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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Mar 18. 2024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닭강정>

*스포일러 없습니다.


이번 주 추천작은, 바로 지난주 금요일에 공개된 따끈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닭강정>. 박지독의 동명 웹툰 '닭강정'을 원작으로 하는 한국드라마로, 류승룡, 안재홍 등이 주연을 맡았으며 <멜로가 체질> <극한 직업> 등을 제작한 이병헌 감독이 연출 및 각본을 맡았다. 원작 웹툰은 신박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전개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었기에 영화화나 드라마화의 예측이 거의 불가했던 작품인데, 때문에 <닭강정> 제작발표회 때 이 작품을 도대체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또 그 메가폰을 잡은 감독이 코미디드라마로 정평이 난 이병헌 감독이라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나갈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주목이 붙기도 했다.


<닭강정>은 말 그대로 '닭강정'이 소재로, 이상한 기계에 들어갔다가 순식간에 닭강정으로 변해버린 민아와, 닭강정 민아(...)를 사람 민아(김유정)로 돌리기 위한 민아의 아빠 선만(류승룡)과, 선만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자 민아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인간이 닭강정으로 변하고, 닭강정이 딸인지 그냥 닭강정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 속에 오열하는 닭강정 민아의 주변인들, 그리고 민아를 닭강정으로 만든 이상한 기계 뒤에 숨어있던 거대한 이야기들이 중심 소재로 이어지며, 차근차근 짚어나가며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극의 감초 역할을 해준다.


<닭강정>은 10부작에 회당 30분 남짓이라 그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지만, 그 소재는 앞서 말했듯 가볍게 즐기기엔 거리감이 심하다. 도대체 닭강정이 되어버린 인간과, 인간인지 닭강정인지 알 수 없는 이 이상한 상황의 묘사를 어떻게 이어나갈까 싶지만, 이게 실제로 '가능한 서사'가 된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포인트이자 재미다. 호불호는 심하게 있을지언정, <닭강정> 자체의 위트와 유머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역시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코미디 장르의 입지를 다져온 이병헌 감독의 통통 튀는 대사들의 배치와, 다분히 유려한 연출 덕분이 아닐까 싶다. 특별한 CG도, 이렇다 할 액션도 없는 이 드라마가 즐거운 이유는, 극에서 툭 튀어나왔다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기이하고 이상한 대화들과, 그와 잘 엉겨 붙는 이상한 설정들 덕분이다. 인간이 닭강정으로 변할 수 있는 장치, 인간이 닭강정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할 수도 있는 장치, 하지만 안재홍이 차은우로는 변할 수 없는 장치.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민아가 닭강정이 된 그 기계 속에 몸을 구겨 넣고 차은우!를 외쳐봤자 차은우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백중(안재홍)이 "아무리 말이 안 된다고 해도 그치, 그건 좀 그렇지"라고 내뱉는 이 잠깐의 장면에 <닭강정>의 해학이자 이병헌 감독의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말도 안 되는 드라마를 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이병헌 감독의 연극적이면서도 코미디적인 연출 위에 섬세하게 배치되어 각각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배우들이다. 소위 말해 '류승룡과 안재홍의 연기 차력쇼'라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 두 주연 배우의 미친듯한 싱크로가 없었다면 애초에 <닭강정>이 이렇게까지 즐겁지는 않았을 테다. 그밖의 조연인 김남희, 정호연, 유승목, 정승길, 김태훈 등 걸출한 배우들의 합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기본적으로 보장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이 이상한 장르, 혹은 기이하고 신기한 혼종과 같은 류의 코미디 드라마가 잘 굴러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병헌 감독의 전작들이 그렇듯, 안정적인 드라마 안에서의 웃음 코드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테고 <닭강정>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닭강정>의 재미에 대한 평가는 꽤 많이 갈리겠지만, 분명한 건 이 낯섦과 이상한 개그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없이 즐겁고 유쾌한 드라마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은 선택과 취향에 관해 완전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것. 그간 이병헌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했던 만큼이나 나에게는 극호였고, 극호의 취향인 상태에서 이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있자니 무릎을 탁탁 치며 배를 잡게 되는 유머 범벅의 장면들이 많아 좋았다. <닭강정>은 이 시대에 제법 어울리는 신개념 개그 프로라고 해야 할까.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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