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까지는 언어영역 과외를 했기에 고3 제자들이 있었고 매년 이맘때면 나도 그들도 가장 예민한 시기를 맞았다. 때로는 수능 전날 복잡한 심경에 전화나 문자를 걸어오는 아이들도 있었고, 집 앞에서 사이다나 콜라를 나누어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다독이고 들여보냈던, 그런 수능 전야도 있었다. 아직도 기억에 선한, 마지막까지 나의 속을 참 많이도 까맣게 타들어가게 만들었던 A의 수능 이후 나는 더 이상 여력이 되지 않아 언어 과외를 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A 때문은 아니었고 이제 더 이상 그 풍파를 따라갈 재간이 되지 않음을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달까. 이따금씩, 혹은 맹렬하게 과외를 한 지 꼭 10년 만이었다.
얼마 전에 서점에 갔다가 수험서 섹션을 가로지르며 수능 문제집들을 잠깐 뒤적여보았다. 10년 동안 이어졌던 과외 수업, 그걸 완전히 손 놓고 2년을 보내고 나니 이젠 출제 경향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고, '입시 정글'에서 날이 무뎌진다는 것에 대한 섬뜩함을 느꼈다. 등골이 오싹해서 얼른 그 섹션을 빠져나왔다.
내일은 오전 일찍부터 달뜬 수 천, 수 백의 마음들이 차고 넘쳤을 학교 앞 그 길을 종종걸음으로 걸어 내려가며 하품을 하겠지. 그리고 늘 사던 커피우유를 사서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을 하겠지. 간혹 습관적으로 시계를 바라보며 '지금쯤 언어영역이 끝났을 시간이네'라고 혼잣말을 할 수는 있겠으나 그 깊이는 그 이상까지 가진 못할 것이다. 진심을 다했던 무언가로부터 멀어진 다는 것은 어쩌면 이토록 한 순간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