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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영 Apr 08. 2024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삼체>

진작에 리뷰하고 싶었지만, 고작 8부작인 이 드라마의 1시즌을 아끼고 아껴 보느라 늦게 들고 온, 이번 주의 추천작 <삼체>. 휴고상 장편 소설상을 수상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매니아층이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뚜렷한 베스트셀러인 류츠신의 동명 소설 '삼체'를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월-E> <니모를 찾아서> 등을 제작한 앤드루 스탠튼이 에피소드 제작에 참여했으며, <왕좌의 게임>을 제작한 데이비드 베니오프 등이 각본 및 제작을 맡았다. 베네딕트 웡, 에이사 곤잘레스 등의 주연 배우를 필두로 다수의 주조연들은 이번 드라마가 영화계에서의 데뷔작이거나 혹은 드라마 주조연으로 이름을 알리는 첫 작품이 되어 비교적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제목인 '삼체'는 '삼체 문제'로, 'three-body problem'이라는 물리학 용어로, 물리학에서는 손꼽히는 난제 문제라고 한다.


과거의 중국.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물리학자 '예원제'는 군사시설에 고립된다. 이 군사시설은 외계와 통신을 시도하는 곳으로, 외계 문명과의 통신에 혈안이 되어있는 중국의 기대주이기도 한 개발 사업이다. 예원제는 외계인의 신호를 수신하게 되고 태양을 증폭기로 삼아 통신을 시도하고, 그로부터 몇 년 후 외계인의 답신을 받는다. 2024년 현재, 과학을 신뢰할 수 없게 되어버린 상황의 영국. 나노섬유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과학자 '오기'의 눈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카운트다운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즈음부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자들이 하나둘 자살하기 시작한다.


<삼체>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과 공간이 뒤섞인 여러 시점을 토대로 '외계인과의 통신' 혹은 '예언' 정도를 기본 골자로 잡는다.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증명할 수 없는 무수한 현상들과 함께, 과거의 어떤 촉발제가 나비효과처럼 미래에 일어나는, 말하자면 하나의 거대 '기현상'과도 같은 플롯을 <삼체>는 꽤나 유려하고 아름답게 보여준다. 원작의 장점을 모두 그대로 가져온 상태에서, 코스믹 호러라는 장르의 장점 또한 덧입혀 거대한 세계관을 영화적 이미지의 나열로 '즐겁게' 바라볼 수 있는 지점들을 만들어주었다. 물론 시즌 1의 1화부터 등장하는 '문화대혁명' 장면부터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었기에 어느 정도 이 사건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소 힘드게 다가갈지도 모르겠으나, 중국을 묘사한 드라마에 있어서 문화대혁명에 관한 이런 방식의 묘사가 지금까지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삼체>는 고평가되어야 할 대상이 아닐까 싶다.

<삼체>의 최대 장점은 앞서 한 번 이야기했듯이 '코즈믹 호러'라는 장르 아래에서의 연출을 극도로 끌어올린 에피소드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처음부터 결말을 예견하고 시작하거나, 혹은 극단적인 설정을 초입에 배치해 즉각적인 흥미점을 끌어올리는 빠른 전개, 소위 말하면 '요즘 드라마의 흐름'에 부합하는 드라마는 분명 아니다. 첫 화부터 점차적으로 뚜렷해지고 거대해지는 '삼체 세계'를 이해하면 할수록 깊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작품으로, 원작을 알고 봐도 모르고 봐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상당한 고퀄리티의 SF드라마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중 한 획을 긋게 될 연작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사실 '삼체'는 이미 중국 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고, 다양한 리메이크 혹은 영상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베스트셀러이기도 한데, 중국 드라마 <삼체>는 원작의 플롯과 시점을 거의 복사+붙여넣기하듯 충실히 따르고 있는 반면, '잘 만들어진 SF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정말로 '돈값하는' SF를 즐기고 싶다면 아낌없이 <삼체>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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