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작은 간만에 로코물 일드로, 평소라면 잘 선택하지 않는 장르인데 이 장르의 중심 소재가 '최애(제일 좋아하는 연예인 혹은 캐릭터)'에 대한 것이기에 주저 없이 선택한 드라마 <최애가 상사가 되어서>. 현재 웨이브에서 스트리밍 중인 드라마로, 지난 2023년 10월부터 12월까지 일본 TV채널인 '드라마 넥스트'에서 방영되었다. 그룹 '큐트'의 멤버였기도 한 스즈키 아이리와, '제너레이션즈 프롬 에그자일 트라이브(GENERATIONS from EXILE TRIBE)'의 간판 미남인 카타요세 료타가 주연을 맡았다. 큐트도, 제너레이션즈-에그자일도 잘 모르는 그룹이지만 이 두 명 만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스즈키 아이리의 외모와 카타요세 료타의 안정적인 연기가 취향이었던지라 둘이 주연으로 합을 이루는 <최애가 상사가 되어서> 또한 별다른 거리낌 없이 선택해 정주행할 수 있었다. (아니, 다른 것보다 스즈키 아이리같은 여성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이 드라마는 <최애가 상사가 되어서>라는 제목 그대로 '내 최애가 갑자기 은퇴 후 나의 상사가 되었다'는 설정이 골자다. 오피스걸인 나카조 히토미(스즈키 아이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뮤지컬 배우이자 최애인 '키류 토마(카타기 료타)'에게 기대고 있는데, 화려한 무대의 막이 내린 후 돌연 키류 토마는 은퇴를 선언하고 다른 길을 걷겠다는 발표를 한다. 자신의 최애가 한날 한 시에 사라지고 팬클럽도 해체되어버린 이 기막힌 상황에서 나카조는 삶의 기쁨을 잃고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기분으로 출근하던 중, 회사에 새로 발령받은 부장 '타카기 슈이치(카타요세 료타)'가 며칠 전에 은퇴를 선언한 키류 토마, 그러니까 자신의 '최애'임을 알게 되고 혼란에 빠진다.
스즈키 아이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속수무책으로 앉은 자리에서 정주행을 완료할 것이 분명한, 이 스즈키 아이리의 매력을 담뿍 담은 드라마는, '최애와 갑자기 엮인다'는 덕후들의 묘한 판타지를 자극하는 동시에 '최애'를 사랑하는 '덕후의 마음'을 정말로 잘 묘사하고 있다. 암울한 시절과 우울의 순간을 버티게 해준 '최애'는 나도 딱 누구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가지고 있는데, 그런 팬심으로 무장한, 어찌보면 최애의 아트웤을 전부 몸과 마음에 담고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일에 익숙한 나같은 사람들을 집중 겨냥한 드라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묘사의 치밀함이 대단했다. 주인공의 최애캐를 연기한 카타요세 료타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지만, 그 최애를 사랑하는 마음과, 최애의 '공기'가 되어 그를 지켜주고 지지하고 싶은 마음의 혼합된 무수한 장면들은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봤다. 최애가 돌연 내 직장의 상사가 되고, 그런 최애와 엮이게 된다는 자극적인(...) 설정은 다소 현실성이 없지만, 로코의 재미란 바로 이런 것 아닌가, 그러니까 마음껏 상상할 수 있게 되는 그런 판타지적 순간들 말이다. <최애가 상사가 되어서>는 그런 덕후들의 심장을 정통으로 가격한다. 그것도 '덕후'를 연기하는 스즈키 아이리라니, 당해낼 수가 없다.
추가로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맨이자 탤런트인 유리얀 레트리바(요시다 유리)의 감칠맛 넘치는 연기가 즐겁다. 유리얀 레트리바가 진행하는 만담을 여러 채널에서 짧은 클립으로 본 적이 있어 그런지 개인적으로 친숙한 편. 주연인 스즈키 아이리와 정확히 합을 이루면서도 극이 너무 로맨스로 치우치지 않게 중간에서 단단히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최애가 상사가 되어서>는 불완전한 문장으로 시작되어 마지막 화에 '그러니까, 최애가 상사가 되어서 ㅇㅇㅇ합니다!'라는, 말하자면 하나의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회당 러닝타임도 짧고 회차도 길지 않아 여러모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 일드를 좋아하지 않고 일드에 특별한 관심이 없더라도, 좋아하는 '최애'가 하나 정도 있다면 반드시 매료될 수밖에 없는 매력 넘치는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