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지인이 3호선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스피츠의 노래 '로빈손'이 모두투어 광고음악으로 깔리고 있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광고판을 보는데 익숙한 노래가 들려 귀를 기울였더니 그게 스피츠의 노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광고의 어떤 부분에 쓰였을지 궁금해졌다. 심지어 그때의 여행광고는 일본도 아니었다고 하는 말을 듣고 광고를 만드는 입장에서 여행지의 어떤 이미지가 '로빈손'과 비슷하게 느껴졌을까 또한 궁금해졌다. 사실 그 무엇보다도 '로빈손'이 울려 퍼지는 지하철 플랫폼의 순간을 체험하고 싶었던 욕망이 강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즉시 유튜브를 열어 모두투어 광고를 몇 개 검색해봤지만 역시나 쉽게 찾을 수 없었고, '언젠가는 듣겠지' 하는 심정으로 체념하기로 했다. 3호선을 자주 타지도 않고 지하철 플랫폼의 광고를 자주 시청하지도 않지만, '언젠가는'이라는 심정으로 스피츠의 '로빈손'을 마주하게 될 순간을 약간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잊은 듯 잊지 않은 듯 하루를 보내는 건 좀 괜찮은 일이 아닐까 싶다. 이루어지지 않을 순간을 향해 달려가다가 그 순간이 이루어 질 때의 쾌감과, 이루어 지지 않을 순간을 향해 달려가는 (그리고 실제로도 이루어지지 않을) 그 에너지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기분은 같은 성질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둘 다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