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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Dec 25. 2023

2023년 올해의 OTT 시리즈 베스트 10

*이번 주 추천작은 올해 영화 베스트 10, 올해 OTT(넷플릭스/왓챠/디즈니플러스 등) 베스트 10으로 대체합니다 :)


2018년 이후 꾸준히 이맘때 즈음 영화 베스트와 넷플릭스 베스트를 꼽았다. 그말인 즉슨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금주에 봐야 할 OTT 베스트를 꼽아온 게 벌써 5년이 지났다는 말이 된다. 그 많은 시간들이 참 감개무량하기도 한데, 올해는 작년인 2022년까지 넷플릭스 베스트를 항상 꼽고 곁들여 다른 OTT 최고 베스트 작품을 거론하곤 했던 틀을 처음으로 깨서, '넷플릭스'가 아닌 'OTT'로 범위를 넓혔다. 이유는 순위를 꼽으며 시리즈를 적다보니 올해 최고의 시리즈로 생각되는 다수의 작품들이 모두 비넷플릭스였고, 그 안에서 넷플릭스만 따로 뽑자니 별로였던 작품들이 베스트로 꼽히는 꼴이 되어 이번에만 모두 합치기로 했다. 내년에는 넷플릭스 시리즈의 판도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좋은 작품들을 계속 낸다면 다시 넷플릭스에 집중할 수도 있겠다 싶다. 다만 올해는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은 정말 별볼일이 없던 한 해였다.


OTT 목록 중에, 애플TV+와 아마존프라임은 제외했다. 애플TV+는 최근에야 다시 구독을 시작했기에 올해 공개된 작품들 대부분을 놓쳤으며, 아마존프라임은 현재 구독 중인 OTT가 너무 많아 <힘의 반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있지 않고서야 다시 장기간 구독하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넷플릭스 공무원인 '마이크 플래너건'이 아마존으로 갔기 때문에, 내년 마이크 플래너건 작품 공개를 기점으로 다시 구독을 시작할 수도 있겠다.


아래의 목록들은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파라마운트+ 이상), 디즈니+를 기준으로 작성했다. 각 작품 옆에는 스트리밍 중인 OTT의 이름을 기재했다. 쿠팡플레이는 쿠팡 불매로 구독하지 않는다(사실 구독해야 할 정도로 오리지널 시리즈를 다수 만들지는 않고 있다). 내년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이루어질지, 왓챠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불분명하지만 일단은 위의 모든 시리즈들을 대상으로 꼽은 올해의 베스트 10이다.


10. <사체의 증언> / 티빙


시즌 1의 성공적인 종영과 함께 시즌 2가 예정되어있는 시리즈 <사체의 증언>. 범죄수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정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파라마운트+ 작품이며, 한국에서는 2023년 8월부터 공개 중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충격으로 일을 그만둔 법의학자 '데이비드 헌터'가 외딴 시골로 이주해 조용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하지만 결국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을 주로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둡고 음습하며 유머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건조한 스릴러 드라마.


9. <러브 & 데스>  / 웨이브


HBO맥스 오리지널 작품으로 현재 웨이브에서 단독 공개 중인 시리즈. 7부작이라는 짧은 호흡에,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흥미 요소로 인해 가볍게 후루룩 볼 수 있는 범죄/스릴러 드라마다. '사랑의 증거: 교외에서 벌어진 살인의 실체'라는 논픽션의 책을 기반으로 제작된 드라마로, 엘리자베스 올슨과 제시 플레몬스가 엄청난 케미와 열연을 펼친다. 특히 엘리자베스 올슨은 주인공 '캔디'에 완벽히 빙의된 듯 엄청난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엘리자베스 올슨의 팬은 물론이고 '어딘가 이상하거나 미쳐버린 여자'의 서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말 만족할 만한 드라마.


8. <간니발> / 디즈니+


올해 시즌 1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바로 시즌 2의 제작에 들어간 일본의 인기 드라마 <간니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었으며 야기라 유야의 파격적이고도 섬세한 연기가 정말로 일품이었던 작품이다. 니노미야 마사아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시리즈로, 만화 원작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기분 나쁜 설정과 감정을 정말 잘 소화해낸 웰메이드 드라마다. 원래 일본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그런 것치곤 공교롭게도 이 목록에 두 개나 올라왔다!) <간니발>은 호러를 기반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초반부터 상당히 몰입하면서 봤는데, 비슷하게 기대했던 미이케 다카시의 디즈니+ 오리지널 <커넥트>가 폭망해버리는 바람에(2022년 12월) 이쪽에 개인적인 호가 더 실린 게 아닐까 싶다. 다른 걸 다 제쳐두고, 야기라 유야의 연기만 봐도 만족스럽다.


7. 웨스 앤더슨의 <로알드 달 단편선> / 넷플릭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언젠가부터 취향이 아니라는 생각에 장편을 찾아보지 않게 되었지만, 이것만은 정말 100%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로알드 달 단편을 원작으로 한 네 개의 짧은 영화 <기상천외한 헨리 슈가 이야기>, <백조>, <독>, <쥐잡이 사내>는 웨스 앤더슨의 장점이 완벽하게 녹아있는, 그러니까 웨스 앤더슨만이 할 수 있는 연출이라는 걸 여실히 증명하는 작품들이었다. 모든 단편이 16mm로 촬영되었으며, 내레이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덕분에 단막극을 보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앞으로 구르고 뒤로 구르며 봐도 웨스 앤더슨의 풍미가 절절 흐르는데, 이 모든 것이 '로알드 달'과 찰떡으로 떨어지니 각각의 팬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영화.


6. <무빙> / 디즈니+


올해 한국 드라마의 성취와도 같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인 <무빙>. 올해 이 목록(OTT 베스트) 중에 유일한 한국 드라마이기도 하다. 총 20부작으로 꽤 긴 호흡으로 진행되던 시리즈다보니  1화부터 20화까지를 전부 다 보고 리뷰를 남기느라 단일 리뷰는 시간이 좀 걸렸다. 초능력 소재에 히어로 및 다양한 장르가 복합된 드라마는 한국에서는 새로운 시도였고, 전반적으로 모든 장점을 살리며 높은 완성도로 마무리된 드라마다. <무빙> 덕분에 매주 수요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았다. 각 화마다 액션, 멜로, 스릴러, 호러 등 다양한 장르를 흡수해 매번 다른 분위기로 연출되었는데, 결과적으로 그것들을 유려하게 혼합하여 성공적이고도 탄탄한 서사를 구축했다. 이 모든 것의 일등공신은 역시 원작자이자 각본가인 강풀 작가가 아닐까 싶다.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집합이란 얼마나 즐겁고 매력적인지를 몸소 보여준 작품.


5. <리키시>  / 넷플릭스


순위를 차치하고 아마 내게 올해의 가장 '새로운' 발견이 아닐까 싶은 드라마. 스모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 '리키시'는 스모계의 프로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를 총칭한다. <한자와 나오키>의 각본을 쓴 토모키 카나자와의 입김이 들어있는 작품답게, 구성이 깔끔하고 전개가 완벽하다. 앞서 새로운 발견이라고 하면 '스모'라는 스포츠 장르에 대한 개인적인 기피 때문.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스모는 자신의 몸을 완전히 갈아넣어 온갖 질병 치레를 미리 예상하고 시작하는 스포츠로, 나는 이와 같은 이유로 스모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을 넘어 불호의 감정을 늘 품고 있었다. 이런 나 같은 사람이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진정하게 주인공들과 스모 자체를 응원하게 될 정도로 변하는 걸 스스로 체감하며, <리키시>의 압도적 몰입도와 다양한 군상들을 묘사하는 입체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말 또한 완벽하다.


4. <성난 사람들> / 넷플릭스


앞으로 이야기할 나머지 세 작품을 보기 전까지 <성난 사람들>은 단일 후보를 달리고 있었다. 영문 원제는 'Beef'이며, A24 제작의 10부작 드라마다. 한국계 작가인 이성진이 제작 전반에 참여했으며, 스티븐 연과 앨리 웡의 주연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성난 상태'의 두 사람이 맞닿아 벌어지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드라마로, 미국에서의 아시안들의 삶에 대해 다른 이민자들의 영화나 드라마와는 완전히 다른 독특한 시점으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정신 나간 사람들 틈에 정신 나가게 만드는 음향이 인상적인데, 아리 에스터 감독과도 쭉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더 헥산 클록이 작업을 했다. 오프닝 타이틀들이 모두 압도적이니 꼭 지나치지 말고 보시길.


3. <포커페이스> / 왓챠


이 작품만으로 2023년 왓챠는 제 역할을 다했다. <포커 페이스>는 왓챠 익스클루시브 라인으로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로 공개되었으며, 나탸샤 리온이 주연을 맡아 '찰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냄으로 인해 스타덤에 올랐다.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로 유명한 라이언 존슨이 대부분의 제작을 도맡아 했는데, 앞으로 그의 드라마적 행보가 너무 기대될 정도로 흡입력있고 즐겁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웠(...)다. '거짓말을 바로 알아채는 능력'이 있는 찰리 캐릭터도 그렇지만, 매번 다른 범죄가 벌어지는 각 에피소드의 서브 주인공들의 케미 또한 놀랄 정도로 깔끔했다. 총 10부작으로 제작되었는데, 드라마를 보는 내내 10부작이 너무 짧게 느껴져 그 자체가 아쉬울 정도. <포커페이스> 하나만으로 왓챠를 구독할 이유는 충분하다 싶다. 왓챠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포커 페이스>만 보고 나와도 좋겠다. 그 정도로 놓치기 아까운 올해의 드라마.


2. <더 베어 시즌 2> / 디즈니+


블로그에서도 언급하긴 했지만 "역시 짱이야!"라고 기립박수로 시작하고 싶은 디즈니+ 오리지널 <더 베어> 시즌 2. 시즌 1에 이어 시즌 2도 흠잡을 곳 없이 좋았으며, 시즌 1을 넘는 시즌 2는 좀처럼 나오기 쉽지 않은데 사실상 그걸 해낸 드라마라고 먼저 소개해야겠다. 상점 하나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사람들이 충돌하는 와중에 사건이 터지고, 정말 우리 주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긴박감이 흐르면서도 이 모든 것들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휴머니즘적인 요소가 각 에피소드마다 녹아있는 엄청난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와 계속해서 충돌하는 인물들 덕분에 시종일관 좌불안석인 요소들이 있지만, 그것 때문에 <더 베어>가 미친 듯이 좋다. 시즌 1이 즐거웠다면 시즌 2는 당연히 관람해야만 하는 필관의 드라마. 그리고 각본의 힘이란 무엇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던 어떤 경지의 정석같은 드라마.


1. <어셔가의 몰락> / 넷플릭스


이 작품이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을 때, 플래너건의 성공적인 귀환이자 이 작품을 단연 올해의 1위로 꼽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크랭크인부터 공개 직전까지 무수한 세월을 기다려온 드라마이기도 한데, 그 높은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해주었던 드라마가 바로 마이크 플래너건의 <어셔가의 몰락> 되시겠다. 애드가 앨런 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호러/스릴러 드라마로, 총 8개의 에피소드 모두 앨런 포의 단편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쪽 장르의 극호 관객들(=자기 소개)의 재미가 배가 되었다.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설정들, '어셔가'의 모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는 죽음의 흔적들, 이 모든 것이 플래너건의 팬들에게는 종합 선물세트와도 같은데 또 너무 장르에만 치우치지 않고 고루고루를 포용할 수 있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넷플릭스' 명함을 달고 만드는 마이크 플래너건의 마지막 작품이었고, 그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공포영화나 공포 드라마는 처참할 정도로 내세울 것이 없는데, 그 목마름을 단번에 채워준 드라마.


순서대로 <길복순>,  시즌 2,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그밖에 언급하고 싶은 작품은 순위권 외의 한국 드라마들이다. 그 외에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2023년 초반에 공개되었던 <길복순>과 후속작으로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은 <D.P.> 시즌 2,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공개되었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서바이벌 예능의 획기적인 분기점을 선사하고 후속편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사이렌:불의 섬> 등. 적고 보니 대부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 적어놓고 보니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대부분인데, 이들 모두 순위 밖에 있지만 인상적으로 관람했다. <길복순>은 장르적 쾌감이 탁월했던 드라마로, 변성현 감독의 장점을 고스란히 갈아 넣은 작품이었으며, <D.P.> 시즌 2는 시즌 1과 조금 다른 분위기로 시작해서 각 에피소드마다 장르적인 변환을 꾀한 실험적이고도 유려함을 동시에 갖춘 드라마로 마무리되었다.


올해 '드라마'로의 서사를 가장 충실하게 수행했던 한국 작품은 역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와 TVN으로 제작되어 티빙 등지에서 스트리밍되었던 <무인도의 디바>였다. 해피엔딩을 기반으로 한 '무해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끌린다. 그런 점에서 <무빙>이 왜 순위권에 들어야만 했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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