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2022년 여름에 인도 현지에서 개봉했고 2022년 겨울에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기 시작한 <달려라, 랄 싱 차다>. <시크릿 슈퍼스타>를 연출한 아드바이트 찬단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인도의 대스타 아미르 칸이 주연과 제작을 동시에 맡아 화제가 된 영화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포레스트 검프>를 각색한 작품이며, <세 얼간이>에서 함께 주연을 맡은 카리나 카푸르가 출연했고 까메오로 역시 인도의 대스타인 샤룩 칸이 출연한다.
<포레스트 검프>를 각색한 이야기이기에 많은 부분이 원작과 닮아있다. 워낙 유명한 영화이기에 각색 자체에 심혈을 기울였고, 각색을 도맡은 아툴 쿨카르니는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한 후 각색 수정에만 10년을 바쳤다고 밝힌 바 있다. 촬영과 제작 중에 팬데믹 직격타를 맞은 작품이기도 한데, 2019년에 촬영이 시작되어 몇 개월 안에 제작을 마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결국 2021년 하반기에 들어서야 완성되었다.
제목 그대로 '달리는 랄 싱 차다'에 관한 이야기다. <달려라, 랄 싱 차다>의 주인공인 '랄 싱 차다'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시크교 가정의 소년이었다. 시크교도가 주로 모여 사는 지방에서 살던 랄 싱 차다는 어느날 친한 친구인 루파와 함께 길을 걷다 불량배들을 마주하고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뛰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장애를 극복했고 심지어 자신이 아주 빨리 달리는 사람이라는 걸 직시한다. 이후 계속해서 랄 싱 차다는 계속해서 달리며 시크교 학살 폭동, 인도 파키스탄 카르길 전쟁 등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며 성장한다.
전반적으로 해피엔딩에 속하는 드라마라 무리 없이 볼 수 있지만, 원작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왔듯 뻔한 서사들도 제법 있다. 개인적으로는 <포레스트 검프>와 동일하게 짜여진 부분, 이를테면 달리는 주인공 혹은 달리다 멈추는 주인공이라든지 여주인공의 사연이라든지 하는 것들과 같은 장면들은 대부분 흥미를 끌지 못했고, 이를 인도 현대사에서의 주요 사건들과 함께 녹아내는 부분들이 재밌었다. 원작에서 부족하다 생각했던 몇 캐릭터들에 좀 더 다채롭고 개연성이 풍부한 서사를 입혀준 것도 좋았다. 더불어 <달려라, 랄 싱 차다>의 주요 사건인 시크교 대학살, 국경 전쟁, 말라리아 대유행 등을 주인공 랄 싱 차다가 관통하면서 자신만의 소회를 덧붙이는데, 이 지점들이 현재의 집권 여당과 극우 힌두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을 깔고 있어 평소 인도 역사나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좀 더 통쾌하고 신랄한 풍자라 여겨질 부분이라 즐거웠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세 얼간이>나 <당갈>을 보며 '아미르 칸'이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는 사람들에겐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다소 민감한 사건을 담고 있다보니 인도 내에서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아미르 칸이라는 배우 하나만을 믿고 쭉 이어보기는 손색이 없다. 특히 <세 얼간이>에서 아미르 칸과 카리나 카푸르 콤비를 좋아했다면 일종의 부록 같은 영화가 될지도. 참고로 대부분의 인도 영화에서 나오는 집단 군무는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