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영 Jan 29. 2024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닥터 슬립>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얼마 전부터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되기 시작한 마이크 플래너건의 2019년 영화 <닥터 슬립>. 이미 2019년 11월 개봉 당시에 한차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굳이 지금 이 시점에 <닥터 슬립>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반드시 봤으면 하는 작은 바람 때문이다. 이제는 아마존프라임으로 떠난 자타 공인 '넷플릭스 공무원'이었던 마이크 플래너건이 <샤이닝>의 후속작으로 만든 영화이며, 이를 필두로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을 다양하게 연출화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닥터 슬립>은 그 시발점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자, 공포 장르의 수작 더불어 <샤이닝>의 계승에 있어서 완전히 성공한 수작이다.


<닥터 슬립>은 개봉 당시 극장에서 두 번 정도 볼 정도로 만족스러운 영화였고,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봐도 역시 그렇다. <닥터 슬립>은 영화 <샤이닝>의 속편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그 유명한 <샤이닝>을 반드시 보지 않고 관람하더라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서사적 풍성함이 꽉 들어찬 영화다. 한 영화, 한 장르(능력자 배틀 장르로의, 혹은 '샤이닝' 장르로의 계승)의 후속작이지만, '속편'이라 단언할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으로 이미 완벽한 영화라는 말이다. 스릴러와 공포 장르, 혹은 판타지 장르 어느 쪽으로 봐도 이쪽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크게 만족시킬 것이 분명하며, 특히 마이크 플래너건이 지금까지 쌓아온 특유의 연출, 공포 영화 내에서 단지 공포물로만 기능하지 않고 더 나아가 드라마 혹은 휴머니즘적인 무언가를 건드리는 연출들이 <닥터 슬립>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닥터 슬립>은 영화 <샤이닝>에서 파생된 이야기가 아니라 스티븐 킹의 2013년작 '닥터 슬립' 장편소설에 기인한 이야기가 골자다. 앞선 소설 '샤이닝'의 주인공인 대니 토렌스가 중년 남성이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루며, 원작과 영화의 내용은 대부분 동일하지만 완전히 다른 몇 설정들이 <닥터 슬립>을 빛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작 '샤이닝'이자 영화 <샤이닝>의 발단이 되었던 호텔, 대니에게 트라우마를 심어놓은 그 호텔이 다시금 등장하는데, 이는 환상 속의 호텔이 아닌 실체가 있는(그리고 비교적 멀쩡한) 호텔로 다시 나타나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더불어 <닥터 슬립>에서는 레베케 페르구손이 연기한 '로즈 더 햇'의 일당들에 대한 구성원들도 꽤 많이 축약되었으나 오히려 이 일당(트루 낫)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기보다 리더인 로즈에게 모든 서사를 집중시킴으로 인해, 레베카 페르구손과 원작 캐릭터 사이의 폭발적인 케미스트리를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대니'를 맡은 주연 이완 맥그리거와, '샤이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녀 아브라를 연기한 카일리 커란, 그리고 마이크 플래너건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브루스 그린우드 등의 연기는 더 말하자면 입이 아플 지경.


더불어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의 팬이라면, 혹은 <샤이닝>을 아주 인상 깊게 봤다면 무릎을 탁 치고 동공이 확장되어 집중할 법한 장면들이 몇 가지 있다. 주로 <샤이닝>과 이어지는 장면과 인물들인데, 이 인물과 장면을 찾는 것도 큐브릭의 팬, 혹은 스티븐 킹의 팬이라면 즐길 법하다.


영화를 막 보고 나왔던 지난 2019년 11월의 두서없고 짧은 후기를 참고삼아 아래 남겨둔다. 넷플릭스에서 언제까지 공개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오래 남아주길(!) 바라며, 내려가기 전에 모두 챙겨보셨으면 좋겠다. 넷플릭스 구독의 가치에 '마이크 플래너건'의 이름을 꼭 기억해주시길.


https://brunch.co.kr/@ekiria/15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