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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Nov 22. 2019

놓치기 전에, <닥터 슬립>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에 대해서 블로그에 진득이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이 감독의 전작을 다 챙겨 보고 드라마까지 시즌 싹싹 긁어다 볼 정도로 애착이 대단하다는 것은 주변 지인들이 모두 알고 있다. 사실 플래너건은 수식을 더 붙이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호러/스릴러계의 수작을 뽑아내던 감독이었다. 실시간으로 플래너건의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짧은 호사를 놓치고 싶지 않아 <닥터 슬립>의 개봉날 무리한 일정으로 달려가 영화를 봤고, 예상대로 몹시 만족스러웠다. 조금 지났지만, 아직도 극장에 걸려 있기도 하고 기회를 잃기 전에 <닥터 슬립>의 관람을 아직 주저하는 분들을 위해 몇 글자를 붙이고 싶다.


<닥터 슬립>은 소설과 영화의 중간 지점을 달리는 영화다. 엄밀히 따진다면 영화 <샤이닝>의 속편에 가깝지만, 소설의 지점들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스티븐 킹의 작품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다면 당연히 더 좋겠지만, 사실 그건 그리 상관없을 정도로 친절하고 유려하게 장면과 서사들을 깔아 놓았기에 알지 못하더라도 큰 핸디캡이 되진 못한다. 다만 영화의 전편인 큐브릭의 <샤이닝>은 보고 가진 못하더라도 이미지적으로 이해하고 가야 <닥터 슬립>이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확신은 보탤 수 있다. 큐브릭의 <샤이닝>의 등장인물이나 장면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면, <닥터 슬립>에서 <샤이닝>과 겹치는 부분에 제법 이질감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닥터 슬립>에는 <샤이닝>의 장면들을 들어내다시피 재직조한 장면들이 제법 있고, 이 장면들은 전부 영화 후반부에 모여 있다. 전반적인 관람을 방해하진 않겠지만 후반부의 결말로 치닫는 과정에 있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굳이 <샤이닝>의 속편으로 우열을 평가하기 이전에, <닥터 슬립>은 영화 자체로도 너무 이상적인 수작이다. 스릴러, 호러 장르에서 이제 완전히 자리 잡은 플래너건의 작품 답다는 생각이 든다. <닥터 슬립>을 보면서 <힐 하우스의 유령>이 자주 생각났는데, 등장인물 일부가 겹치는 것 이외에 플래너건만이 낼 수 있는 기괴한 서사와 더불어 가족, 연대 등이 엮인 묘하게 트라우마적인 부분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작들의 장점이 고스란히 묻어나던 영화였고, 러닝타임이 제법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길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몇 장면들은 지금도 생각날 정도로 혀를 내두를 만한 편집력이 돋보였다. '이 연출을 이렇게 한다고?'하며 놀라웠던 장면-이를테면 초현실 능력자들이 감각의 세계에서 격돌하는 장면들과 환상 트릭 장면들은 정말 플래너건 영화가 아니면 볼 수 없다 싶은 장면들이었다. 결론은 플래너건 만세. 여러분, 플래너건 영화 넷플릭스에 있으니 전부 챙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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