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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Feb 12. 2024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살인자ㅇ난감>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바로 지난주 금요일에 공개된 신작 한국 드라마 <살인자ㅇ난감>. 연재 당시 네이버웹툰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화제작이자 꼬마비 작가의 장편 데뷔작으로 혜성과 같이 그 존재를 각인시킨 동시에 무수한 팬층을 낳은 동명의 작품 '살인자ㅇ난감'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오탈자같은 '살인자ㅇ난감'이 제목인 이유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여러 의미를 가진 중의적 표현으로 되어있는데, 이 제목에 대해 원작 연재 당시 다양한 추론이 이어진 적도 있었다. 단순한 그림체지만 치밀한 구조와 파격적인 묘사로 인기를 끌었고, 나도 이 '살인자ㅇ난감'을 시작으로 꼬마비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찾아보게 되었던 사람 중 하나다. 한국에서 웹툰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고 인상적인 작품이었기에, 이 원작을 토대로 과연 어떤 방식으로 드라마화를 시킬지 다각도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기도 했다. 때문에 주인공 이탕과 장난감 형사 역에 각각 최우식, 손석구가 캐스팅되었을 때 그 기대는 배가 되었다. <살인자ㅇ난감>의 연출은 <타인은 지옥이다>를 연출한 이창희 감독이 맡았고, 김다민 작가가 각본을 제작했다.


<살인자ㅇ난감>은 웹툰, 그것도 아주 인상적인 평가를 남긴 꼬마비의 대표작을 원작으로 한 이야기를 아주 성공적으로 각색했다. 드라마의 각본은 대부분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었으며, 원작의 서사가 워낙 치밀하고 체계적이었기에 드라마의 각본 또한 그 장점을 고스란히 끌어안는 듯한 연출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작년 가을부터 차례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혹은 오리지널 영화 등이 전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작품으로 일관되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드라마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가 떨어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살인자ㅇ난감>은 구세주처럼 등장한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단언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중 빼어난 연출력을 보여준다. 8부작으로 호흡도 상당히 빠른 덕분에 간만에 앉은 자리에서 정주행하게 된 '한국 드라마'를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주연 배우인 최우식과 손석구가 연기한 '이탕'과 '장난감'의 연기는 두말 할 것 없이 좋았다. 단순하게 그려졌지만 섬뜩한 메시지를 던지는 원작의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소화할지에 대해 다양한 연구와 여러 가지 각색에 대한 실험이 오간 것이 명백하게 느껴질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와 몰입도가 높았다. 원작에서 긴 시간 지속적으로 다룬 선과 악의 이분성, 각 캐릭터들이 주장하는 '정의'에 대한 이해와 관계 차이 등 다소 무거운 주제에 대한 고찰을 걷어내고 오락성에 초점을 맞춰 스피디하게 진행한 부분들이 많지만, 8부작의 드라마로 다룰 수 있는 분량의 최대치를 다루었다 생각한다. '살인'을 소재로 한 스토리 답게 청소년 관람불가에 수위도 다소 자극적인데, 단지 '살인'이나 '범죄'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잔혹성 높은 장면을 나열하는 대신 가장 큰 부분은 직시하게 만들고 나머지 부분들을 감각적으로 어렴풋이 비춰주며 독특한 교차 편집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살인자ㅇ난감>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를 쭉 보다 보면 느껴지겠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교차편집'이 압도적으로 잘 짜여있다. 길지 않은 드라마에 많은 사건들을 녹아내기 위해 선택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하며, 짜임새 있는 교차편집의 반복 덕분에 롤러코스터를 질주하듯 단숨에 드라마 자체에 빠져들 수 있게 된다. 여러 가지 액션씬들은 과함이 없이 무난한 수준이지만, 액션을 보기 위해 <살인자ㅇ난감>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스타일리시한 편집들과 더불어 조명도 유려하게 쓰인 작품이다.


다만 드라마 내에서 크게 생각하지 않고 넣은 듯한 치명적인 실수들이 눈에 띈다. 필요 없이 삽입한 섹스씬도 있고, 불법촬영의 피해 여성의 삶 자체를 송두리째 빼앗아가버린 장면을 굳이 다시금 재편집해서 화면에 보여준다거나 하는 방식의 연출이 문제다.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굳이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드라마의 제작자들, 특히 감독이 이 피해 자체를 얼마나 안일하게 다루고 있는가가 엿보인다. 피해 자체를 보듬어 안고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나'에 심취해있는 듯한 제작진의 태도는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앞서 말했듯, 원작의 팬으로 꽤 많은 부분들이 아주 심도 있게 다뤄지는 대신 생략되거나 다른 방식으로 표출되어 아쉬운 점은 분명 있다. 하지만 <살인자ㅇ난감>은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완전히 버리며 '드라마적인 요소'에 치중한 인상적이고 계산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수작이며, 웹툰 원작을 가지고 꾸릴 수 있는 최선의 기대치를 명백히 채워주었다. 이번 주, 필관의 수작. 더불어 이 드라마가 즐거웠다면 원작을 꼭(꼬옥) 찾아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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