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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ul 11. 2022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주 咒>

*영화의 결말과 반전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지난 주에 공개된 호러영화 <주 咒>. '빌다'는 의미의 '주'를 뜻하는 '咒' 한 글자가 제목으로, 케빈 고와 장체웨이가 공동 집필하고 케빈 고가 연출을 맡은 대만의 신작 공포영화다. 지난 2022년 3월에 대만에서 개봉했으며, 대만에서 가장 높은 흥행기록을 세운 공포 영화로 랭크,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배급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영화 속에 일어나는 일은 모두 각색을 통해 재구성되었으며, <주 咒>에서 차용한 실화는 가오슝의 사이비종교 관련 사건으로 영화 속 내용과 같은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주 咒>는 한 여성이 자신이 사실은 6년 전 금기를 깨버렸고, 그 저주를 받아 딸 '둬둬'가 고통받고 있다고 말하며 함께 축복을 내리는 주문을 외워 달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화불수일 심살무모'라는 주문을 외우며 특정 문양을 기억해달라고 호소하는 여성. 그녀는 자신의 카메라로 기록한 기이한 일들과, 자신의 딸에게 일어나는 초자연적 현상을 보여주며 이 모든 게 6년 전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갔던 탓이라고, 자신과 딸이 저주받았다고 말한다.


<주 咒>는 페이크다큐멘터리의 형식을 하고 있으며 <파라노멀 액티비티>나 <블레어 윗치> 류의 공포를 계승하려는 듯 보인다. 청소년관람불가이긴 하지만 아주 고어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으며, 수식이나 현상들, 이를테면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벌레들이 떨어지는 등 분위기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일에 초점이 맞춰 있다. 악귀를 받아들이고 저주와 축복을 함께 받고자 하는 한 마을의 제사를 주인공이 친구들과 촬영하러 가면서, 그곳에서 알 수 없는 일을 겪고 저주를 받고 밖으로 수 년 이후까지 저주를 떨치지 못해 고통받는다. <주 咒>는 저주의 시작과 현재를 교차편집하여 보여준다. 페이크다큐멘터리의 형식을 한 일련의 공포영화들이 가진 형식을 특별히 벗어나지도 않고, 촬영 방식이나 서사 자체도 새로울 것은 없지만, <주 咒>에서 메인으로 다루고 있는 주문인 '화불수일 심살무모'라는 글자, '복과 재앙은 한데 얽혀 있고 삶과 죽음의 경계는 하늘에 정해져있다'고 이야기하는 이 주문이 여타 비슷한 장르의 공포영화들과 <주 咒>를 구분하게 만드는 특이점이다. 영화의 막판에 이르러, 이 주인공은 사실 지금까지 자신이 거짓말을 해왔으며, 영화의 초반에 보여주며 함께 외우기를 종용했던 그 주문은, 사실 불특정다수에게 '저주'를 끼얹는, 이를테면 자신에게 씌워진 저주의 짐을 대신 지우게 하는 역할을 함을 토로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반전은 주인공의 고백이 이뤄지는 이때부터 이어진다.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받은 저주를 지우기 위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개입하고 주문을 외우기를 바란다는 설정은 일련에 떠도는 도시괴담의 일부를 차용한 듯하다. 이런 류의 페이크다큐가 대체로 그렇지만, <주 咒>의 주인공의 호소력 있는 연기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화불수일 심살무모'라는 저주의 주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주 咒>는 만들어내는 분위기 자체도 그렇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랑종>이 걸어야 했던 길을 보여주는 영화로, '믿음'과 '저주' 사이의 경계를 유려하게 오가는 연출, 공포영화의 선을 지키는 동시에, 오로지 '기분 나쁨'을 위해 배치한 게 아닌 개연성을 주기 위해 효과적으로 편집하고 연출한 장면들의 연속이 돋보이는 영화다.


<주 咒>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이름'과 '얼굴'이라는 단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는 것. 극중 저주와 축복을 동시에 받은 이 이상한 마을에서 주문을 외울 때 '이름으로 공양을 드린다'고 표현하고,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이 이 마을에 숨겨진 깊은 굴 안에 안치되어 있던 그들의 신, 불상의 가려진 머리를 벗겨 드러낼 때 머리가 없는, 얼굴이 텅 빈 불상/불모가 드러난다. 인간들의 이름을 가져가고 고유의 특징을 가진 얼굴을 차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그렇게 이름도 얼굴도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 불특정다수에게 내린 이름과 얼굴의 도둑질에 대한 저주 때문에 마을의 신은 지금까지 생의 끈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 메타를 역어내며 마지막에 불상의 빈 공간, '없는 머리'를 보여주는 장면이 정말 좋았다.


무서움'의 강도보다는 '기분 나쁨'의 강도가 더 센 영화다. 특히 이 영화는 환공포증과 벌레공포가 있다면 견딜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이것은 좀 주의를 당부하고 싶다. 다만 앞서 말했듯 고어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고, 점프스케어 같은 공포영화가 가진 특유의 '깜놀' 기법이 자주 드러나는 영화도 아니긴 하다. 하지만 대만에서 몹시 무서운 공포로 일종의 트라우마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 咒>를 바라보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무속신앙과 민속신앙을 깊게 믿으며 사후세계와 공양에 관련된 설화를 일상에서 깊게 받아들이는 대만에서, 주문을 외고 표식을 바라보며 일상에 가까이 있는 불상을 토대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공포영화라면 넓게 먹힐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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