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영 Apr 22. 2024

이번 주 넷플릭스 추천작 - <리플리: 더 시리즈>

이번 주 추천작은 올해의 넷플릭스 베스트로 꼽을 정도로 단번에 마음을  빼앗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리플리: 더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그 유명한 '재능있는 리플리 씨'를 원작으로 둔 작품으로, <아메리칸 갱스터> <머니볼> <아이리시맨> 등의 각본가로 유명한 스티븐 제일리언이 연출을 맡았다. 호평을 받은 드라마 <더 나이트 오브> 이후 두 번째 드라마 연출작으로, 주연인 톰 리플리 역을 앤드류 스캇이 맡았으며, 디키 그린리프와 마지 셔우드 역할은 각각 조니 플린과 다코타 패닝이 연기했다. '리플리'를 소재로 한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창조한 캐릭터 '리플리'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을 만들어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캐릭터다. 그간 다양한 영화로 각색되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알랭 드롱이 주연한 <태양은 가득히>와 맷 데이먼이 주연한 <리플리>일 것이다. <태양은 가득히>의 알랭 드롱은 특유의 완벽한 외모와 이글거리는 열망 혹은 욕망의 리플리를 연기했고, <리플리>의 맷 데이먼은 불안함 속에서 빛나는 젊음을 연기했다면, <리플리: 더 시리즈>의 앤드류 스캇은 그 두 지점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건조하고 차가운 리플리를 연기한다. 지금까지 '리플리'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던 편견을 말끔히 씻어내고, '범죄와 거짓말'이 아주 평범한 인간 중 하나였던 '리플리'로부터 발화되어 번져나가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리플리: 더 시리즈>의 리플리는 아주 독특하며 몹시 매력적이다. 이는 전작들이 최대한 아름답게 묘사하고자 했던 이탈리아의 압도적인 풍경과 총천연의 채도를 완벽히 배제한 채 명암만이 존재하는 흑백을 택한 과감한 시도와도 맞닿아있다. 색감을 완전히 배제한 채 명암의 대비만으로 그려진 이탈리아, 그 안에서 리플리의 행각이 더욱 도드라져보인다. 이 때문에 범죄 인간으로의 톰 리플리가 더욱 냉혹하고 잔인하게 보이는 효과를 자아내기도 한다.


단언컨대 <리플리: 더 시리즈>만큼 매혹적인 '리플리'의 각색 작품은 없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시도된 모든 장면이 마치 미술관의 어떤 작품들을 연상하게 하는데, 그 장치와 위치가 다분히 히치콕스러운 앵글의 변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마지막은 '리플리'와 궤가 비슷한 예술가 카라바조와 오버랩된다. 지금까지의 '리플리'가 보여주지 못했던, 이 캐릭터의 이면을 가장 잘 연출한 드라마임과 동시에, 이런 리플리를 가능케 만든 앤드류 스캇의 잔잔하면서도 잔인한 연기가 굉장히 성공적으로 극과 맞붙는다. 그동안 보았던 리플리 시리즈 중, 가장 크게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드러냄과 동시에 연민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리플리는, 앤드류 스캇의 리플리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처연하며 압도적이고 당돌한 '리플리'에, <파고>와 <스타트렉> 등의 텔레비전 시리즈의 OST를 담당했던 제프 루소의 현악 위주로 편성된 음향이 유려하게 내려앉는다.


별볼일 없이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내고 있던 리플리가, 어느 날 찾아온 기회로 인해 거짓의 가면을 단단히 눌러쓰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자신의 거짓말에 심취한다는 설정은 지금까지 이어져온 '톰 리플리'를 소재로 한 작품들과 동일하지만, 그 접근과 방법이 굉장히 새롭다. 단숨에 매혹될 정도로 아름답고 스타일리쉬하며 지극히 고전적인 이 매력적인 작품을 사랑하지 않을 방도가 있을까. 올해의 발견, 그야말로 압도적인 작품.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 주 디즈니플러스 추천작 - <바바리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