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은 지난 오스카 시상식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장편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기도 했던 <호랑이를 잡기 위해>다. 니샤 파후자가 연출한 <호랑이를 잡기 위해>는 2022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었고, 다음해인 2023년에 북미 일부 극장에서 제한 상영으로 개봉되었는데, 이후 넷플릭스가 배급권과 상영권을 협상하면서 넷플릭스에 귀속되어 지난 오스카 시상식이 열렸던 3월 초에 전 세계적으로 동시 공개되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는 캐나다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힌디어 언어의 다큐멘터리로, 2017년-2018년 사이 인도 전역을 주목하게 만들었던 인도 동부 자르칸트주의 집단 성폭행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인도 동부에 위치한 주인 자르칸드 주는 원래 비하르 주에 속해있다가 2000년대에 분리되며 신설된 주인데, 이 주는 비하르에 속해있을 때도 비슷한 사건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던 주이기도 하다. 물론 인도 내 성폭행과 관련된 기록상의 수치는 굉장히 제한적이고 비교적 최근까지도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신고를 하지 못해 어떤 주든 그 절대적인 숫자를 명확하게 집계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인도 내 성폭행, 혹은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 즉 마을 공동체로 똘똘 뭉친 곳에서 아주 폐쇄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며, 그 해결 방법 또한 법과 정의에 호소하기보다 이 공동체의 보존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가 많은 나라이기에 강력 범죄가 상대적으로 많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타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나고 자란 마을에서 거의 떠나는 법 없이 생활터를 일구고 평생을 사는 인도 시골의 특성상 성폭행 사건과 같은 범죄의 그늘은 아주 어둡고 깊을 수밖에 없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의 배경이 된 '자르칸트 13세 청소년 집단 성폭행 사건'은, 이 모든 안일함과 마을공동체의 폐쇄성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고, 이 다큐멘터리는 아주 이례적인 판결을 이끌어낸 해당 사건에 대한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다큐멘터리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높였고, 피해자의 가족들 중 특히 아버지는 여러 협박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방황할지언정 결코 꺾이지 않고 소신있게 행동하며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다. (물론 <호랑이를 잡기 위해>는 제작 단계에서 여러 인권단체와 여성운동가들에게 전방위적 자문을 받으며 진행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라는 제목은 이 사건의 판결을 선고받고 난 후 피해자 아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온 말로, '모두가 나에게 호랑이를 잡을 수는 없다고 말할 때, 나는 그것이 혼자서도 가능함을 증명해보이고 말겠다'는 대화 내용에서 기인했다. 피해자가 명백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가족을 협박하고, 피해자의 마을공동체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결혼시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하며, 마을 집단의 우두머리인 촌장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왜 어렵게 마을 바깥으로 끌고 가느냐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이 뿌리부터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인권활동가와 조력 변호사, 그리고 피해자의 아버지는 '정의'란 무엇이며 어떻게 구현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굽히지 않는 주장을 반복하며,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자 노력한다. 자르칸트주 성폭력 사건 사상 최대의 형벌을 끌어낸 이후, 가해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피하게 되었으며, 피해자의 아버지는 상기된 얼굴로 허리를 곧게 펴고 카메라를 응시한다. 가해자들의 항소로 인해 고등법원으로 넘어간 이 사건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지만,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 가해자들, 그리고 '이건 별일도 아니다'라는 태도로 일관하던 마을 공동체의 일원과 가해자의 가족, 지역 경찰들을 정면으로 심판하고 그들이 '틀렸음'을 명백하게 보여주었다. 이 사건 이후로 성폭행 사건의 고소와 사건 자체에 대한 기소율이 압도적으로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호랑이를 잡기 위해>가 보여주는 파급력은 정말 자명하다.
이 영화의 감독인 니샤 파후자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아카데미 컨버세이션' 영상을 아래 붙인다. '변화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일어나지만, 이 사건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위대한 한 걸음이다. 나는 그것을 밝히고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사명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꽤 인상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Mrkq0ydpjc&t=481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