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순부터 약 6주 동안 진행되었던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그러니까 인도의 현 총리가 연임에 성공했다. 애초에 모디의 3연임이 꺾일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모디 총리의 집권이 계속될 거라 세계 각국에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디 총리가 이끄는 정당이자 현재의 집권 여당인 BJP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3월부터 4월까지 이어진 출구조사를 통해 BJP가 과반의 20~30%를 더 웃도는 대승을 거둘 거라 예견되었고, 모디는 이 출구조사를 기반으로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물론 이건 BJP도 마찬가지였는데, 결과적으로 여당의 기대는 완전히 어긋나버렸다. 그러니까 BJP의 압승이 이뤄지진 않은 셈이다.
전체 543석에서 집권 여당을 중심으로 모인 국민민주동맹(NDA)가 293석, 야당 연합인 INDIA(Indian National Developmental Inclusive Alliance, 약자가 아이러니하게 인디아다 ㅎㅎ)는 234석을, 거대 야/여당이 아닌 나머지 정당이 16석을 차지했다. 물론 이 수치를 보면 BJP가 이끄는 NDA연합이 다수석을 차지했으므로, 모디의 연임에는 문제가 없어보인다. 문제는 이 좌석이 BJP 단일 확보석이 아니라는 것. 애초에 300석 이상으로 점쳐졌던 결과에 비하면 '이겼으나' 참혹한 패배라고 해도 좋을 법하다. 실제로 개표 결과가 모두 이뤄지자, 이를 바라보는 BJP당원들의 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낀 듯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모디는 어제 델리에 있는 BJP본부에서 '세 번째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게 되어 몹시 기쁘다'고 말했으나 인도 내 언론과 여러 외신들은 모디가 가까스로 얻어낸 씁쓸한 승리라고 보도하고 있다.
재밌는 건 2019년도 총선에서 콩그레스가 당선되었으나, 이번 2024년 총선에서 BJP로 갈아타게 된 케랄라 주의 트리수르 선거구다. 이번에 당선된 수레시 고피는 2019년에 득표율 28퍼센트 정도를 얻어 3위 정도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37% 정도에 2위와 7만 표에 달하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다. 참고로 수레시 고피는 플레이백 싱어로도 현지에서 유명한데, 몇 년 동안 인지도를 더 많이 쌓았는지 혹은 유독 트리수르 지역만 BJP가 당선된 것이 흥미롭다. 참고로 이 지역은 과거 총선 경력을 살펴보면 단 한 번도 BJP가 기회를 잡지 못한 곳이기도 한데(케랄라 지역 대부분이 그렇기도 하지만) 어떤 선거 전략을 펼쳤는지 기회가 될 때 한 번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지난 몇 년 동안은 압도적으로 BJP의 밭이라고 분석되어왔던 라자스탄 지역을 파랗게 물들인 몇몇 콩그레스 깃발이 눈에 띈다. 그중 하리아나주와 경계를 두고 있는 라자스탄의 추루록 선거구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쭉 BJP가 집권해오다가 이번에 콩그레스로 뒤집혔다. 인도 본토에서 가장 떨어져있는 안다만/니코바르 제도는, 늘 엎치락뒤치락하던 대로 지난 선거에는 콩그레스, 이번에는 BJP가 집권했다.
BJP로는 예상보다 현저히 낮은 의석 수를 차지했고, NDA연합으로 모디의 3연임 집권을 굳히려는 입장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정책에는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적인 보고다. 더불어 이번 선거는 선거가 치뤄지기 몇 달 전부터 야당 지도부가 체포되고 예고 없고 이유 없는 압수수색이 벌어지는가 하면, 여당 연합에 유리한 정책의 결정과 집행 등으로 크게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인도 국내외 몇 언론은 이번 선거를 이미 승패가 정해져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는데, 이는 출구조사 이후 더욱 거세지기도 했다. 하지만 출구조사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고, 또 이미 예정된 선거 결과 내에서 야당 연합이 이 정도 의석을 확보한 것은 대대적인 선전으로 생각할 수 있다 평가되고 있다.
총선 직전까지 '인도의 민주주의는 죽었다 vs 인도는 지금처럼 민주주의 국가였던 적이 없었다'로 나누어지는 수많은 언론과 정당들의 발표와 성명을 계속해서 봐왔다. 개인적으로는 모디의 3연임 자체보다 집권 여당의 BJP의 현저한 약세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현재의 총선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아마도 지나친 힌두민족주의, 극단주의에 반발하는 다양한 시민들(힌두, 무슬림, 불교 및 기독교 등을 가리지 않고)의 집결이라고 생각하며, 더불어 모디 집권 후 점차적으로 양극화되는 경제 상황에 반발한 사람들, 특히 1차 산업 종사자들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언제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도 총선이 이렇게 몇 달, 길게는 1년여 만에 마무리되었다.