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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Jan 22. 2024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1972년 10월 13일에 있었던 우루과이 공군 571편 추락 사건, 다른 말로 '안데스의 기적'이라고도 불렸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극영화로,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 1-2화를 연출한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연출작이다. 영문 제목을 포함한 원제는 '눈의 사회'로, 이 사건을 다룬 논픽션 '눈의 사회'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이며, 지난 1월 초에 공개되었는데 공개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영화다.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의 사건인 우루과이 공군 571편 추락 사건은 40명과 승무원 5명이 탑승한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며 발생했다. 갑작스런 난기류와 동시에 조종사의 치명적인 실수가 불러온 인재였으며,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최초 생존자는 33명이었으나 해발 3,570미터에 달하는 산맥의 기온과 물자 부족으로 인해 사망자들이 늘어났고 사고가 일어난 지 72일이 되었을 때 이 끔찍한 재난으로부터 생존한 16명이 구조되었다.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영하 30도를 웃도는 기온과 시작부터 바닥이 난 식량, 산맥 내부의 눈사태 등 엄청난 사건들에서 버티고 버텨 생존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이 생존기는 정말로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곧 구조되고 사람들이 구하러 올 거라는 기대와 믿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박해지고 희미해지며, 남은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죽은 사람들을 먹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딜레마에 빠진다.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은 이 과정을 아주 차분히 좇는다.


생존자들이 구조된 직후,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었던 건 문명화된 인류에 반하는 행동을 생존자들이 했기 때문이고, 그것은 앞서 열거한 인육을 먹고 생존해야 하는가, 그것을 거부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 여러 가지 논쟁점들을 포기해야 했던 사람들의 생존기를 고스란히 언론에서 다뤘기 때문이었다. 인육을 먹고 조금이라도 더 살아가야 하느냐, 살고는 싶지만 그렇게까진 할 수 없다, 라며 첨예하게 맞붙는 사람들 사이로 살을 에는 강추위는 계속되고, 구조 신호를 보낼 방법은 먹통이다. 생존자들 일부는 끝내 굶어 죽는 걸 선택하고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나서며 시체가 된 사람들을 조각내어 먹기 좋게 나눈다. 말이 쉽지 이 선택의 기로를 고민했던 사람들의 실제 마음은 참담해고 참혹했을 것이며, 이는 영화를 통해 고스란히 다가온다. 다시 말해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은 생존 자체에 대해 다룬다기 보다 생존의 과정에 대해 다루는 영화로, 본능과 이성이 싸우는 동시에 생존한 사람들 각각 조금이라도 '살아남는' 행위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를 한 편의 거대한 서사시처럼 보여준다.


때문에 그 호흡은 빠르진 않을지언정 충분히 처절하며, 보는 자들로 하여금 생존의 가치란 무엇인가,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고찰하게 해준다. 눈에 가득 차는 아름다운 안데스 설원에 뚝 떨어져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채 70여 일을 버티는 기분이란, 기적을 바라는 기분이란 무엇인가.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의 구조 자체가 실로 기적에 가깝다.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선 어떤 질문과 답변을 내려야 할지에 대한 나름의 고찰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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