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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an 15. 2024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카레와 청산가리>

<카레와 청산가리: 졸리 조셉 사건>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인 <카레와 청산가리>. 원제는 <카레와 청산가리: 졸리 조셉 케이스>라고 되어있다. 크리스토 토미가 감독한 실화를 소재로 한 범죄 관련 다큐멘터리로, 약 14년에 걸쳐 자신의 가족 6명을 살해한 '졸리 조셉'이라는 여성을 중심 소재로 하고 있다. 넷플릭스에는 지난 2023년 12월부터 공개되기 시작했으며, 공개 직후 이 사건의 주 배경지인 인도 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굉장한 주목을 받고 있는 다큐멘터리 중 하나다.


<카레와 청산가리>의 배경은 인도 중에 남쪽, 케랄라의 코지코드라는 도시 내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이 사건의 본격적인 수사는 2019년에야 비로소 이루어졌는데, 사건이 수사중일 당시 남인도 내의 언론뿐만 아니라 북인도, 동인도 등을 포함해 인도 전역의 모든 곳에서 이 사건을 다루고 있었고, 때문에 그 신문들을 구독하는 나도 당연히 알고 있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다. 우선 살해의 주체가 여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참 아이러니하고 저열하게도 주목을 받기 딱 좋은 케이스였던 것도 있지만, 인도 내의 케랄라라는 지역은 인도에서 가장 문맹률이 낮고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인 시민 의식을 어느 정도 탑재하고 있다고 정평이 나있는 이를테면 '점잖고 교육적인' 지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이런 십수 년에 걸친 계획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연쇄 살인이나 강력 범죄율은 주마다 천차만별로 다르지만, 어쨌든 케랄라 주는 그런 것들과는 좀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카레와 청산가리> 안에서도 이야기되기도 한다.


<카레와 청산가리>는 범죄 다큐멘터리의 정석을 밟는 영화다. 범죄자 한 명을 너무 신격화 혹은 반사회적 '영웅화' 시키는 게 아니냐며 넷플릭스 범죄 다큐멘터리에 대해 강한 불만과 염려를 표출하는 의견들이 여전히 분분하고 있는데, <카레와 청산가리>는 그에서 조금 벗어나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을 대상으로 소설화 혹은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흡입력을 사고 비판점에서 다소 멀리 떨어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작품 내에서도 나오지만 한 기자는 살인자인 졸리 조셉이 여성이라는 사실과, 그녀의 출신을 기반으로 너무 이상한 이야기가 돌고 있으며 그 핵심을 전혀 짚지 못하고 있기에, 그 점을 확실히 해두고 모든 걸 명확하고 명백하게 바라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카레와 청산가리>는 말하자면 그런 시선으로 사건을 훑는다.


졸리 조셉이 주가 된 '쿠다타이 살인 사건'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장장 14년에 걸친 연쇄 살인이었고, 자신의 가족을 살해함과 동시에 살인에 대한 사실을 치밀하게 숨기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상당했으므로, 다큐멘터리에서 다루는 타임라인 또한 방대하다. 또한 이 살인 자체가 현재 진행 중에 졸리 조셉이 체포되었고, 졸리 조셉과 같은 가족이자 동시에 그녀로 인해 자신의 혈육을 잃어야 했던 졸리 조셉의 시누이인 생존자, 그리고 살인자 졸리 조셉을 어머니로 둔 그녀의 아들이 차분하게 풀어내는 인터뷰들이 영화 곳곳에 교차편집되는데, 이 부분들을 다루는 카메라의 시선을 주목할 만하다.


<카레와 청산가리>의 주제인 '졸리 조셉 일가족 살해 사건'은 인도 역사상 희대의 살인으로 기록될 사건이자,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으로 여전히 인도 내에서는 주목을 받고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2019년 수사가 일어나던 직후 인도 내의 다양한 대중문화 매체에서 펜싱 방법을 사용하며 연재 시리즈물에서도 다루고, 팟캐스트나 뉴스 보도 등에서도 이야기한 했지만, 이번 넷플릭스 공개작인 <카레와 청산가리>만큼 범죄자 한 명에게 거대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고, 범죄 자체를 살피고 짚어나가는 동시에 생존자 혹은 목격자들의 목소리에 무게를 실어주는 매체는 없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다큐멘터리의 구성 자체가 굉장히 유려하다는 생각을 시청하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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