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습니다.
이번 주 추천작은 얼마 전 공개된 <블랙 미러> 여섯 번째 시즌. 블로그를 통해 <블랙 미러>를 꾸준히 소개해왔지만 시즌 5 이후로는 완전히 흥미를 잃었는데, 그 이유는 2019년 공개된 시즌 5의 모든 에피소드가 너무 형편없다 싶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즌 4와 시즌 5의 중간에 나왔던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또한 윌 폴터의 힘으로 견뎠을 뿐 그리 구미가 당기는 구성은 아니었던 지라 이후 <블랙 미러>는 다시 재기하지 못하고 잊혀지는 듯했다. 특히 <블랙 미러> 시리즈의 정점을 쳤다고 생각하는 시즌 3 이후로는 점점 침잠하는 모습을 보여 한동안 이 시리즈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리고 불과 시즌 5로부터 약 4년 만에, <블랙 미러> 시즌 6이 공개되었다. <블랙 미러> 시즌 초반에 느꼈던 독특하고 기괴하고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플롯에 대한 기대는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우선 공개된 김에 보자 싶어서 들여다봤고 다섯 개의 에피소드 모두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블랙 미러> 시즌 6은 이전보다는 꽉 찬 에피소드들로 돌아와, <블랙 미러> 시리즈의 재개를 기대해볼 법한 시도가 아닐까 싶다. 제작 기간이 오래 걸렸고 중간중간 고전을 거듭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아무튼 시즌 5의 참담함이 무색하게 고루고루 재밌다. <블랙 미러> 초반의 신박함과 비교해서 어떻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그때를 따라갈 수는 없다고 평가하겠지만, <블랙 미러>라는 시리즈의 굴레 안으로 놓고 보아도 모든 에피소드가 안정감있는 서사와 연출을 두르고 있기에 '스릴러'와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추천하고 싶다.
모든 에피소드가 약간의 반전을 가지고 있어 서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하기 좀 어렵지만, <블랙 미러> 시즌 6의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를 꼽자면 마지막 편인 <악마 79>, 그리고 세 번째 에피소드인 <저 바다 너머 어딘가> 정도다. 모두 고루 재밌게 봤지만 특히 <악마 79>는 이민자의 서사와 오컬트가 결합하는 순간들, 그리고 이 에피소드의 주연을 맡은 안자나 바산 배우가 점차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흥미로웠고, <저 바다 너머 어딘가> 또한 마찬가지의 이유로 좋았다. 전부를 뜯어 보면 시작과 끝이 비교적 명확하게 떨어지는 스토리와 그 안에서 열연하는 배우들의 케미가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몇 년 전부터 <블랙 미러> 시리즈에 같은 이유로 흥미를 잃었던 사람들이라면, 이번 시즌으로 다시 귀환한 <블랙 미러>가 분명 반가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