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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Feb 19. 2024

이번 주 디즈니플러스 추천작- <킬러들의 쇼핑몰>

이번 주 추천작은, 지난 1-2월을 달궜던 한국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 가히 이동욱을 위한, 이동욱에 의한, 이동욱의 드라마라고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이동욱의 얼굴이 재밌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공이자 주연인 이동욱과 또다른 주연인 김혜준, 의외로 섬뜩한 빌런 역할을 찰지게 소화해낸 조한선, 그밖에 서현우, 금해나, 김민, 박지빈 등 다양한 조연들의 연기와 합이 반짝였던 수작이기도 하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강지영 소설가의 '살인자의 쇼핑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총 8부작으로 다소 짧은 호흡에, 이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한때 강세였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들이 대거 침몰하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를 제외한 OTT들의 오리지널 드라마가 빛나고 있으며 <킬러들의 쇼핑몰>도 그중 당당한 한자리를 차지한다. 부모가 사망한 후 유일한 혈육인 삼촌 정진만(이동욱)과 함께 살고 있던 정지안(김혜준)은, 어느 날 삼촌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삼촌의 유산이나 다름없는 이상한 쇼핑몰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삼촌이 무슨 사업을 했는지 파악하기도 이전에 갑작스럽게 폭풍처럼 들어닥치는 수상한 습격에서, 정지안이 자신의 위치와 입지를 깨닫고 그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가 골자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무빙>의 뒤를 이을 명실공한 디즈니플러스의 흥행작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돌연 총알 세례를 받는 당황스러운 정지안의 상황에서 출발하는 초반 1-2화는, 어리둥절한 정지안과 이 드라마를 지켜보는 관객을 동일선상에 놓고 시작한다. 살고 있던 집이 쑥대밭이 되고, 정체를 모를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총을 겨누고, 조력자인지 적인지 그 누구도 분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지안은 선택을 해야만 하는 기로에 놓인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사전 정보 없이 갑작스럽게 나열되는 정보의 홍수와 전쟁터 같은 상황 속에 관객을 떨어뜨리고, 그 이후 차근히 지금 이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를 수많은 플래시백과 교차 편집을 통해 설명한다. 허우적대는 정지안에게 삼촌의 동료들이 찾아오고, 몇몇 상황은 역전된다. 그리고 중반 이후 삼촌과 지안이 어렴풋이 기억하는 지안의 과거 이야기가 드러나며 극의 마지막, 결국 완벽하게 이해 완료된 상황 속에서 클라이맥스를 맞이한다.


과거를 오가는 서사가 많지만, <킬러들의 쇼핑몰>의 주요 서사는 허허벌판 가운데 자리한 정진만과 정지안의 집에서만 발생한다. 총알이 빗발치고 드론과 로봇이 등장하며, 칼부림이 일어나는 공간도 이 집에서뿐이다. <킬러들의 쇼핑몰>은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액션을 보여주며, 장소를 좁히고 극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캐릭터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며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연출을 이끌어냈다.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의문들이 사라지며, '정지안은 왜 공격받는가'가 명확하게 사라지고 나면, 이 '멋진' 캐릭터들이 극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캐릭터의 탄탄한 전사가 결국 효과적인 연출의 첫 단추이며, 캐릭터의 매력이 시청자의 눈을 마지막까지 머물게 만드는 것임을 몸소 보여준 즐거운 드라마다.


더불어 원작을 보았다면, 원작에서 꽤 멀리 떨어져 존재하기에 더없이 매력적인 <킬러들의 쇼핑몰> 캐스팅의 성공을 실감할 수 있을 테다. 이 글의 도입부에 닳도록 말한 이동욱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난다. 특별히 재밌는 건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조한선과,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민혜 역의 금해나, 파신 역의 김민. 특히 <카지노>를 재밌게 봤다면, 김민 배우의 팔색조 연기를 이번에도 십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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