이어가 소재이긴 하지만 정작 까고 보면 레즈비언 로맨스가 중심인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고어적인 느낌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듯 생소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CG 퀄리티를 빼서 로맨스 장면에 모조리 투입했다는 유머가 나오는데, <퍼스트 킬>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렇군'하며 깔깔대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흑인 집안 VS 백인 집안의 설정을 대놓고 넣은 것도 그렇고, 몇몇 장면들은 정말 대놓고 B급 장르라 최근 봤던 시리즈 중에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머리 비우고 즐겁게 볼 수 있었다. "이 마을에 괴물이 돌아 왔대요." "오 그렇군요" 이런 대화가 아무렇지 않게 가능한 시리즈라니 너무 즐거웠다.


1화부터 8화까지의 모든 에피소드가 대부분 클리셰 범벅의 여러 장르를 표방한 느낌이 드는데, 여기에 퀴어-레즈비언 요소가 한도 끝도 없이 투입되니 다소 신선한 느낌이 들어 지루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퍼스트 킬>의 주제는 '뱀파이어 vs 인간'이 아니라, 원 앤 온니 '동성애'임을 보여주는 연출의 흐름 또한 너무 웃겼다. 얼마 나오지 않는 군중씬이라든지 괴물과의 혈투를 벌이는 장면은 얼레벌레 넘어가고, 본격적인 애정씬이 나오면 템포도 느리고 연출력이 몇백 배로 뛰는 엄청난 쿠소 영화적 마인드에 박수를 쳤다. 두 주인공이 하이틴이고, 티격태격하며 애증을 쌓아가는 과정 또한 청소년의 그것이기에 상큼(!)하게 즐기기 좋았다.

현재 시즌 2를 촉구하는 팬덤이 넓게 형성되었는데 제작진은 스트리밍 성적을 봐서 시즌 2 제작 여부를 확정 짓는다고.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드라마를 서비스하는 자체가 넷플릭스의 정체성이라 생각하기에, 캔슬 없이 시즌 2로 이어져 <퍼스트 킬> 시즌 2를 빠른 시일 내에 즐겁게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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