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여자 혼자 인도, 괜찮을까요?
최근에도 인도 여행 관련 카페에 정말 적지 않게 이런 질문이 올라옵니다. 아마 질문을 하신 분들은 대부분 여성 여행객들일 테고, 인도가 초행길인 분들이 많겠죠. 배낭여행을 처음 인도로 하시는 분도 있을 거고, 여행의 처음이 인도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몇 유튜브와 커뮤니티의 여러 글을 보고 나서였어요. 여자들은 절대 여행할 수 없다는 곳 중에 하나로 인도/파키스탄을 꼽고, 어떤 남성 유튜버는 "여자들은 절대로 오면 안 돼요"라고 말하더군요. 없던 사건도 지어내 소위 말하는 '유튜브 각'을 만드는 영상들이 인도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죠. 주목을 끌기 위한 영상과 글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자리에 앉아 지난 십수 년 간의 인도 등지의 여행들을 쭉 짚어가며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실 적고 보니 여성 여행자들 뿐만 아니라 여행자 전부에 해당되는 이야기긴 합니다.
우선 간단하게 답을 드리자면 "네,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입니다. 단, [이것]만 주의하시면 말이죠.
남녀노소 불문의 진리입니다만,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여기서 '밤'의 기준이 조금 모호하지만, 대체로 저녁 9시, 10시를 기점으로 다음날 새벽 5시, 6시 정도까지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상점들이 모두 닫는 저녁, 그리고 상점들이 문을 열기 전의 아침까지입니다. 이 시간에 외딴 곳을 걷거나, 잘 모르는 지역을 돌아다니거나하면 사람도 사람이지만 동물들의 습격을 피할 확률이 많습니다.
특히나 모든 여행자들이 거친다는 '빠하르간지'에서는 제발, 안됩니다. 가끔 여행자들의 천국이자 모든 여행자들이 거친다는 '빠하르간지'에서, 밤늦게 고성방가를 부르며 술에 취해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봅니다. 밤늦게까지 불이 켜 있는 곳이 많기도 하지만, 인도에서 '빠하르간지'는, 여행자들에겐 천국일지언정 델리 전체에서 놓고 보면 우범지역에 가깝습니다. 인도여행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가장 유용한 곳이자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을 마주할 수 있는 여행자들의 요람인 동시에, 텔레비전과 책으로만 예습해왔던 인도의 밑바닥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곳이 '빠하르간지'임을 항상 주의해주세요.
한국에서도 친구나 지인이 아닌 누군가 갑자기 음료수를 건네거나, 사탕이나 과자를 건네거나, 뚜껑이 따진 생수를 건네면 받아먹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호의라고, 당신은 손님이라고, 완전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이것저것 건네주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정말 호의일 수도 있습니다만, 우선은 한 차례 괜찮다고 말하시고 상황을 살펴보세요. 길을 멀쩡히 걷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음식을 권하거나 마실 것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잘 없긴 합니다만,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단호하게 무시하고 그 자리를 떠나세요.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 단돈 몇 백 루피에 마약을 하지 않겠느냐고 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라자스탄 사막 투어를 할 때도 그렇고, 바라나시에서도 그렇고, 델리 빠간, 콜카타 서더스트릿... 할 것 없이 저도 자주 겪었습니다. 매직머쉬룸, 아편, 엑스터시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아니면 그냥 여기서 대마파티를 하는데 올래? 기분 좋은 게 있는데 먹겠어? 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방 라시'라고, 대마를 라시에 섞은 음료도 종종 보입니다. 호기심에 먹거나 받지 마세요. 가끔 특정 게스트하우스나 트래블 에이전시에서 친해졌다고 우리와 파티를 하자고 하며 대마를 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지에서 당연히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뿐더러, 한국에서도 엄연히 불법입니다.
음주는 마약 정도까진 아니지만 주의해야 합니다. 인도에는 주류세가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싸거나 아예 없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주류 면세 지역은 대표적으로 고아, 디우, 폰디체리(뿌두체리)입니다. 디우나 폰디체리는 상대적으로 한인 여행객이 적은 곳이지만, 고아 같은 경우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고 또 술값이 싸니까 늦은 시간까지 부어라 마셔라 해변에서 파티를 벌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것 자체를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습니다만, 언제나 '정도'를 꼭 지키세요. 본인 판단 하에 안전하겠다고 생각되는 장소에서 적절히 음주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저녁이 늦었는데 술을 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숙소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마시곤 했습니다. 재미나 낭만은 없을지 모르지만, 그게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얼마 전에 인도에서 라이브를 하셨던 두 명의 여성(한국)BJ 때문에 난리였던 적이 있었죠.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각종 유튜브와 뉴스를 도배했죠. 그들은 목표 금액을 벌기 위해 브라탑만 입고 춤을 췄고, 현지에서도 당연히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대표적인 예시의 영상이었던 것 같아요.
고아나 코친 같은 주를 제외하면, 인도는 대체로 보수적입니다. 인도에서 여행 중에 사원을 돌아다니다보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 여러 요구를 하는 곳이 많습니다. 다종교 국가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문화 자체가 보수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보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정 선을, 적어도 다른 문화에 뛰어들기 위해 그 나라를 방문할 때, 한국인의 생각에서도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수준의 노출은 삼가해주시길 바랍니다. 불특정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모스크, 템플, 교회 등의 '사원'에서만큼은 미리 공부하셔서 예를 갖춰주셔요. 실제로 브라탑과 짧은 레깅스를 입고 파키스탄 라호르의 이슬람성전에 들어가려다 말 그대로 돌을 맞은 중국인 여성분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폭행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옹호될 수 없는 것이나, 저는 그 중국여행자를 보면서 자신의 발이 닿은 자리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공부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사에 긴장을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숙소에서 숙소로,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이동할 때, 혹은 처음 가는 도시에 들어설 때는 긴장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여성 여행자들은, 조금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예민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 인도에 내리시면 수많은 눈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델리 공항, 뭄바이 공항, 첸나이 공항 등등. 네,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내가 인도에 왔어!" 소리치고 외치고 싶으시겠지만 정해둔 숙소, 혹은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절대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 싸가지 없다는 소리? 들어도 괜찮습니다. 인도인 뿐만 아니라 한국인, 외국인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싶고 이제 공간과 공기가 조금 익숙해진다 싶으면, 그때부터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세요. 여담이지만 저는 이제 익숙할 대로 익숙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뉴델리역 근처를 지날 때마다 긴장하게 되더라고요. 이젠 잘 안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한편으론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곳이 인도니까요.
결국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냥 인도에서든 어디서든, 한국에서 잘 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한국에서도 하지 않는 이상한 행동을 가끔 '여행'이라는 이름 아래 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를테면 유튜브를 찍어보겠다고 철로에 뛰어들어 춤을 춘다든지, 수돗물을 일부러 마신다든지, 자인교나 힌두교 신자만 들어갈 수 있는 금지된 구역에 몰래 들어간다든지 등등. 소와 힘겨루기를 하겠다며 바라나시에서 소에게 달려들다가, 옆구리를 심하게 다친 한 여행자분이 생각납니다. 비하르의 빈민가에서 빈민 체험(...)을 하겠다고 나선 여행자분도 생각나네요.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도는 대륙이 크기 때문에 야간버스나 야간기차를 자주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기차가 새벽 1시에 출발한다면 시간이 조금 아깝더라도 몇 시간 전에 역에 가서 대기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기차역에는 웨이팅룸이 있고, 웨이팅룸이 없는 곳이라면 직원들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기다리세요.
버스는 보통 버스회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출발지에서 대기하시면 좋습니다. 버스의 경우엔 새벽 1, 2시 정도에 출발하는 편은 없지만 간혹 환승해야 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남인도 코다이카날 갈 때 딱 한 번 새벽 3시에 고장으로 인해 버스를 환승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좀 당황했습니다만(사실 많이 당황...) 이런 경우가 잦진 않습니다만 혹시 걸리게 된다면 한 사람을 콕 짚어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일부러 곁에서 머물며 이 버스가 언제 오는지, 어디서 타야하는지 등을 물으면 대부분 챙겨주곤 합니다.
공항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입니다. 티켓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애매한 시간이라면 미리 가셔서 대기하세요. 대신 공항에서 한 번 나오면 티켓이 없는 상태에선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을 참고해주세요.
버스는 앞서 이야기했든 너무, 완전 엉뚱한 새벽 4시 이럴 때 내리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만 만에 하나 그런 경우, 해가 뜰 때까지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세요. 그 시간에 버스가 스탑된다면 분명 그 근처는 가판대 같은 것이라도 있을 겁니다. 대기하고 계시다가 해 뜨면 이동하시면 됩니다. 기차역의 경우는 이런 경우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웨이팅룸에서 기다리시거나 기차역에서 대기 후 날이 밝으면 이동하셔요.
공항에 만약 자정 즈음, 혹은 자정 넘게 도착했을 때는 그냥 공항에서 대기 후 아침에 나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중교통이 늦게까지 다닌다고 해도, 오토릭샤가 갈 수 있다고 해도, 프리페이드 택시가 가능하다고 해도 이 시간대의 이동은 특히 혼자일 경우에는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가장 안전한 공간에서 쉬다가 나가세요.
잠깐 사이에 당하는 일이라 사실 대처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요. 아무튼 이러저러한 경우를 몇 번 겪었는데, 번뜩 이건 너무 기분 나쁘고 분명 저 자식이 그랬으며 명백히 범죄다 싶은 생각이 들 때는 한국에서 하시듯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세요. 그러면 주변의 사람들이 와서 자동으로 도와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의 베스트(?)는 경찰서로 연행이긴 한데, 이렇게까지는 가기 어렵습니다. 단 그 자리에서 갑자기 흉기를 던진다거나(...)하는 경우는 지양해주세요. 남자들끼리 시비가 붙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심한 경우 정말 큰일이 날 수 있습니다.
이건 가벼운 경우이고요, 말로 할 수 없는 심한 피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한국과 같은 절차를 밟으셔야 합니다. 물론 한국만큼 수월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것은 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니 필히 대사관과 연락하시고 현지 경찰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네이버 '인도여행을 그리며...' 카페 등에서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런 일이 그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NO! 를 단호하게 외치세요. 기분 나쁜 표정을 팍 지으며, 성질을 내셔도 됩니다. 정말 싫다는 기색을 보이면 알아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떠나지 않을 때는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 중 아무에게나 도움을 청하세요. 정말 중요한 건 단호하게, 노!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잔뜩 인상을 쓰고 노! 라고 말하는 겁니다. 간혹 'No Thanks'라고만 말하면 뒤에 'Thanks'만 기억해서 계속 추파를 던지거나 호객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짧고 가볍고 단호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NO"를 던져주세요.
아마도 많은 여성여행자들의 공통된 궁금증이 아닐까 합니다. 한 달 이상의 여행이 예정되어 있다면 분명 월경이 다가올 텐데, 이건 가져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디까지 챙겨가야 하나. 저도 처음에는 그게 참 고민이었어요. 첫 여행 때는 인도가 어떤 나라인지도 몰랐고 내가 사용하는 용품을 판매하진 않을 것 같았기에 일정에 맞춰 배낭을 여성용품을 가득 넣고 갔었어요. 요즘에는 생리컵, 탐폰 같은 대안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그게 보급화되지는 않았던 터라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어마어마한 여성들이 살고 있기에(!) 당연히 모든 용품들을 구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원하는 상품이 없을 수 있고, 때로는 재고가 없어 구할 수 없을 때도 있기도 해요. 이를 테면 함피 같은 경우, 편의점 같은 곳을 찾으려면 정말 한참 나가야 하기에 이런 것들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때도 생기곤 합니다. 어차피 여성용품은 그 달에 사용할 거고 부피나 무게 또한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자신에게 맞는 익숙한 제품을 여행 기간에 맞춰 가져가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저 같은 경우는 세 달 여행까지는 가져갔고, 세 달 이상의 여행일 경우는 현지 아주 큰 도시들에서 조달해 사용했습니다. 델리, 콜카타, 첸나이, 벵갈루루, 이슬라마바드, 코치.... 큰 도시들에는 대부분 판매하니까요.
생리컵을 요즘 많이 쓰긴 하는데, 인도 현지는 아시다시피 석회질의 물이 대부분이고 거르기가 어렵기 때문에 생수를 사용하심을 권장드려요. 근데 이게 세척 자체가 좀 어렵고(끓는 물 세척 등) 보관 또한 참 애매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질병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서, 가능하면 일회용을 권장드립니다.
파키스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참 할 말이 많지만 여기서는 조금 짧게 줄여서 이야기해볼게요. 대부분 파키스탄을 처음 찾는 여행자분들은 파키스탄만을 단독으로 여행하지 않고, 인도에서 여행을 하다가 넘어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국경을 넘습니다. 국경 딱 하나 넘었을 뿐인데, 인도와는 완전히 다른 복장과 문화가 기다리고 있어 다소 당황스럽기도 해요. 이슬람권 문화를 전혀 접하지 않으셨던 분이라면, 미리 인도에서 이슬람사원도 좀 기웃하시며 공부를 하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치안만을 놓고 보자면, 인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만 이곳의 가장 큰 문제는 종교 갈등입니다. 그래서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훈자를 가는 길에 다니는 나트코 버스를 타려면 '인샬라(모든 건 신의 뜻대로)'를 곱씹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제가 처음 파키스탄을 갔을 때 수니-시아파의 분쟁 때문에 버스 한 대가 통째로 불타 사상자가 발생하여 길이 아예 막혀버린 경우도 있었고, 지금도 연중 2, 3번 정도는 빈번하게 테러가 일어나곤 합니다. 보통은 겹치지 않지만, 가끔 여행자들과의 동선이 겹칠 때가 있습니다. 그때를 주의하시고, 특히 라마단이 끝나는 '이드'를 특히 주의하셔요. 물론 이 모든 걱정은 훈자에 도착하는 순간 말끔히 사라집니다. 그곳은 다른 파키스탄 지역과는 정말 동 떨어진, 평화로운 지역이니까요.
여성 혼자 파키스탄을 여행할 때 종종 '남편은 어딨어?'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가끔은 관광지 등지에서 경찰이 묻기도 해요. 겁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궁금할 때도 있고 혹은 따로 보호가 필요한지 묻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외국인 여성이라면 특별히 더 보호하려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파키스탄 남성들은 여성이 말을 걸거나 질문을 물어올 때 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잦은데요, 이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때문에 외국인 여성여행자로는, 오히려 인도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꼈던 때가 제법 있었어요. 여성 인권 하위권에 속하지만 드물게도 외국인 여성여행자, 외국인여행자의 보호에는 관대하고 과보호적인 측면이 있기에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슬람을 믿지 않는 외국인 여행자, 여행자 여성들이 스카프를 두르고 다니지 않는 것을 뭐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만, 말씀드렸던대로 꽤나 보수적인 국가이다보니 저도 파키스탄에서는 어지간하면(훈자 카리마바드 제외) 내내 얇은 스카프를 두르고 다닙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예의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편이예요.
사원과 종교적 시설에서는 각별히 주의하시고, 시장에서 전통 의상을 몇 벌 사 입으시면 좋습니다. 첫 여행 때 샀던 살와르까미즈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면서 여행 때마다 꺼내 입네요! 파키스탄 의상이 예쁘기도 하고, 또 기성복이 맞지 않으면 금방 뚝딱 고쳐주기도 해요.
남들이 자주 가지 않는 관광지를 갈 때는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동행을 구하시는 게 좋고, K2 라운딩 등을 하신다면 단독 산행은 피하심이 좋습니다.
네팔과 스리랑카, 특히 네팔에 관해서는 딱히 이야기할 만한 주의 사항이 없는 편입니다. 공통의 사항을 제외하면, 남녀여행자 구분 없이 대부분 지켜야 할 기본적인 것들일 거예요. 정해진 국경으로 건널 것, 야생동물을 주의할 것 등등입니다. 네팔은 인도보다 인구수가 적고, 파업과 시위가 제법 자주 발생하는 카트만두를 포함해서 대체로 치안은 좋은 편입니다. 이와 함께 스리랑카도 상대적으로 사건사고가 많은(대륙 자체가 큰 탓도 있겠죠?) 인도와 비교해서 안전하고 조용한 편입니다. 네팔보다는 스리랑카가 관광지로는 한국인들에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국가라고 할 수 있고 또 스리랑카를 단독으로 가는 분들은 여전히 좀 드문 편인데요, 그만큼 인프라가 아직 열악한 곳도 있으나 종종 발발하는 분쟁, 내전 등을 제외한다면 비교적 평안한 편이었습니다. 스리랑카는 남인도와 비슷한 분위기이기도 하고, 꽤 많은 여행자들이 '인도의 순한 맛 버전'이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이곳에서도 기본적인 사항들은 주의하시는게 좋겠지요.
어쨌든 파키스탄과 같은 궤를 한 국가였기 때문에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오산임이 드러났던 방글라데시 첫날이 기억나네요. 방글라데시는 앞서 말한 국가들에 비해 관광 인프라가 좋지 않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먼저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가 느낀 방글라데시는, 인도 내 혹은 파키스탄보다 더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임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는 곳이었고, 때문에 이곳에서는 다른 나라들보다 노출에 신경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적지만 극단주의자들의 시위 또한 다카 등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기에, 뉴스를 잘 챙겨보시고 이런 분쟁에 주의하셔요. '하탈'이라 불리는 파업 시위가 주변국보다 월등히 잦습니다. 출장자분들은 자주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정치 상황이 앞서 말한 곳들보다 조금 더 불안정한 편입니다. 예로 방글라데시에 있다가 콜카타로 넘어오면, 인도가 가끔 천국 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여행자들에 대한 배려나 시선 자체가 아직은 많이 열악한 편이예요.
코로나 이후의 방글라데시가 어떤 방식으로 질병 등에 대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방글라데시에 머물 때는 질병 특히 외국인들의 질병에 대한 규칙이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고, 위생 또한 타국보다 조금 낮은 평균치를 웃돌다보니 꽤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특히 여성이다보니 뭔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던 때가 있었는데, 최근의 다카 등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면 꽤 많이 변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시간 여행을 했고 또 하고 있으며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인 만큼 할 이야기들이 너무 많습니다만, 이 정도로 줄여보겠습니다. 가장 크게 주의하고 숙지하실 점은, 인도는 한국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땅이 넓고 인구가 많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최다국이라는 타이틀을 쥐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그와 비례하게 당연히 사건사고도 늘 많은 편입니다. 그 점을 늘 유념해두시고 여행하시길 바랍니다.
여행은 안전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비로소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피치 못할 일들이 생기곤 하는게 여행이고 인도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항상 유념하시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다니신다면 즐거운 인도 여행을 추억으로 남기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