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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Aug 20. 2023

너무 아쉬운 <마스크걸>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었던 매미, 희세 작가의 [마스크걸]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이 원작 웹툰을 각색해서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꽤 많은 기대를 했다. 원작 웹툰은 엄청난 팬덤을 가지고 있으므로, 원작을 기억하는 모두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는 <마스크걸> 자체에 아마 큰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본론부터 말하면 이 드라마는 원작 웹툰과 드라마 속 배우들의 싱크와 케미로 밀고 나가는 텅 빈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원작과의 싱크로율에 관해서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만족스러웠다. 김모미A 역할이었던 이한별의 연기와, 김모미B의 나나, 마지막 고현정에 다다르는 '김모미' 캐릭터의 변화 자체, 그를 뛰어넘을 정도의 존재감을 보이던 김경자 역의 염혜란 배우의 연기와 극중 1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오남 캐릭터를 연기한 안재홍 또한 말해 뭐하나 싶을 정도다. 원작의 적당한 부분을 차용하고 각색한 1-2부 사이의 에피소드들도 수용할 만한 수준이었다. 1화의 오프닝 타이틀부터 시작해서,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되고 상황 설명이 대부분 끝난 4회차까지는 스릴러의 정공법, 그리고 기괴한 인물들의 군상 나열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만족한 건 딱 거기까지였다.


 애초에 엄청난 분량의 서사로 오랜 시간 연재되었던 원작 웹툰을 7부작으로 녹인다는 설정 자체가 걱정되긴 했으나, 후반부 결말로 다가가는 순간 드라마 자체가 굉장히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원작과의 비교를 차치하고서라도, 이렇게 얼기설기 짜인 드라마를 과연 드라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재미'가 있다면 개연성은 다소 내다버려도 좋다는 생각이지만, <마스크걸>은 초반 3회차에 비해 후반 3회차의 재미를 완전히 상실했다. 전개가 빠른 건 좋지만, 전개를 빠르게 만들기 위해 스토리 자체에 구멍은 내지 말아야 하는데 <마스크걸>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지 못했다. 이런 넘어갈 수 없는 단점이 후반에 다다르며 앞서 쌓아올린 배우들의 모든 케미를 박살내는 수준이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주인공인 '김모미'의 캐릭터 자체다. 김모미가 속한 사회의 극단적인 외모지상주의(현실도 그렇지만)를 묘사해야 하는 부분은 모두 사라졌다. 더불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김모미가 그 사회로부터 밀려나서 성형을 하게 되고,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굉장히 이상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라는 사실을 모성애, 혹은 신파극으로 급하게 마무리지으려는 지점은 참아주기 힘들 정도였다. 에피소드들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주인공 캐릭터 자체의 개연성과 그가 이끌어야 하는 스토리에 허술함이 드러나기 때문에, <마스크걸>의 결말 특히 그중 마지막 화는 초반에 잘 쌓아둔 스릴러들을 모두 무너뜨려버리는 결정타였다.



<마스크걸>은 드라마의 연출 및 서사 등 그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밈화' 될 만한 부분들, 이를테면 교도소에서 '미친년 연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나나나, 극중 2부에 해당하는 모미와 나나의 '보니 앤 클라이드'적인 스토리, 주오남이 등장하는 몇 장면, 드라마 전 회차에 다다라 '연기의 신'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염혜란의 장면들 정도로만 부유하게 될 것이다. 이 각개의 장면들을 크게 이어줄 만한 기다란 선은 이 드라마에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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