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도시, 빈(비엔나)

by 강민영

오스트리아의 빈은 슈베르트, 슈트라우스, 베토벤 등 다양한 음악가들의 도시로도 유명하며, 중세 도시의 고즈넉함을 가득 안고 있어 아름다운 유럽 문화의 향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빈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은 대부분 합스부르크 왕가 시절부터 이어져 왔던 찬란하고 화려했던 빈의 과거와 역사를 보기 위해 이 곳을 찾곤 한다. 하지만 무심코 스쳐 지나가게 되는 빈의 지금, 빈의 현재 모습 또한 빈의 과거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야기들 중 하나다. 중세부터 현재까지의 무수한 시간이 함께 공존하는 곳, 아름다운 ‘어제와 오늘’의 도시 ‘빈’의 명소들을 소개한다.


슈테판 대성당


빈을 상징하는 건물, ‘슈테판 대성당’


빈을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꼭 한 번씩 마주치게 되는 빈의 명물인 슈테판 대성당은 과거의 빈을 가장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건축물이다. 슈테판 대성당은 중세 유럽 전역에서 발달했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되었지만 빈에서 일어났던 엄청난 화재를 통해 전소되었고, 이후 보헤미아 왕에 의해 재건되었다.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를 통해 고딕 형식으로 전환되었으나 수 백 년 후 유럽 대륙의 싸움과 세계 1, 2차 대전을 겪으며 거의 파괴되다시피 했다. 현재의 슈테판 대성당은 이와 같이 여러 번에 걸친 전쟁에서 살아남은 잔해들의 복구 사업을 통해 복원된 모습이다. 빈 정부의 복원 사업 이후에도 지금의 온전한 슈테판 대성당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남탑과 북탑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나라가 어려워져서 잠시 건축을 중단하는 과정을 겪기도 했던 것을 보면, 결국 슈테판 대성당은 빈의 명암과 흥망성쇠를 모두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듯 수많은 세월과 다채로운 역사를 모두 품고 있는 슈테판 대성당은 빈의 역사 그 자체인 동시에 오스트리아의 정체성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건축물이 아닐까 싶다. 슈테판 대성당의 웅장한 모습도 압도적인 중세 유럽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한몫 하지만, 성당 곳곳에 새겨진 빈 시민들의 삶의 흔적들 또한 빈의 과거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 도시의 성당은 시민들 모두에게 크고 작은 만남의 장소인 동시에 장터의 역할도 했기 때문에, 빈 시민들에게 있어 슈테판 성당은 삶의 중심과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슈테판 성당의 곳곳에는 이런 시민들의 삶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적들이 새겨져 있어 성당을 면밀하게 뜯어보는 것만으로도 빈의 무수한 세월 중 일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볼거리, 즐길 거리를 모두 갖추고 있는 ‘나슈마르크트’


빈 강과 기다란 철로를 끼고 있는 ‘나슈마르크트’는 빈을 대표하는 시장 중 하나다. ‘마르크트’는 시장이라는 뜻이고 ‘나슈’는 한 입거리, 군것질 거리를 뜻하는 단어인데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나슈마르크트’, 한국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재래시장과 같은 뜻이다. 나슈마르크트는 빈에서 가장 큰 시장이며 각종 식재료와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근래 빈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고, 이로 인해 시장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등 여러 가지 소동 때문에 과거 나슈마르크트의 재래시장 분위기는 다소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나슈마르크트는 여전히 빈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여전히 쾌활하고 활기가 넘친다.


빈의 상점들은 대부분 토, 일요일인 주말에는 문을 닫곤 한다. 또한 설령 가게가 연다고 해도 점심을 먹고 난 이후 몇 시간 이후에는 반드시 가게 문을 닫기 마련이라, 빈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은 긴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곤 한다. 나슈마르크트는 토요일마다 새벽시장이 열리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말에도 문을 열기 때문에, 가벼운 산책을 즐기며 시내 중심가를 배회하다 시장에 들러 구경거리를 즐기며 끼니를 해결하기 아주 적당하다.


나슈마르크트 안에는 채소나 과일부터 꽃을 포함한 각종 식물, 그리고 견과류나 홈메이드 잼 등 정말 다양한 상품들이 곳곳에 즐비해있다. 특히 특별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시장의 양 끝을 가득 채운 다채로운 상점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며 구경하기 일쑤다. 재래시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더 매력을 느낄 테지만, 특별히 시장에 관심이 없더라도 국내에서는 좀처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물품들을 눈으로 보고 즐기며 빈에서의 삶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감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빈의 음식 이야기


‘빈’이 위치한 국가인 오스트리아는 독일, 이탈리아, 체코 등 여러 유럽 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만큼 다채로운 문화를 타 국가들과 공유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모든 면이 국경에 맞닿아 있는 만큼 각 국경에 위치한 주들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국가들의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이들 대부분이 융합되고 재구성되어 주요 도시이자 수도인 ‘빈’에 밀집되었다. 빈에서는 헝가리의 대표적인 음식인 스튜 ‘굴라시’나 체코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스비치코바(소고기 스테이크와 크랜베리 소스, 생크림 등을 곁들여 먹는 요리) 등 주변 국가의 특산물들을 모두 손쉽게 만날 수 있다.


굴라쉬와 빵


바다가 가까이 있지 않기 때문에 해산물 요리가 그렇게 발달한 편은 아니지만, 대신 돼지고기나 양고기를 기반으로 한 육류요리가 굉장히 다양하고 맛있으며 매우 잘 발달되어있다. 빈에서만 즐길 수 있는 명물 요리는 ‘비너 슈니첼’로, 여기서 ‘슈니첼’은 ‘커틀릿(계란옷을 입혀 튀기거나 구운 요리)’을 말하는 독일어다. 비너 슈니첼은 빈에서 시작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빈 만의, 그리고 오스트리아만의 특별식으로 이의 본고장인 빈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비너 슈니첼은 송아지 고기를 납작하고 얇게 다져 밀가루, 계란, 빵가루 등을 묻혀 기름에 튀겨내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돈가스의 맛보다 조금 더 바삭하고 또 엄청난 양을 자랑한다. 보통 비너 슈니첼은 어른 손바닥의 지름을 훨씬 넘는 어머아머한 크기를 자랑하는데, 크기는 엄청나지만 독일식 양배추 절임인 ‘샤워크라우트’와 함께 비너 슈니첼을 먹으면 부드러운 고기와 아삭한 야채의 조화가 일품이기 때문에 금세 그릇이 바닥나곤 한다.


슈니첼


빈에서 빠질 수 없는 먹을거리는 커피다. 우리가 흔히 ‘비엔나 커피’라고 부르는 빈의 커피는, 달콤한 크림을 가미한 ‘멜랑주 커피’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멜랑주 커피’는 도시 어느 카페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대중적인 커피이기도 하다. 빈의 카페는 대개 50, 60년은 기본이고 100년이 훌쩍 넘는 엄청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 유수한 역사 덕분에 빈의 카페들은 대부분 클래식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워낙에 카페 문화가 발달해있기 때문에 쌉쌀한 커피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달콤한 디저트가 굉장히 발달해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빈의 카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붐빈다. 빈의 현지인들은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독서와 사색을 즐기는 문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관광객에게는 주말이나 축제가 낀 주간이면 이러한 카페들에 유유자적 자리를 잡기가 가끔 곤란하기도 하다. 하지만 커피 종류만 서른 가지를 훌쩍 뛰어넘는 ‘정통 카페 문화의 도시’ 빈에서 멜랑주 커피나 아인슈페너(아메리카노에 휘핑크림을 가득 올린 빈의 공식 커피) 커피,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자허 토르테’를 맛보지 않는다면 큰 실수일 것이다. 자허 토르테는 국내에도 좀처럼 맛난 집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빈과 유럽 등지에서만 제대로 만드는 집을 찾아볼 수 있는 희귀한 케이크다. 초콜릿 스펀지에 잼을 바른 후 다시 이를 초콜릿으로 가득 코팅하여 한 차례 식혔다가 차갑게 굳힌 매우 달콤한 케이크인데, 그 달콤한 풍미가 매우 짙어 알싸한 커피와 함께 먹기에 안성맞춤인 디저트다.


비엔나의 초콜렛 케이크


All Photo by 박병희/강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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