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오랜만에 디즈니+에서 가져왔다. 요즘 디즈니+에서 볼 만한 작품이 많지 않고, 지난달에 공개된 미이케 다카시 연출작의 드라마 <커넥트>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지만 고어씬 외에 흥미로운 지점은 없었다. 최근 스트리밍 중인 <카지노>를 재밌게 보곤 있지만 중반부터 슬슬 루즈해지기 시작하는 게 '역시 요즘 디즈니+에 볼 게 없다'고 푸념하던 차에, 2023 골든글로브를 보며 TV드라마-코미디 부분에서 세 개 부문의 수상을 휩쓴 시리즈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모두 가져간 <애봇 초등학교>. 처음 들어보는 시리즈였지만 디즈니+에서 이미 스트리밍 되고 있었고 즐겁게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바로 정주행을 시작했다. 2021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시즌 1, 2가 이어 방영되고 있고(국내 디즈니+에서는 아직 시즌 1만 볼 수 있는 듯), 2023년 1월 세 번째 시즌으로 리뉴얼되었다.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퀸타 브런슨이 제작 일부와 주연을 맡은 작품.
<애봇 초등학교>의 형식은 모큐멘터리로, 자금난에 시달리며 임원들이 거의 손을 놓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애봇 초등학교 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2년 이상 버티지 못하는 악명 높은 애봇 초등학교에 자닌, 멜리사, 제이콥, 바바라, 에디 그리고 교장인 에이바 여섯 명의 선생들이 치고받는(?) 코미디다. 회당 20분 남짓의 짧은 화로 구성되어 있어서 가볍게 볼 수 있다. 특히 대체교사 '에디' 역에 <에브리바디 헤이츠 크리스>에서 열연한 타일러 제임스 윌리엄스(어쩜 이렇게 똑같이 컸지!)가 정말 독특한 성격의 교사로 출연해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짧고 가벼운 에피소드로 이어진 덕분에 호불호가 거의 없이 편하게 넘길 수 있는 코미디다. 특히 앞서 말한 <애봇 초등학교>의 여섯 명의 선생님들의 캐릭터가 각각 매우 매력적인데, 이 캐릭터들의 빌딩을 위해 과장된 설정이나 서사를 억지로 붙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좋았다. 모큐멘터리 형식이라 각별히 신경 썼겠지만, 건조하고 코믹하게 모든 캐릭터와 과거, 현재사가 배치되어 별다른 생각 없이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얄밉고 다소 뻔뻔한 캐릭터(이를테면 에이바)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관점만 다르게 보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임을 시즌 전반에 걸쳐 차근히 보여주는데, 이런 따듯한 연출이 참 좋았다. <애봇 초등학교>를 보면서 <오피스>가 종종 떠오르긴 했는데 아무래도 연출이 조금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
<애봇 초등학교>라는 제목 때문에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일까 싶어 약간 주저되었지만, 아이들보다는 선생님들의 인생과 인생관에 초점이 맞춰진 드라마라 더욱 공감하며 볼 수 있었다. 다방면으로 열정이 넘치는 교사들 사이에 학교 일에는 나 몰라라 하는 교장 선생님의 조합이 충분한 현실 고증(!)을 이루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예산에 허덕이는 공교육의 상태를 지나치게 희화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시트콤이었다. 앞으로도 쭉 정주행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