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캐번디시: 나는 멈추지 않는다>
이번 주 추천작은 전세계 싸이클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게 만들었던 대서사시를 몸소 보여줬던 싸이클리스트 '마크 캐번디시'에 관한 다큐멘터리, <마크 캐번디시: 나는 멈추지 않는다>. '마크 캐번디시'는 영국의 프로 싸이클리스트로 역경과 슬럼프를 딛고 싸이클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반전의 쾌거를 몸소 보여준 인물이다. 월드 스테이지에서 34개의 우승을 거머쥐었을 만큼 능력있는 싸이클리스트지만, 부상과 질병 우울증과 싸워야 했고 전세계적인 관심과 질타를 동시에 받으며 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선수이기도 했다. <마크 캐번디시: 나는 멈추지 않는다>는 그런 캐번디시가 싸이클을 시작한 계기, 선수에 입단하여 두각을 보여준 과정의 상승세와 하락 지점, 그리고 복귀까지를 차분히 짚어내는 전형적인 '인물' 다큐멘터리다. BBC의 다큐멘터리 연출자 알렉스 키엘이 연출과 편집을 맡았다.
프로 싸이클선수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량에 만족할 만한 수준의 연봉 계약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늘 이적에 이적을 밥 먹듯이 하는 직종이기도 하다. 고속으로 자전거를 타서 결승선을 넘어야 하고, 그들 앞에는 늘 일반인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의 험난한 지형이 놓여있으니 다른 스포츠 직종보다 상대적으로 외부의 위험에 노출이 빈번하다. 그만큼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동호인도 마찬가지다), 여타의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레이스가 끝나기 직전 몇 초 간의 폭발적인 순간과, 그 지난한 레이스의 과정을 밟아 결국 승자로 우뚝 서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누구나 그 승자의 자리를 거머쥘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몹시 많은 선수가 그 순간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또 달린다.
마크 캐번디시는 9살 때부터 맨섬 더글러스 지역의 자전거 경주 클럽에 가입했고, 뛰어난 활약을 보인 덕분에 13살부터는 본격적으로 프로 준비를 하기 시작한, 소위 말해 '조기 교육'의 끝판왕이자 일찌감치 진로를 정한 '타고난 싸이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선수기도 하다. 수많은 유럽 지역 경기들에서 우승했고 2005년에 완전히 프로로 전향하여 이때부터 월드 투어를 시작했다. 어느 경기에나 두각을 나타내며 스테이지의 강자, 특히 단거리 질주시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스프린터'의 자질을 보였지만, 한창 몸이 올랐을 때 즈음, 그리고 '싸이클리스트'로서 전성기의 나이를 약간 벗어났을 때 즈음 우울증, 전염병, 부상 등 여러 가지 악재들이 캐번디시를 동시에 공격한다. <마크 캐번디시: 나는 멈추지 않는다>는 결과적으로 캐번디시가 그런 수많은 악재를 뚫고 다시 스테이지의 승자로 올라와 '사이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프린터'라는 칭호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하나의 목표를 놓고 내달린다는 것 자체는 여타의 스포츠 다큐멘터리와 비슷한 감동을 주지만, 그 대상이 '캐번디시'라서 더욱 독특하게 작용하는 탓도 있다. 캐번디시는 시종일관 'F 워드'를 내뱉을 정도로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고 어떤 때는 충돌과 논쟁도 불사한다.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인성 논란'도 여러 번 붙은 선수이지만, 그만큼 모든 면에 솔직하다고 판단되기에 그를 지지하는 팬층 또한 막강하다. <마크 캐번디시: 나는 멈추지 않는다>는 캐브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나 옹호보다, 스포츠 선수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슬럼프의 굴곡들, 결국은 그것을 뚫고 돌파해 이전보다 더 화려하게 자신의 기량을 뽐내는 한 프로 싸이클리스트의 순간들을 톺아보기 좋은,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다. 싸이클에 관심이 있든 없든, 혹은 마크 캐번디시의 팬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긴장감 넘치며 면밀한 연출이 돋보이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