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표류단지>. 오랜만에 추천하고픈 애니메이션이 있어 가져와봤다. 스튜디오 콜로리도 제작에 넷플릭스 독점 공개 작품으로, 지난 9월 중순부터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 작품으로 한국에 알려진 작품은 <펭귄 하이웨이> 연출이나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의 원화 정도가 있다. 일본어 원제는 '비를 알리는 표류단지'지만, 한국에는 '표류단지'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었다. 한국어 더빙도 되어 있다.
<표류단지>는 말 그대로 갑자기 표류하게 된 아파트 단지에 탑승한 여섯 소년 소녀들의 해프닝으로, 판타지 드라마와 성장 서사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곧 철거를 앞두고 있는, 하지만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나와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아파트 단지 하나에, 아파트에 사연을 가지고 있는 아이, 혹은 그냥 유령에 관한 관심이 있는 아이, 다른 아이들을 따라온 아이 등 저마다 사연이 있는 아이들이 도착한다. 그러다 작은 다툼이 일어나고,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는 폭우와 함께 건물이 바다 한복판에 놓인 듯 '표류'하게 된다.
치밀한 작화로 유명한 스튜디오의 작품이기 때문에, 작화 자체도 안정적이고 음악이나 서사도 무난하게 올려 붙었다. 여섯 명의 아이들이 주인공이니만큼 표류 상황에 대해 아이들의 시선으로 진행되고 계획되는 일들이 많다. 이를 따라가면서 어린 때의 추억을 떠올리기 좋은데 특히 어린 시절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았던 기억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체로 취향 저격일 수 있을 듯. 아이들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보니 가끔 이해하지 못할 일을 벌이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장면도 제법 많다. 캐릭터 각자의 사연을 따지고 들어가면 이런 '답답함'을 기반으로 한 허점이 다소 보이는데, 약간의 단점들은 <표류단지>의 모든 작화와 배경 묘사가 전부 덮어준다. 시원한 바다와, 바다에서 표류하는 아파트 단지 그리고 다른 건물들, '물'이 주가 되는 위기 상황을 묘사한 부분들은 몹시 청량하고 훌륭하다. 그야말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인 동시에,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무난한 애니메이션.
뱀발. 폐건물에서 사건이 일어나도, 아이들이 표류한다는 설정 만으로 애니메이션을 보기 전 <표류교실>을 생각했지만 작화 자체가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밝고 긍정적(...)이기 때문에, <표류단지>를 재생하자마자 잘못 생각했음을 직시했다. 개인적인 취향은 <표류교실> 쪽이 좀 더 좋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