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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Feb 22. 2024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 리뷰

김고은 배우의 캐릭터 포스터가 메인인 이유는 그냥 이게 제일 좋아서...

*스포일러 없습니다. 


'파묘'라는 단어를 들으면 반사적으로 황정은 작가의 동명 소설을 떠올리곤 했지만, 이제 거기에 장재현 감독의 <파묘>도 추가하게 되었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통해 한국형 오컬트를 제대로 알고 있는 감독이라는 수식이 붙은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는, 앞선 두 개의 전작들보다 월등히 좋았고, 어떤 지점에서는 이 세 번째 작품인 <파묘>를 통해 연출의 정점을 찍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국내 영화인들 중에 호러와 한국적인 그 무엇인가를 접목해 제대로 된 장르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누가 있던가. 놀랍게도 장재현이 부동의 '이쪽에서' 부동의 1위임을 증명해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파묘>는 각 장에 이름붙여진 주제 대로 서사의 흐름을 타고 간다. 거액의 돈을 받고 말 그대로 '파묘'를 의뢰받아 그를 자행하는 초반과, 파묘 이후에 벌어지는 또다른 이야기이자 이 지난한 서사의 진짜 실체가 밝혀지는 후반부로 구성되어있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며 음산한 전형적인 공포의 분위기는, 비교적 초반에 몰려있다. 후반으로 가면 문제의 묘가 세워진 바로 그곳, 그곳에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영화의 속도감과 장르가 변화한다. 때문에 <파묘>의 전반과 후반은 각각 다른 장르처럼 기능하는데, 자칫하면 크게 몰입이 깨어질 수 있는 두 가지의 다른 장르가 네 명의 확고한 캐릭터성을 도움닫기로 밟고 올라 비교적 잘 달라붙게 된다. 말하자면 <파묘>의 성공은 결국 이 네 명의 연기 합에도 있다는 것.


오컬트 요소가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장면들은 아무래도 무당 화림 역을 맡은 김고은 배우와 또다른 무당 봉길 역을 맡은 이도현 배우, 그러니까 두 무당이 주축을 이룬다. 최민식 배우가 '저러다 뭔일 나는 게 아닌가 싶다, 무당 투잡을 뛰게 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라는 수식을 했을 정도로 엄청난 긴장감과 화력을 자랑하는 대살굿에서의 김고은은 그야말로 스크린을 찢고 나올 듯 날뛴다. 굿 장면을 비롯해 화림과 봉길을 중심으로 흐르는 악귀의 기운과 그를 이미지적으로 포착해내는 장면들의 연출 또한 더없이 매끄럽다. 이 둘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서사는 어느 순간 바톤터치하듯 타인으로 넘겨지고 또다시 돌아오고를 반복하는데, 상덕(최민식)과 화림, 영근(유해진), 봉길 네 명의 단단한 캐릭터들이 똘똥 뭉쳐 기가 막힌 합을 만들어낸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섬뜩할 정도. 특히 이도현 배우의 첫 상업영화 출연작이자 주연작인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 도시 전설로 변화하는 장르의 탈피 또한 성공적이다. 장르의 변환 자체는 물론 초중반에 집중된 오컬트적인 분위기, 호러 그 자체에 집중한 분위기가 있었기에 제대로 기능하기도 한다. 풍수지리로 먹고 사는 풍수사와 염을 전문으로 하는 장의사, 두 무당이라는 누가봐도 찜찜하고 신박한 조합이 모여 만들어내는 서사 자체 또한 즐거운데, 거기에 점프스케어를 살짝 풀고 미술과 음향에 힘을 주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연출이 몹시 깔끔하다. <파묘>의 초반부는 국내 호러 영화에 가장 인상적이라고 평해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제대로 된 한국형 오컬트 영화는 여전히 <불신지옥> 말고는 마음을 준 영화가 없었는데, 간만에 <파묘>가 그 아주 오래된 빈자리를 채워준 것 같아 즐겁다.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한국의 오컬트 영화는 이제 장재현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오컬트 장르의 거장 수식은 장재현 감독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장재현 감독은 두 편의 잘 만든 영화를 딛고 <파묘>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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