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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un 27. 2022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RRR>




이번 주 추천작은, 지난 3월에 인도를 포함해 전 세계에 개봉한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RRR>. <바후발리>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S.S라자몰리 감독의 신작이다. 제작 당시 역대 최대의 제작비가 들 예정으로 주목 받기도 했던 영화다(실제로는 전체 2위에 랭크되었다. 1위는 <2.0>). 힌디어가 기반이 아닌 텔루구어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며, 2018년 첫 제작에 돌입했다가 코로나19때문에 계속된 지연 촬영이 이어졌고, 2021년 8월을 마지막으로 촬영을 마쳤다. 람 차란, 라마 라오 주니어, 아제이 데브간, 그리고 알리아 바트 등이 출연했다. 현재 인도 박스 오피스 상위에 랭크되어 있으며, 특히 북미 지역에서 화제를 끌고 있다. 러닝타임은 라자몰리 감독의 영화가 그렇듯(그리고 인도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세 시간이 조금 넘는다.


포스터 이미지처럼 불과 물 같은 남자, 서로 다른 생각과 다른 사명을 가지고 있으나 묘하게 끌리는 '라주'와 '빔'의 브로맨스(...)가 주된 스토리다. 실제 모토가 된 혁명 투사인 '시타라마 라주'와 '코마람 빔' 두 사람이 있긴 하지만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았고 접점 또한 없었기에 모든 서사는 완벽히 허구고, 라자몰리가 직접 각본을 맡았다. 영국 통치하, 식민지로 탄압받는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각기 다른 위치에서 똑같은 목표를 꿈꾸는 두 혁명가가 바로 이 라주와 빔이고 이들이 만나고 결헙하여 결국 성공을 쟁취한다는 이야기다. 제목인 <RRR>은 영어로 'Rise, Roar, Revolt'로 되어 있으나 텔루구어 본 포스터에는 'Rage, War, Blood'의 뜻이 함께 설명되어 있다. 제목이 'RRR'이 된 배경은 이 영화의 긴 프롤로그 장면에 친절하게 설명된다. 'RRR'은 영화의 제작 단계까지 임시 제목이었으나 결국 이 제목이 영화의 실제 제목이 되어버렸다.


라자몰리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통쾌한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다. 본인의 전작인 <바후발리>를 오마주하는 듯한 몇 개의 장면이 인상적인데, 라자몰리가 주로 역사와 시대, 부족 등의 명예와 서사를 중요시하듯 <RRR>에도 이 부분들이 아주 밀접하게 영화의 전체 주제와 맞닿아 있다. <RRR>은 잘 다듬어진 히어로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로, 두 히어로인 라주와 빔은 명백히 '인간'이지만, 그 타고난 능력과 노력을 통해 얻은 재능은 인도의 여러 신들, 특히 '라마야나'의 서사를 연상케 한다. <RRR>의 전반부는 계급 간의 차별, 특히 식민 시절에 영국으로부터 인도인들이 겪어 내야 했던 아픔을 굵게 언급하며 그를 통해 '히어로'가 탄생해야만 하는 배경을 역설한다. 두 사람이 부딪힌 벽과 같은 상황이 심각화되고, 두 투사가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인 후반에는, 두 사람은 서로를 돕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일종의 '신'과 같은 힘을 얻게 된다. 이를테면 인도의 신화 속 영웅들이 겪어야만 하는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넘어, 진정한 깨달음을 얻고 막강한 힘을 갖게 되는 구조가 <RRR>에 녹아져 있는 셈이다.


<바후발리>의 액션과 서사를 좋아했다면, <RRR>의 모든 걸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스케일과 액션 자체도 라자몰리의 전작들보다 한층 더(돈을 더 많이 들였으니 당연하겠지만) 퀄리티가 높아졌고, 주요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각본 또한 전작들보다 탄탄해진 느낌이다. 특히 성대한 파티를 열고 왈츠를 추는 영국인들에게 '춤에 대해 한 수 가르쳐 주겠다'며 혀를 내두르는 춤 사위를 보여주는 장면은 통쾌하기 그지 없을 정도. 여담이지만 알라이 바트는 이 영화를 위해 텔루구어를 공부했다. 약 3년 만에 제작을 마친 만큼 자잘한 조연의 변화도 있었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기에 따로 언급할 정도는 아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인도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실제 혁명가들을 담는다. <RRR>은 어쨌든 허구지만 실제 독립운동가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한 각본이고, 영화의 배경 또한 실제 영국 치하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이 엔딩롤은 현지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고. 다소 민족주의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겠고 엔딩 롤에 올라가는 혁명가들의 얼굴과 이름은 한국인에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RRR>을 보고 나면 이른바 '만들어진 애국심'이 마치 <탑건:매버릭>을 본 직후 차오르는 것 같은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국내에서 이루어지지 못한 극장 개봉. <RRR>은 돌비 애트모스와 아이맥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라자몰리 감독 스스로도 '이건 스크린을 위한 영화'라고 못 박은 만큼 극장 개봉을 간절히 바랐지만, 불발되었다. 국내에 큰 제작비를 들인 인도영화가 개봉을 꺼리는 이유는 한국 극장 개봉보다 스트리밍채널을 통한 공개가 더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기도 하고, 품도 덜 들기 때문. 단순히 말하면 수익 구조가 맞지 못해 국내 개봉이 불발되는 인도영화가 많은 편이다. <파트마바티>를 델리 아이맥스에서 보았던 때를 생각하면, 이후 영화들은 모두 스트리밍을 통해 관람해야 하는 한국에서의 사정이 너무 통탄하다. <RRR>은 아이맥스/돌비는 아니더라도, 국내 어디에선가 큰 극장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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