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영 May 05. 2023

인도의 동성 결혼 합법화 운동

(Same-Sex Marriage)


지난 5월 3일, 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 결정을 내렸다. 같은 날 서로 다른 집회가 신고를 하면 함께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조례를 어긴 것이다. 신고 일자인 7월 1일, 서울 광장에서는 '청소년 청년 회복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여러 정황으로만 추측되어 오던 서울시의 인권 탄압과 압력, 그리고 차별에 대한 일련의 과정이 사실상 사실화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서울퀴어퍼레이드 측은 반드시 어디서든, 퀴어퍼레이드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조직위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연한 줄 알았던 모든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게 변해가는 것을 보면 정말로 참담한 기분이다.


한국의 역행하는 상황을 비웃듯, 다른 나라들은 조금씩 전진하고 있으며 불의와 싸우고 있다. 우선 내게 가장 가까운 인도의 상황. 지난 2018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인도는 150년 만에 동성애 금지법을 폐기했다. 이와 관련된 소식은 아래 포스팅으로 짧게 전한 바 있다.


https://blog.naver.com/ekiria_/221353750757


그리고 올해 초인 2023년 1월,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는 성소수자 수천 명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코로나19의 상황, 정부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기다리기만 했던 퀴어 프라이드 행사가 3년 만에 열린 것이다. 그리고 자녀 양육을 원하는 커플 18쌍의 청원을 인도 대법원에서 심리하기 시작했다. 정식 청원이 일어난지 3개월 만으로, 아마 이 심리에 대한 판결은 이번 년도 안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동성애의 비범죄화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과 판단 후 인도 내의 수많은 의회는 이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며 첨예한 비판을 벌였다. 다만 모디를 기반으로 하는 인도 정부는, 이에 대해 적극적 의견을 표출하기를 꺼렸다. 이제는 거기서 한 발 나아가, '동성 결혼 합법화'에 대한 첫 신호탄을 쏜 셈이다. 만일 대법원이 성소수자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인도는 남아시아 최초이자 아시아에서는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동성 결혼 합법의 국가가 된다. 그리고 인도가 이렇게 변화한다면, 주변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인도의 법을 따라 반짝이는 무지개 물결을 이어갈 것이다. 


동성 결혼 합법화의 청원자들은 아직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인도 내 카스트 제를 철폐하고, 서로 다른 종교 또한 적극적 아우를 수 있는 청원을 내밀었다. 특히 1954년 개정된 인도 내의 결혼에 대한 헌법의 일정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인도 내에서도 굉장한 주목을 받고 있다. 



“결혼할 권리를 거부하는 것은 시민권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 만일 나의 시민권이 거부된다면, 나는 다른 시민들과 동등한 권한을 누릴 자격이 인도 내에서는 없다. 결혼은 생존의 문제이며, 이 문제는 모든 기본권을 아우르는 문제이기도 하다. 나의 국가는 인도이며, 나는 인도를 사랑한다. 내가 사랑하는 이 국가의 헌법에 기반해, 우리는 완전한 평등과 존엄, 자유를 누리고자 법정으로 향한다."


다만 모디의 정당이자 인도 정부의 주 정당이기도 한 BJP의 견해는 이와 매우 다르다. 이 논쟁에 참여하는 국회의원 중 대다수가 '결혼'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그와 별개로 이루어질 수 있고, 이 사안 자체를 국회의원이나 주 의원의 투표에 붙일 수 없는 것이기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인도에서도  진정한 평등의 길이 열리는 지에 관해 주목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자 혼자 인도, 여자 혼자 파키스탄, 괜찮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