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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Oct 02. 2023

이번주 디즈니플러스 추천작-<누구도 널 지켜주지않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주 추천작은 20세기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훌루 오리지널이 배급을 맡아 디즈니플러스에서 독점 공개된 영화 <누구도 널 지켜주지 않아>. 대사 불과 다섯 개의 단어 남짓이라는 사실 때문에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비슷한 장르인 <콰이어트 플레이스>류의 공포물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챙겨 봐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브라이언 더필드 감독, 팀/트레버 화이트가 제작을 맡았으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로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케이틀린 디버가 주연을 맡았다. 지난 9월 중순경 북미에서 개봉했으며 이후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되었다.


<누구도 널 지켜주지 않아>는 SF호러 장르의 영화로, 어린 시절 가장 친한 친구 '모드'를 사고로 잃은 슬픔과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브린'(케이틀린 디버)을 주인공으로 한다. 도심에서 벗어난 외딴 곳에 재봉사로 살고 있는 브린은 홀로 커다란 집에서 작은 모형집과 인형들을 꾸미는 낙으로 하루를 버틴다. 어느 날, 불현듯 브린의 집에 침입자가 찾아오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그 침입자의 정체가 '인간형 외계인'임이 밝혀진다. 이 믿을 수 없는 일을 여기저기 알리며 도움을 청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이미 브린의 주변은 모두 점령당한지 오래다. 때문에 브린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앞서 말했듯 <누구도 널 지켜주지 않아>는 최소한의 대사만을 사용하는, 음성적으로는 매우 '조용한' 영화지만, 흐름 자체는 그와 반비례하다. 제대로 된 대화나 대사 없이 모든 사건과 발단과 인과 관계에 대한 상황 판단이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흥미점이다. 외계인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는 호러 영화지만, 외계인과 지구에서 사는 인간 사이의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상상력을 영화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내듯 모든 대사들을 삭제해버렸다. 때문에 '브린'이라는 여성이 오랜 시간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에 집중하는 동시에, 갑작스레 외계인의 침략을 받아 이에 대항해야 하는 브린의 감정 변화를 더욱 깊고 자세히 주목해 바라볼 수 있다.


호러 영화, 그중에서도 SF소재의 호러 영화로는 장르의 장점을 꽤 충실히 따르가는 편이다. 인간형 외계인, 거미형 외계인, 그 외계인의 숙주로 보이는 작은 돌기형/해삼형 외계인까지 제법 다양한(?) 외계인들이 구사되어 가끔 너무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아닌가 싶지만, 주인공을 공격하며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키는 외계인 크리쳐들이 영화속에 제법 잘 섞여들어가며 공포라는 장르와 융합되기 때문에 큰 이질감은 없는 편이다. 인간의 뇌를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외계인은 브린의 트라우마를 신기해하면서도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브린을 주목하게 되는데, 외계인을 받아들이지 않고 필사적을 저항하며 떨쳐내려 노력하는 브린이 결과적으로 외계인의 '선택'을 받게 된다는 흐름이 꽤 재밌다.


브린은 과거 자신의 절친한 친구와 다투다 그녀를 실수로 죽여버렸다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떨쳐내지 못하고 살아오고 있고, 이로 인해 마을 사람들 전부로부터 외면받는다. 그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브린이 해방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지구를 점령하기 위해 지구에 시착한 외계인 덕분이라는 아이러니한 결말 또한 몹시 흥미롭다. 브린의 작은 인형집과 그 안에서 모두와 어울리며 행복하게 사는 인형의 삶을 동경하는 삶을 외계인을 통해 얻게 된 브린이 결말에 이르러 환하게 웃은 채 하늘 너머를 바라보는 브린의 모습이 제법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영화다. <누구도 널 지켜주지 않아>와 같은 매우 실험적인 플롯과 장르의 결합을 가능케 만든 건 역시 케이틀린 디버의 열연. 그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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