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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ul 04. 2022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이번 주 추천작은,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오랜만의 최민식 주연 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개인적으로 박동훈 감독의 전작인 <소녀x소녀>, <계몽영화> 등을 좋아하기에 오래 기다린 영화였다. 2022년 3월 초에 개봉했으나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박스오피스에 머물며 1위도 하긴 했지만, 같은 시기에 개봉한 <더 배트맨>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밀리기도 했다. 김동휘, 박병은, 박해준, 조윤서 등이 주조연으로 출연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은 탈북한 천재 수학자 '리학성'과 수학포기자, 이른바 '수포자'의 길을 걷고 있던 자립형사립고의 학생 '한지우'가 예기치 않게 만나며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리학성은 학문의 자유 때문에 탈북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한지우가 다니는 경비원으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지우는 리학성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수포자인 자신의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길임을 깨닫고 그에게 수학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영화의 로그 라인은 <굿 윌 헌팅>이나 <뷰티풀 마인드>, <파인딩 포레스터> 등과 비슷하다. 다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는 그 주체가 단순히 스승과 제자가 아닌, 북한과 남한, 서로 다른 이념 속에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데 특이점이 있다. 본인의 신분을 숨긴 채 학교의 경비원으로 살아가며 학생들에게 온갖 '인민군'이라 불리며 구박을 받는 리학성이 잊고 있던 학문의 즐거움, 이를 순수하게 깨닫고 한발 나아가 현재를 탈피하는 데 한지우가 크게 작용한다. 크게 보면 두 사람 모두의 성장영화라 해도 좋을 법하다.


수학을 모르면 재미가 없을 것 같지만, 만년 수포자로 살아 온 내가(...) 무난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거나, 수식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하는 부분은 없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오일러 공식'을 다루는 부분이 특히 재밌는데, 연출 이전에 '수학'이 등장하는 부분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작용하게끔 배치한 티가 드러나서 재밌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주연인 최민식은 그간 굵직한 역할의 주연, 대체로 파워 넘치는 주연의 이미지를 벗어내고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주연을 맡았고,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최민식이 끌고 나갔다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일탈의 긍정적인 의미와 휴머니즘의 조화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여담이지만 최민식이 주연한 영화 중 가장 힘을 빼고(관객이) 볼 수 있던 영화가 아닐까 싶다. 최민식 배우의 최근 커리어는 대체로 스릴러 등에 고정되어 있어 그의 초창기 커리어도 생각나고, 여러 모로 신선했다. 각 잡고 보기보다 가볍게 흐르듯 관람하기 좋은 영화. 극을 유려하게 끌고 가는 연출과 그를 받쳐주는 조연들의 케미가 몹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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