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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Sep 25. 2023

이번 주 디즈니플러스 추천작 - <무빙>

드디어 지난 주 대망의 피날레를 장식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 전체 20부작의 꽤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시리즈이다보니 마지막 화까지 처음의 호흡 그대로를 유지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공개 2주차에 1~9화까지의 회차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면서 이 시리즈의 마지막까지 이대로만 가주기를 조심스레 염원한 적이 있었다. (아래는 당시의 짤막한 리뷰)


https://brunch.co.kr/@ekiria/404


한국에서 20부작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꽤나 대범한 결단이고 위험한 도박이라고 생각했지만, <무빙>의 원작 작가인 강풀 작가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각색을 진행하며 오리지널 캐릭터를 새로 창조하고 몇 가지 별첨을 넣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생각을 바로 지웠다. 시즌 공개 직전까지만 해도 원작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 각색/각본에 참여하는 경우에 대해 다소 걱정하는 듯한 의견이 있었는데, 역시나 공개 이후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결과적으로 <무빙>은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꽤나 멋진 피날레를 장식했다. 1화부터 20화까지, 오랜 시간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결말을 맺었다는 것이 결론.


앞서 짧은 리뷰에도 언급했듯 초능력 소재에 다양한 장르가 복합된 드라마는 한국에서 드물었고 새롭게 시도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장르의 장점을 아우르며 상당히 높은 완성도 속에 마무리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매주 수요일만 기다려질 정도로 <무빙>에 빠져 있었다.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스릴러면 스릴러 등 각양각색의 장르를 혼합하여 성공적인 서사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무빙>을 통해 그것이 '한국드라마'에서도 가능하다는 증명을 이뤘다. 이 모든 장르를 제대로 흡수하고 장르의 재미까지 돋보이도록 살린 이유는,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들' 때문이다.


<무빙>의 주인공은 한 명으로 단정짓기 어렵다. 말하자면 '주인공 라인'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반드시 그에 따라 가는 것은 아니다. 주조연이 칼로 가르듯 명확하게 가려져 있지 않은 만큼 그들의 서사의 총체 또한 입체적으로 작용한다. 주인공과 조연들이 합을 맞추며 서로 상호작용하며 결과적으로 <무빙>이라는 또 하나의 '장르'를 만든 셈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각각의 캐릭터들이 얼마나 입체적으로 움직이는지, 그 각자의 사연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더불어 그들이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작품의 흥미도와 완성도를 가늠하는데, 그런 면에서 <무빙>은 완벽한 드라마다.


한효주, 조인성, 류승룡,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등의 탑급 배우들과 이정하, 고윤정 등 자신의 자리를 굳혀가는 배우들의 연기와 케미는 말하자면 입만 아픈 수준이다. 첨언을 붙이자면 그중 한효주가 연기한 '이미현' 역할이 가장 돋보였다. 아니, 사실 한효주 자체가 가장 돋보였다고 말해야 옳을 것 같다. 극중 이미현이 보유한 초감각 능력에 대한 연출이 뒷받침이 아주 잘 된 데다, 김두식(조인성)과 사랑에 빠져 낳은 아들 김봉석(이정하)을 위해 자신과 아들의 능력을 숨기며 은둔에서 생활하는 억눌린 연기, 그것들을 모두 벗어던지고 실력을 발휘하는 부분들 등등 이미현의 모든 장면이 좋았다. 또한 류승룡의 재발견이 이루어진 드라마이기도 한데, 드라마가 꽤 오랜만이기도 하고 지난 몇 년 간의 영화 주연작으로 굳혀진 이미지를 탈피하며 멜로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것이, '장주원' 캐릭터를 정말로 잘 입었다는 생각이 절로 나올 정도.


시즌 2의 제작 혹은 <무빙>의 흐름이 강풀 작가의 속편 원작인 <브릿지>까지 이어질지에 관해서는 좀 더 후에 이야기되어야 겠지만, 현재로는 시즌 2를 기대하는 평이 다수인 수준. 속편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는 쿠키가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시즌 2 혹은 후속작까지의 먼 미래는 가늠되지 않아도, 적어도 <무빙> 자체가 수작이자 한국드라마로는 드문 성공 가도를 달린 것은 분명하다. 20부작이라는 길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무빙>이 연재되는 시간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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