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이혁래 감독의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목록 중 제목이 특이해서 눈여겨보았던 작품이다(제목만 보고 B급 호러물이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최종태 감독, 봉준호 감독 등이 활동한 영화 동아리 '노란문 영화연구소'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작인 동시에 수많은 시네필들의 입소문을 탄 영화기도 하다. 넷플릭스 단독 배급으로 지난 10월부터 공개되고 있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2023년 현재,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 1990년대 초 서울 서교동 모처에 꾸렸던 동아리방 '노란문' 연구소를 회자하며 시작한다. 봉준호 감독을 포함해서 실제로 '노란문'의 주역이었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등장해 영화에 대한 갈증과 욕망으로 끊임없이 노력했던 자신들의 젊은 시절, 그리고 90년대의 한국 시네필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당시 '노란문'의 막내 멤버 중 하나였던 이혁래 감독은 이 이야기를 차분하게 직조해서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라는 이름의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에 대한 갈망으로 각종 시네마테크를 찾고, 상영되지 않는 작품을 찾아 열심히 모처를 헤매며 영화를 나누고 공유하던 시네필들이라면 더 없이 반가울 영화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주로 다뤄지는 건 앞서 말했듯 90년대의 시네필 정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유되던 영화 운동의 세태지만 현재의 그것과 과거의 그것이 극히 닮아있으므로, 현재의 '시네필'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게도 매혹적인 회고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제는 영화와 상관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부터, 영화계의 심장부에서 여전히 활약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노란문'의 부원들이 자신들의 호시절 혹은 고군분투하던 시절에 대해 토로하는 장면들은 웃음과 감동, 애수와 같은 다양한 복합적인 감정들을 전달한다. 딱히 시네필이 아니더라도,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라도, 무언가에 '미치도록' 꽂혀있거나 좋아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편하게 즐길 만한 다큐멘터리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의 별미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출연자인 봉준호 감독의 첫 번째 단편 <Looking for Paradise>를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 스톱모션으로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봉준호 감독 스스로 시니컬하게 고백하는 장면과 이 단편을 둘러싼 동료들의 기억이 아주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 자체도 이 다큐를 휴머니즘적으로 수식해주는 장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