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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Sep 18. 2023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리키시>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일본 제작의 오리지널 시리즈 <리키시>. '스모'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 '리키시'는 일본어로 스모를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엄밀히 따지면 스모계의 프로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를 총칭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리키시'는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두가 '리키시'로의 자리를 완고하게 굳히기를 바라고, 그것을 자신의 미래로 염원하기에 극 내의 수많은 욕망을 축약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기도 하다(일본어 원제는 '성역'이다). <리키시>는 에구치 칸의 연출작이자 <한자와 나오키> 각본을 작업한 토모키 카나자와 작가의 집필작이며 8부작의 다소 짧은 호흡의 시리즈로 이치노세 와타루, 피에르 타키, 소메타니 쇼타, 쿠츠나 시오리, 히로키 스미 등이 주조연을 맡았다.


드라마 자체가 18세 관람가이기 때문에 첫 화부터 강렬하고 폭력적인 장면들과 대화들이 서슴 없이 흘러 나온다.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소메타니 쇼타가 조연을 맡았다는 사실 때문에 선택한 드라마였고, 스모의 '스' 자도 모르기 때문에 쇼타가 주연을 맡은 것이 아니었다면(비중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선택하지 않았을 시리즈였지만, 결과적으로 일말의 관심도 없었던 스모라는 스포츠를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리키시>라는 작품이 얼마나 잘 짜여져 있는지 그 진가를 되짚어보게 된다.


<리키시>는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스포츠 드라마라면 극적인 드라마로 포장했을 부분들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방법을 택한다. 촉망받는 유도 유망주였으나 아버지의 가게가 망하면서 삶의 모든 것이 바뀌고 불량배가 되어버린 '오제(이치노세 와타루)'는 스모보다 스모를 하면 들어오는 '돈'이 우선이다. 돈만 바라보고 스모를 시작한 오제는 시작부터 휘청이며 스모계의 구설수를 담당하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스모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훈련을 거듭해 진정한 '리키시'로의 길을 걷게 된다.


스모의 명성과 권력만 바라본 채 자신은 단숨에 부와 명예를 탈환할 거라고 생각했던 오제의 계획은 엔쇼 도장 입단부터 사라진다. 단순히 오제라는 개인의 이야기로 극이 짜여져 있었다면 특별한 매력 없는 평평한 스포츠 드라마가 되었겠지만, <리키시>는 주인공 '오제'에서 멈추지 않고 폐쇄적이고 고압적인 스모 산업을 관통하는 동시에 이 틈새를 파고 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반드시 '스모'로 성공해야만 하는 욕망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보여줌으로 '스모' 자체보다, 스모라는 '스포츠'에 엮인 다양한 군상들을 묘사하며 압도적인 몰입도를 자랑한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스모판 슬램덩크'가 떠오르는 작품인데, 그보다 폭넓게 스모판의 문제점을 다루며 특히 여자들의 출입이 금기되어 오고 있는, 스모의 가부장적이자 권위적 폐해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개개인의 성장이나 사회적인 면모를 제거하고 본다고 해도, <리키시>는 스포츠드라마의 장르 내에서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웰메이드 드라마다. 극중 정치부 기자였다가 좌천되어 뜬금없이 스모 취재를 맡게 된 기자 '구니시마(쿠츠나 시오리)'가 스모를 스포츠로 인정하고 진심을 다해 '오제'를 응원하게 되는 것처럼, <리키시>를 바라보는 관객들 또한 같은 기분을 느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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