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멘' 시리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오멘: 저주의 시작>은 전 세계적으로 '오멘 신드롬'을 낳은 리처드 도너 감독의 1976년작 <오멘>의 프리퀄이다. 첫 번째 작품인 <오멘>으로 시작한 '오멘 시리즈'의 연대는 <오멘 2>와 <오멘 3:심판의 날>에 이어, 그 후로 주기적으로 속편이 제작되고 드라마화가 진행될 정도로 그 인기가 상당했지만, 이중 어떤 것도 <오멘>의 첫 시작인 1976년작과 그 인기에 힘입어 어느 정도의 장점만을 추려내 속편으로 제작된 <오멘 2>를 넘지 못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공포영화 역사에 있어 '오멘'이 시사하는 바는 꽤 명확하므로, 많은 감독들이 '저주받은 아이' '악마의 씨' 서사를 리메이크하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 의미에 있어 <오멘: 저주의 시작>의 역할은 꽤나 독특하다. 지금까지 수십 년을 거쳐 내려온 '악의 씨', 말하자면 사탄의 아이인 '데미안 쏜'의 서사를 잇는 대신,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이 시리즈의 승자이자 공포영화 내에서의 그 의미가 몹시 자명한 1976년작 <오멘>의 과거 서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호러 영화의 프랜차이즈 제작 방식은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재탄생되곤 하지만, '오멘' 시리즈는 앞서 말했듯 2006년 이후로 약 20년이 되도록 그 계보를 잇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멘: 저주의 시작>은 꺼져가는 시리즈의 불씨를 다시 지펴줄 정도로, 꽤 높은 완성작을 보이는 프리퀄로 제작되어 많은 호러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1970년대 공포영화의 최고봉이자 수많은 리부트를 낳았지만 원편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평으로 계속해서 고전하던 '오멘' 시리즈가, 아라카샤 스티븐슨의 장편 데뷔작인(그렇다! 심지어 장편 데뷔작이다!) <오멘: 저주의 시작>을 통해 성공적인 재기를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오멘' 시리즈의 팬이었다면, <오멘: 저주의 시작>을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어떤 각도로 봐도 <악마의 씨>나 <엑소시스트>같은 역사적으로 몹시 유명하고 여전히 칭송받고 있는 공포영화들의 인상적인 장면들을 아주 효과적으로 벤치 마킹해 극에 그대로 녹여냈기 때문이다. 그보다 앞서, 이 영화가 <오멘>(1976)의 프리퀄임을 알고 영화를 접해도, 극의 주인공 이름 '마가렛'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뇌리에 '데미안 쏜'의 계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내에 등장하는 다양한 죽음들은 <오멘>(1976)과 <오멘 2>(1978)을 즉각적으로 떠올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충실한 오마주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절히 사용된 점프 스케어와, 이 시리즈가 줄곧 가져왔던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음향에 대한 폭넓은 해석도 영화를 빛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억지스러운 공포를 유발하기보다는 빛과 어둠의 경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음산한 분위기를 통해 다채로운 공포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역시 사운드트랙인데, 압도적인 음향과 사운드트랙을 자랑하는 전편을 정확히 계승해, 보다 웅장하고 광활한 활용을 이루어냈다. (특히 'Ave Satani'의 사용이 정말 끝내준다.) <오멘: 저주의 시작>을 보면서 계속해서 전편을 떠올리게 되었던 이유는, 역으로 말하면 이 영화의 감독이 그만큼 이 시리즈의 장점 혹은 그 시작을 명확하고 정확히 이해하고 레퍼런스를 짰다는 이야기가 될 테다.
넬 타이거 프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영화 하나만으로 호러퀸에 등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재밌는 건, 충격적인 장면들(!)의 향연이 펼쳐져 호러 팬들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사탄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악마의 씨 서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원작과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 같은 경우도 이 '악마'를 품고 있는 여성의 신체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오멘: 저주의 시작>에서는 이 부분이 좀 더 사실적이고 또 몹시 고통스러운 미장센으로 재현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청불이 아니라고?'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에 여러 의문이 남는다. (그러니까 이게 청불이 아니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